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길게 엮인 글을 쓰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해서(콜록콜록,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밑줄 그은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 둔다.










『폭력의 고고학』에서 삐에르 끌라스트르는 이렇게 썼다.

이처럼 모든 문화는 인류를 두 부분으로 나눈다. 즉 인간의 대표로 긍정되는 자기들 자신과 거의 인류의 자격을 갖지 못하는 타자들이 그것이다. (64쪽)

나는 이것이 출생 후 인간(인간 아기)이 세계와 자신을 구분해서 인식하는 과정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체로 생각했던 엄마와 자신이 분리가능한 개별적 존재라는 충격적 인식이 호와 불호, 긍정과 부정으로 이어지는 판단의 기초가 된다고 본다. 긍정되는 자기들 자신과 부정되는(열등한) 타자들. 그래서 비교적 순탄한(?) 과정을 겪는 남아의 자아 정체감 형성에 비해 여아의 자아 정체감 형성 과정에 여러 난관이 산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점에 대해서는 다음에(진짜로 다음에) 이어가기로 하자.


1. 혈통과 소속

민족 담론에서 '한 핏줄' 신화는 민족 집단체 구성에 핵심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생김새(차은우를 봐서는 많이 비슷한 거 같지는 않음)와 비슷한 피부톤을 가지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이러한 '단일 민족' 신화가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한 핏줄'이 민족주의 기획에서뿐만 아니라 서구적 유형의 정체성 구성의 한 유형이라고 보는데, 입양되고 인공수정을 거쳐 태어난 아이들의 참true 부모 찾기를 그 예로 든다. (60쪽) 자신의 생물학적 혈통을 찾으려는 요구. 자신의 근원에 대한 집착. 결국 이런 혈통에 대한 갈구는 신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이는 외양적 차이가 구별 또는 차별과 연관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 타자성

'타자성'이라는 구성체가 불변의 '타자'를 배제하고/하거나 착취하기 위해 사용될 때 인종차별주의가 발생한다. (94쪽)

'타자'에 대한 신화적 전형은 주로 신체와 관련되어 나타나는데, 이를테면 1920년대 반유태주의 포스터에는 '유태인의 코'라는 악의적 이미지에 더해 '유태인스러운' 팔꿈치와 무릎도 언급되었다. 그러나 피부색이 인종차별주의의 주된 기표가 되면서 '홍red', '황yellow', '백white', '흑black'이라는 신화적 인종이 성립되었다(95쪽) 한 방울 법칙에 대한 집착과 '흑'을 악, 괴물 그리고 저급한 섹슈얼리티로 연관시키는 지속적인 시도 역시 삐에르가 말한 그대로다. '인간의 대표로 긍정되는 자기들 자신과 거의 인류의 자격을 갖지 못하는 타자들'.

3. 인종차별주의와 섹슈얼리티

인종화된 타자화로 인한 편견은 '이방인=강간범' 신화로 강화되는 한편,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남성들의 섹스관광 산업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신시아 인로(Enloe, 1989: 2장)는 백인 남성들의 성적 쾌락의 장소로 지목되는 아시아의 빈국에서는 이런 섹스 산업이 경제적 생계 수단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러한 지역의 위치는 태국, 남한, 필리핀과 같이 미군의 '휴식과 여가'를 위해 준비된 장소였던 경향이 있다. 가끔 이러한 관계들은 단순한 섹스 관계를 넘어서기도 한다. 동양 여성들은 곧 아름답고 온순하며, 근면하고 의존적인 '완벽한 아내'라고 구성된 탓에 우편 주문 신부mail order bride 회사들이 성행했다. (100쪽)

우편 주문 신부에 관한 각주에는 옮긴이의 이런 설명도 추가되어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적으로 우편 주문 신부 시장이 성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본문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 섹스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각주에는 우편 주문 신부 시장이 성행하는 지역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 대한민국이.











다른 한편으로는, 우편 주문 신부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Sarah, plain and tall>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 모두 다와 결혼하지 않는 것처럼, 일면 정형화된 방식의 만남 속에서도 사랑을 찾고, 끝내 사랑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4. 다문화주의의 효과

다문화주의의 효과는 여성에게 특히 해롭다. '다른' 문화 전통들이 문화적으로 특수한 젠더 관계의 측면에서 종종 정의되고, 여성들이 스스로, 특히 노년 여성들이 여성 행위의 통제에 참여하고 협조하여 민족 경계의 재생산에 이용되기 때문이다(Yuval-Davis and Anthias, 1989). 이러한 공모 중 한 예로, 영국에서 한 판사는 베일 쓰기를 거부한 후 이란에서 도망쳐 나와야 했던 한 이란 여성이 올린 망명 요청을 거부했는데, 이유는 '이것이 그들의 문화'라는 이유 때문이었다(이 사건의 설명은 재키 바바Jacqui Bhabha 변호사에게 들었다). (111쪽)


다문화주의가 여성에게 작동되는 방식은 양가적이고 복합적이다. 중국에서 전족의 실행자가 어머니였다는 사실 혹은 여성 할례를 시행하는 사람들이 노년의 여성들이라는 사실은, 여성이 여성 행위의 통제에 참여하며 협조한 사례이다. 전통과 문화의 이름으로 이어지는 이 모든 잔인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즉시 중단되어야만 한다.

‘여성성‘womanhood은 관계성의 범주이며 그와 같이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더욱이 민족성nationhood의 구성물들이 대개 ‘남성성‘manhood과 ‘여성성" 모두의 특정 개념들과 관련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주장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의 인식론적 뼈대는 지식이 상황적이며(Haraway, 1990), 한 가지 입장에서 나오는 지식은 ‘완성되지 못한다(Hill-Collins, 1990)는 인식에 기반한다. (15쪽)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외울것만 같은 해러웨이님의 말씀. '지식은 상황적이다' 되시겠다. 한 가지 입장에서 나오는 지식은 '완성되지 못하며', 나의 자기 인식이 부분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에야만 또 다른 지식의 추구가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마무리는 해러웨이님 말씀으로.










모든 읽기는 잘못된 읽기이자, 다시 읽기이며, 편파적인 읽기이자 강제적 읽기이며 상상된 텍스트의 읽기이기도 하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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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06-2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 공백 어떻게 없애는 건가요? @@ 나도 몰라요!

다락방 2024-06-25 12:37   좋아요 1 | URL
글쓰기 수정 하신 뒤에 맨 밑으로 가서 백스페이스 엄청 누르면 되지 않을까요?

다락방 2024-06-25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이 책 읽고 있지만 정리는 어림도 없거든요. 이해를 못하고 있어서.. 그런데 단발머리 님은 전체적으로 정리 해주셨네요. 넘나 멋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