<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 1권이다. 나오는대로 12권까지 쭈욱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서 도와줄까 모르겠다.
예는 서민들에게까지 적용되지 않고, 형은 귀족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기> <곡례, 상>
피지배층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혔을 때 지배층은 그들에게 매우 잔혹한 육체적 형벌을 가했다. 그 육체적 형벌에는 죄의 경중에 따라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것, 코를 자르는 것, 생식기를 잘라내는 것 (아흑, 몇 개는 생략한다) 등 수많은 방식이 포함되어 있다. <예기>에 따르면 피지배층이 가혹한 육체적 형벌을 받는 조항은 3000가지가 넘었다고 한다.
반면 예는 이런 잔혹한 육체적 형벌과는 전혀 달랐다. ... 어떤 귀족이 이 ‘예’를 어겼을 때, 그에 대한 처벌은 단지 정신적 형벌, 나쁜 평판에 의한 수치심 정도에 불과했다.
귀족이 ‘예’를 어길 경우 주나라는 왜 그 귀족에게 육체적 형벌을 가하지 않고, 훈계나 수치심이라는 정신적 처벌만을 시행했던 것일까? 이것은 바로 당시의 지배층 자체가 하나의 ‘거대 가족’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 결국 주나라의 지배층 즉 천자, 제후, 경대부, 사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조직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가족이었던 셈이다. (58-60p)
태생에 따라 죄에 대한 형벌이 달라진다. 똑같은 죄를 지었을지라도, 아니 더 의도적이고, 극악무도한 죄를 지었을지라도, 귀족이라면, 귀족의 자녀라면, 몇 일간 방 안에 콕 틀어박혀 들여주는 밥만 먹는 불편함을 감수한 후에, 소문이 잦아질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죄를 지은 사람이 일반 백성이라면. 일반 백성이라면 그림은 달라진다. 죄의 경중에 따라 죄의 형벌이, 결과가 몸 안에,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형태로 새겨진다. 신분이 재산의 질과 양까지를 결정하는 세대였음을 생각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우리 님은 노역에 간 지 몇 날 몇 달인가?
언제면 만나게 되려나? 닭은 우리에 들고
날이 저물어 소와 양도 내려왔는데,
노역에 가신 우리 님이여! 목마름과 굶주림이나 안 겪으시는지.
- <시경> <왕풍, 군자우역>
징발된 남편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애닮은 마음을 노래한 시다. 짐승들도 때가 되면 돌아오는 때에, 돌아오지 못 하는 남편을 그리워한다. 고단한 삶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고단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