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Affair
리처 읽다가, 정확히는 리처 원서 읽다가 포기한 책은 다음과 같다.
The Affair / The Midnight Line / Bad Luck and Trouble
성공한 건 이 책 <Worth dying for> 한 권뿐인데, 이것도 도저히 안 되겠는 것을 AI가 읽어주는 유튜브 오디오 동영상의 힘을 빌려 간신히 마쳤다. 항상 리처를 재미있게 읽는 사람으로서, 읽는 중에는 항상 번역이 유려해서인지(유려해서라고 하자!) 아! 이 정도면 영어로 읽어도 되겠는데?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원서 검색-원서 판형 비교-원서 구입-원서 기다리기-원서 읽기’의 여정은 자주 실패로 끝나 버리고. 그때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리처를 좋아했던 게 정말 맞을까. 쉬워 보이는데 왜 잘 읽히지 않을까.
큰 결심을 하고ㅋㅋㅋ 시작한 이 책은 독서괭님처럼 읽으려고 작정했더란다. 그러니까, 이런 모습, 이런 실제로서.

(독서괭님 방에서 그대로 가져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자꾸 멈추게 되고, 정리하려고 하다 보니 번역본도 확인해 보자~~ 이렇게 되니 읽는 게 더 늦어지고 해서 ㅋㅋㅋㅋㅋㅋㅋ 과감하게, 그냥 읽어가기로 했다. 난이도로 보았을 때는 많이 어렵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두 가지 이상의 사건들이 서로 얽혀있는 경우에는 읽기도 쉽지 않았는데, 이럴 경우 영어가 문제라기보다는 내 읽기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거라서 번역본을 같이 읽었다.
진도가 지지부진하여 오더블을 재가입했고, 오더블 성우 분(남성임)이 부지런히 읽으시고(핸드폰/읽는 속도 1.3), 나는 눈으로 부지런히 따라 읽는(킨들) 방식으로 진행했다. (무슨 세미나도 아니고 부엌 식탁 의자에 혼자 앉아 소설 읽는데도 이렇게나 진지하다. 나는야, 이렇게 진행했다) 중간 정도 지났을 무렵에는 눈으로 읽는 게 더 빨라서(속도 붙으면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남) 오더블 없이 혼자 읽다가 어제부터는 다시 속도가 늦어져서 오더블이랑 같이 읽었다.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이렇게 읽을 수 있었지 그냥 읽었으면 다 읽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아무튼 <마치는데> 방점을 찍으며 혹은 방점을 찍기 위해 열심히 읽었다. 아니, 쓰다 보니.... 잭 리처 이야기는 없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이 책을 읽었는가를 하소연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 페이퍼에서 다락방님이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는데, 나도 그랬다. 잭 리처 말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아니, 아예 이 책이 희곡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했다. 로맨틱한 관계인 데버로와 나눈 이런 대화를 보라. 우아하고 아름답지 아니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Do not Disturb
프리다 맥파든 13권째 책이다. 진작에 읽었는데, 리뷰를 안 썼더니 기억이.... 안 난다. 사진 보니 추석 즈음에 읽은 것 같다.

86%까지 종잡을 수 없이 밀려가고 끌려간다. 열몇 권을 읽었는데도 범인 유추에 매번 실패하는 나이시다. 아무렴. 역시나 저 사람 그럴 사람이 아니었고, 그 사람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럼 마지막이 어떻게 될까 싶었는데, 막장의 기운으로 샤사삭 정리된다.
소설의 설정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남편이 살해된 현장에서 아내가 도망친다'이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그냥 이 정도로만 소개하기로 한다.
고등학교 때의 연인,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이 그려지는 대목이 있다. '고등학교 때 연인'과는 맺어지면 안 된다는 게 어떤 전제처럼 강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군대 간 남친 기다려서 맺어진 경우. 그게 나쁘다거나 싫다거나 그런 느낌이 아니라, 정말? 그래에? 이런 느낌.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서 사귀게 되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귀지 않으려 했는데 아이스크림 먹어서 사귀었다는 건 아니겠지만, 진지하게 사귀려면 아이스크림이 필수인가 그런 생각도 든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하고,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내 인생에는 그런 달콤한 연애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역시나 사랑도 아이스크림도 케바케구나. 아이스크림 작전도 사람 봐가면서 들어가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나 혼자 해봤다. 아마존 킨들 언리미티드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프리다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3.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요즘 라면이 라면으로, 김밥이 김밥으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즐거운 현상이다. 물론 케데헌이 큰일 했다.
저자가 일본 사람이니, 이 책의 정확한 이름은 '내가 라멘을 먹을 때'일 텐데, 암튼 제목은 <내가 라면을 먹을 때>이다. 라면 먹는 아이가 있다. 이웃집 아이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고 있고, 그 이웃집 아이는 비데 단추를 누르고 있다. 이런 일상이 그 이웃 나라로 바뀌면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뀐다. 동생을 돌보거나 물을 긷거나 빵을 팔아야 한다. 마지막에는 땅에 쓰러진 아이가 있다. 쓰러진 아이에게서 시작된 바람이 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에게로 온다. 행복한 일상과 감춰진 일상.



동화는 어떠해야 하는가. 아이 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환상의 세계가 전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실상 또한 '그게 다야'라고 말할 수 없다. 절망을 넘어 희망만을 이야기한다면 매번 디즈니식 결론이 될 수밖에 없고, 적나라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자주 웃고, 방긋 웃는 우리 아이들에게. 실제와 환상, 이상과 현실이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룰 것인지가 중요할 테고, 그것이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 즉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갈 것인가는 오롯이 그 시간을 지나온 어른만의 몫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가진 어른의 몫이다.
4. 불확정성 원리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에 이끌려 '읽고 싶어요'를 선택하고, 그 말을 곧이 믿어버리는 나여서 바로 상호대차를 신청했다. 도착한 책을 대출해서 도서관 소파에 앉아 딱 펴자마자 바로 알아채버렸다. 이런 순!
이게 어디 가! 당최 어디가 쉬운 거란 말인가. 물리는 수학인데, 수학 중에서도 이건 미분인가요? 아니 적분인가요? 아니, 이것도 다 뭐예요? 네? 뭐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