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인건 확실한데 그 작품이 『에브리맨』인지 『네메시스』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두 쪽, 첫 페이지가 중간에서 시작했으니까 정확히는 1쪽 분량인데, 처음부터 너무 훅~ 들어와 버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중요한 이야기 여기에 다 풀어놓으시면 뒤에서 무슨 이야기하시려고요. 스트라우트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He was such an asshole.(4p)
4쪽에서 플로시는 아티와 이야기하던 중에 자기 남편을 가르쳐 asshole이라고 말한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라면 암묵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려 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피하는 게 일반적인 정서인데, 플로시는 같이 살았던 남편을 asshole이라고 말한다. 이해한다. 그런 asshole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asshole을 asshole이라 부르는 걸 뭐라 할까.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nd I miss him so much. (5p)
그다음 페이지에서 플로시는 그 asshole이 그립다고 말한다. 아니, 그러니까 그 남자는, 죽은 남편은 asshole인데 그 남자가 그립다고요? 보고 싶다고요?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이 asshole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양가적 의미에서의 asshole이다. 그는 asshole이 분명하고, 그의 행동은 asshole다웠다. 그에게는 그런 명칭이 적당하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일말의 좋은 점이 있었으니,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미운 정'. 그는 나쁜 사람이었고, asshole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했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한 가지의 장점이 있었고, 한 가지의 선한 행동이 있었던 건 아닐까. 100개의 무심함과 100개의 무모함 사이 단 하나의 선행. 하나의 친절. 하나의 친절에 대한 하나의 기억.
아니면 이런 경우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asshole이다. 천생 악인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고 해도, 플로시에게는 1의 애정도 없었던, 단 한 번도 플로시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던, 평생 그녀를 무시하고 경원시했던 그런 asshole. 그렇다면 플로시의 두 번째 문장은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매운맛의 asshole을 플로시는 왜 그리워할까. 그런 그를 왜 보고 싶어 할까. 그건 그가 차지했던 자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옆의 사람. 그는 asshole이 분명한데, 그런데 적어도 그는 지금 내 옆에 있어줄 사람이니까. 불평불만에 절로 한숨이 나오는데, 그래도 옆에 있어줄 누군가를 그녀는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를, asshole을 그녀는 그리워한다.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

외출할 때 책을 딱 한 권만 챙겼다. 오늘 이 책 많이 읽으리의 굳은 결심으로 그렇게 했는데, 읽다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도 좀 신나고 싶어요. 오늘은 좀 신나도 되잖아요~ 의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는 잭 리처를 읽었다.
책 찾는데 30분 걸렸다는 건 안 비밀. 안 읽은 리처가 집에 있다는 건, 참...
자랑할 만한 일이다.
나는 집에 한 권 있다. 안 읽은 잭 리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