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시선 다른시선 1
엠마 지음, 강미란 옮김 / 우리나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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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라고만 소개되는 이 책의 저자는 페미니스트이자 혁명가이며, 컴퓨터 엔지니어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던 블로거의 운영자이고, 웹툰이 큰 인기를 끌어 책 출간까지 이어진 듯하다. 책은 총 7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 신비롭고 놀라운 모하메드의 모험!은 포스트 테러리즘 이후 이루어진 이민자에 대한 폭력을 다뤘고 2)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폭력(?!)은 직장을 비롯한 일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폭력 행위에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3) 내 친구 C의 이야기는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출산 여성이 경험하는 무력감에 관한 것이다. 4) 남자들의 시선은 매스미디어를 포함한 영상 매체에서 그려지는 여성 사물화에 대해 다루었고 5) 너의 거시기를 봤느냐?는 클리토리스와 여성의 오르가슴을 6) 평범한 교외 거주자는 이민자들에게 행해지는 경찰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7) 휴가는 출산휴가라 불리는 시기에 산모들이 경험하는 휴식 없는 휴가에 대해 보여준다.

 


이 책은 여성의 몸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민자 문제,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페미니즘이 해석하고 설명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챕터 2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폭력(?!)”이었다. 배경은 남자들만 있는 직장, 전쟁터와 같은 분위기에서 현재 임신 중인 저자는 일을 제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다가 오히려 옷차림으로 놀림을 당한다. 이럴 때, 그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사람이 여자인 경우 반응은 사뭇 달라진다.

 




저자는 묻는다. 언제나 억압을 당하는 이들의 폭력성이 비판을 받는다. 그럼 어느 정도의 굴욕과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야만 그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가.

 


가진 자의 분노는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배려받지만 약자의 분노는 폭력 취급하는, 약자는 우아하고 세련된 시민일 수 없게 만드는 이 시스템! 나는 흥분하지 말라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다. (<정희진처럼 읽기>)  

 


약자의 호소는 소음으로 인식되고, 약자의 외침은 폭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고 언론은 약자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쏟아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에 대해 출퇴근 시간에 시민의 발을 붙잡으려 한다고 말한다거나, 세월호 유가족 그리고 10.20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시위에 대한 평가가 그러하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성적 억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여성들의 집단행동 역시 과격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존의 문법으로는 설명될 수 없기에/악의적으로 재단 당하기에 약자는 자신만의 언어를 가져야 하고, 또한 새로운 언어로 말해야 한다.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추구해 온 공동 지식체의 결실이다. 우리 삶과 관련된 결정을 하는데 모든 사람이 참여해 이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촉구하는 것이, 공동 지식체의 목적이다. 처음에는 30명이었던 사람들이 천 명이 되고, 4만 명이 되고, 그 후에는 20만 명이 되었다. 좀 더 정의로운 세상과 각자에게 주어진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동체의 힘이 점점 커졌다.  

 

다른 시선’, 즉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 우리 삶 전체를 유익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삶과 생활에 대한 고려가 후순위라는 뜻이 아니라, 그 일을 다른 이름으로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는 뜻이다.

 

 


오후에는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의 <8. 사이보그 선언문: 20세기 후반의 과학, 기술,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읽었다. 우리 모두는 기계와 유기체의 잡종으로 이론화되고 제작된 키메라(273)라고 해러웨이는 썼다. 누가 우리인가. 어디까지가 우리인가.

 


'여성(female)' 됨에는 여성(women)을 자연스레 묶는 것이 없다. 심지어 여성''과 같은 상태가 없다. 됨 그 자체가 성과 관련된 과학 담론 및 사회적 관습의 경합을 통해 구성된 매우 복합적인 범주다. 젠더, 인종, 계급에 대한 의식은 가부장제, 식민주의, 자본주의라는 모순적인 사회 현실을 겪어 온 우리의 비참한 역사가 강제로 떠안긴 성과다. 그렇다면 내 화법에서는 누가 '우리'로 간주되는가? ’우리'라는 강력한 정치 신화를 정초하는 정체성은 무엇이며, 이 모임에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282)

 


질문은 뒤에 있고, 답은 앞에 있다. 여성은 여성으로 묶이지 않는다. 여성과 같은 상태는 없다. ‘여성이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체성 대신 동맹과 결연으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인식 또한 확장되어 왔다.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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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3-27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의 분노는 뜨겁고 튀어나올 것 같지만 차갑고 또 차갑게 벼려져야 한다… 오뉴월에 한으로 응결시킨 서리처럼…. 그리고…… 제때에 그것을 꽁꽁 뭉쳐 던질 수 있다면…. 아니 가끔은 그걸 가지고 있다는 기운을 풍기는 것만으로도… 아무도 나를 못건드리지!! 나는 언어를 가질거고 무림의 고수가 될테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03-27 08:47   좋아요 2 | URL
더 자세히 더 구체적으로 더 정교하게 쓰고 싶어요. 그게 제 작은 바램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요.
오늘도(아니 어제도...) 도서관 사진에 기대 페이퍼 올리고 줄행랑 칩니다. 그 다음은 쟝쟝님이 맡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