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다. 도서관에서 보통 8-10권을 빌려와서 일주일을 같이 읽는데 아이들이
고르는 책은 1권 혹은 2권으로 압축된다. 이 세계도 독립된 하나의 우주여서, 이 우주만의 베스트셀러가 존재한다는
뜻일까. 그러니까, 그 책들은 <장수탕 선녀님>이었고, <우렁각시>였고,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였고, <신기한 독>이었고, <두루미 아내>였고,
<수박이
먹고 싶으면>이었으며. 저번 주에는 두 권이 경합을
벌였는데 <화 괴물이 나타났어!>와 <수박 수영장>이다.
어제는 <수박 수영장>을 쓰고 그린 이가 ‘안녕달’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녀/그의 필명을 기억해야겠다 생각하며 살펴보다가
헉! <초판 76쇄 발행>을 발견했다. 76쇄. 6쇄
아니고 7쇄 아니고 76쇄.
아이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책. 읽고나서 한 번 더 읽겠다 고르는 책.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수박 수영장에 해가 둥실
떠올라 한참 더워졌을 때, 구름 아저씨가 도착한다. 아저씨는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를 판매한다. 모두들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를 좋아해서 줄을 서야만 구입할
수 있다. 성경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당연히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을 생각나게 한다.
낮에는 구름 기둥, 밤에는
불 기둥이 백성 앞에서 떠나지 아니하니라 (출애굽기 13장 22절, 개역개정)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를 방황한다.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 때문에 3일
정도 거리의 광야를 40년 동안 헤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낮에는
타는 듯이 덥고 밤에는 한없이 추운 사막, 사막 한 복판에서의 광야 생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을 보내시고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이 그들 앞에 서서 그들의
행로를 인도하게 하신다. 낮에는 구름 기둥이 시원하게, 밤에는
불기둥이 따뜻하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호해준다.
수박 수영장의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시원하게 햇볕을 막아 주고 간이 샤워실로 작동한다. 아름답고 신나는 명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친구에게 <수박 수영장>이 76쇄다, 놀랍지 아니한가. 진짜 감동 실화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머리 속이 온통 푸코 뿐인 친구 왈. “맞아요, <감시와 처벌>도 24쇄 나갔대요. 철학 책 1000권이 팔리면 많이 팔린 거라고 (무려 한국에서)." 푸코 강의하시던 선생님이 그리 말씀하셨다고 한다. 웃으며
덧붙이는 말. 엄마는 베스트셀러만 읽어요. 그랬던 것이다. 그건 사실이었던 것이다. 나는 베스트셀러만 읽는 사람. 어제 읽은 <수박 수영장>은
76쇄이며, <감시와 처벌>은 인문학 슈퍼 스타의 최고 인기작.
<여전히 미쳐 있는>을 뒤늦게 구매했는데 북펀드 후원자명에 아는 이름들이 보여 반가웠다. 나는 왜 북펀드를 몰랐을까, 나는 바빴을까, 를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다시 북펀드를 하게 된다면 이름을 어떻게 넣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여전히 미쳐있는 단발머리’가 제일 무난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의 북펀드 소식도 있던데 여기는 3개의 선택지가 있다.
1.
영장류
단발머리
2.
사이보그
단발머리
3.
여자
단발머리
이 중에 뭘로 결정할지는
밑에 알라딘 친구/이웃분들의 댓글을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어제부터 배송되는 것 같더라. 살까 말까 기다릴까 그냥살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쩐지 모르겠지만 ‘평일에도 대형서점에 줄 세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라니. 아,
읽고 싶다. 그렇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베스트셀러를 좋아한다. 근데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식이 있어
둘 중의 한 권을 사야 한다면 <정보라>,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는 줄거리 살짝 읽고도 내가 <저주토끼>를 못 읽을 사람이라는 걸 알았는데, 이 책 <고통에 관하여>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보라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었지만, 한 인터뷰 기사를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그 기사를 지금은 찾을 수가 없…… 가장
최근에 읽은 기사는 바로 이거다.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 “진짜 공포는 이 세상에 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51164.html)
감처라 불리는 베스트셀러
419쪽까지 읽었다. 마저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