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덤볐다가 모르는 이야기 한참 읽었다. 나는 레비 스트로스의 현장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예술과 오브제, 회화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부제를 다시 보니 <원시와 현대 예술에 관한 인터뷰>. , 원시와 현대 예술에 관한 이야기구나. 깝친 나를 또 반성한다. 나는 왜 나대는가. 나는 왜 까부는가. 부제에 뻔히 쓰여 있는 것을. 그것도 안 보고 왜 이 책을 읽겠다 덤볐단 말인가. 내가 읽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였다. 57쪽과 77.

 


문명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격차는 노예제, 이어 농노제,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양산과 함께 생겼다는 것을 앞에서 언급했습니다. (57)

 


어떤 사회적 현상에 문자 출현이 늘 그리고 도처에서 발생했다는 것에는 우리가 의견의 일치를 보았지요. 나는 문자 표기와 동시에 일어나는 사회 현실이 바로 카스트 혹은 계급 체제와 부합하는 분열 · 분리의 출현이라고 봅니다. 이미 말했지만 문자는 그것의 초기에 인간이 다른 인간을 노예화하는 수단이었어요. 물건을 사유화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77)

 


계급화를 설명할 때, 잉여 물자의 축적으로 인한 계급의 발생이 아니라, 문자의 출현으로 인간이 인간을 노예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보는 이런 해석이, 이런 문장이 내게는 두껍게 진하게 읽혔다.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슬픈 열대>는 너무 두껍고, 이렇게 두 권을 골라봤다.

 
















주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다.

 


게다가 다른 모든 종류의 오브제로 이행이 가능하지요. 저도 당신 생각에 동의합니다. 두 운동이 있는 거예요. 자연에서 문화로의 열망, 즉 오브제에서 기호로, 언어로의 열망이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운동은, 언어학적 표현을 쓰면 오브제에 감춰진 속성을 발견하고 알아보는 것으로, 인간 정신의 구조와 그 기능 양식과 공통성을 갖는 게 이 속성이지요. (154)

 

대부분 이런 이야기다. 자연 예술과 문화 예술, 추상화, 인상주의 그리고 오브제. 언어에 대한 부분에 관심이 있어서 주의해서 읽었는데도 전혀 쉽지 않았다. 사실은, 많이 어려웠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알라딘 이웃님이 오디오 매거진의 <조용한 생활>을 선물해 주셨다. 운전할 때, 다림질할 때, 혼자 산책할 때, 얼마나 야무지게 잘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좋은 친구는 이렇게 항상 함께하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글/오디오를 읽거나 들을 때, 그 배합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를테면, 나는 정희진 선생님과 김혜리 작가 편이 별로 좋지 않았고, 차라리 정희진 선생님과 임경선 작가 편이 더 좋았는데, 김혜리 작가와 홍기빈 작가 편은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이런 종류의 글 중에 기억에 남는 건 필립 로스와 프레모 레비의 인터뷰였다. <왜 쓰는가>는 필립 로스의 글을 모은 거였는데, 그 파트에서는 질문자가 로스이고 답하는 사람이 레비였다. 이 세상 최강의 까칠함을 선보이며 그렇게나 질문자를 괴롭히던 로스가 레비 앞에서는 얼마나 온순한 사람이던지. 적잖이 웃었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배려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한글책으로는 예전에 읽은 강신주-지승호의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이 기억에 남는다. 강신주의 책을 모두 읽었을 뿐만 아니라 그 책의 핵심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낸 지승호의 잘 준비된 질문이 강신주의 예리함과 만났을 때, 말 그대로 좋은 책이 탄생하는 장면이 이렇구나 싶었다.

 



이 책의 질문자 샤르보니에는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니 말은 그게 아니다를 시전하시는지, 뒷부분에서는 약간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 책이 잘 읽히지 않고, 불필요한 긴장감이 느껴진다면, 그 잘못은 샤르보니에게 있다. 전적으로.


 

<말 시리즈>의 전체 랭킹으로 봤을 때 이 책은 약간 뒤로 밀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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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4-09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 열대]는 대학 시절 문화인류학 수업 때 읽었는데,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네요.

어떤 사람들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기기도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역효과가 생기기도 하지요. 그래서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거이 중요할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4-04-10 15:19   좋아요 0 | URL
대학 시절 문화인류학 수업 듣고 그러셨단 말이에요? @@ 너무 근사한대요. 그 때, 저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감은빛님 말씀처럼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저도 생각해요. 그리고 가끔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게 더 먼저 필요할 거 같기도 하고요.

잠자냥 2024-04-11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문자가 싸움 거는 거 같아서 피로감 느껴졌다는 말씀에 104% 공감합니다. ㅋㅋㅋㅋ 어제 엠비씨 개표방송의 김진인가 뭔가 그 사람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4-11 19:04   좋아요 0 | URL
104% 공감 감사해요. 잠자냥님의 3별을 완벽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질문자를 미워하는 것만큼 예술에 대한 저의 이해 부족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엠비씨 개표방송 그 분은 ㅋㅋㅋㅋㅋㅋ 카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