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문에 청소년기는 여자에게 무척이나 어렵고 결정적 시기이다. 지금껏 그녀는 자율적인 개인이었으나, 이제 자기의 주권을 포기해야만 한다. (467)


 

여성이 청소년기를 보내며 자기의 주권을 포기해야만 하는 과정과 상황에 대한 설명은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에 잘 나와있다. 몸과 성, 외모, 엄마가 되는/되지 않는다는 것,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성 정체성 그리고 여성을 둘러싼 온라인과 여성 혐오, 대중문화, 환경, 과학, 노동 등 모두 열두 가지 주제로 소녀들에게 다채로운 페미니즘 이야기(알라딘 책소개)를 소개했다. 책이 있으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을 텐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이라 지금 없다. 친구들과의 우정에 흠뻑 빠져있던 소녀들이 또래 남자 아이들의 시선에 자신을 맞춰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은얼어붙은 여자』인데, 이 책도 지금은 없다.  

 

소녀가 여성으로 변하는 과정은 소년이 남성으로 변하는 과정과 사뭇 다르다. 소년에게 모험과 도전이 장려되는 반면에 소녀에게는 안전과 체념의 정서가 강요된다. 소녀를 가장 강제하는 건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자신의 몸에 새기는 것과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수용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모든 인간에게 자연스럽고 정당한 것이나 여성에게 아름다움은 존재 의미를 규정하는 것으로 여겨지기에, 아름답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과 아름다움을 판매하는 자본주의 논리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초경 이후 임신에 대한 두려움과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에 대한 비난 역시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탐구를 극도로 저어하게 만든다.

 


더 읽어보겠다.






그(남자 아이)는 하나의 같은 동작으로 무언가를 하면서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데, 이와 반대로 여자는 애초부터 이미 자율적인 자기 존재와 자기의 ‘타자 - 존재‘ 사이에 충돌이 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 마음에 들도록 해야 하고, 자기를 객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 P403

공주는 양치기 소녀든 간에 사랑과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뻐야만 한다. 추하다는 것은 잔인하게도 심술궂다는 것과 결부되어 버린다. - P418

그들은 저마다 다른 두 범주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실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남자보다 핸디캡을 가장 덜 느끼는 사람은 바로 여자 운동선수들이다. 신체적 연약함이 여자에게 폭력을 배울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 P464

남자의 관심을 끌고 남자를 감탄시키는 데 긍지를 느끼는 그녀는 역으로 그런 일을 당하면 격분한다. 사춘기를 겪으며 그녀는 수치라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수치는 그녀의 교태와 허영심에 뒤섞여 있다. 남자들의 시선은 그녀를 기분 좋게 하는 동시에 상처를 입힌다. 그녀는 자기를 보이고 싶은 범위 내에서만 보이기를 원한다. 그녀의 두 눈은 언제나 지나치게 날카롭다. - P487

하지만 젊은 처녀는 독립적인 개체로서 자기를 성취하기가 젊은 남자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녀의 가족도 사회적 풍습도 그녀의 노력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가 독립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녀는 자기 인생에 남자와 사랑이 차지할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만약 그녀가 어떤 일에 자신의 전부를 바친다면, 그녀는 여자로서의 운명을 놓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된다. - P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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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0-14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단발머리님 500쪽 넘기셨네요!👍👍👍

단발머리 2021-10-14 10:31   좋아요 4 | URL
저, 지난 달에 <프랑스어 책읽기 모임>의 <제2의 성> 읽기 진도를 따라가고 있어서요. 앞쪽 부분 패쓰하고 읽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앞에 380쪽 남아있습니다. 헐 ㅠㅠㅠㅠ

청아 2021-10-14 10:32   좋아요 4 | URL
앗ㅠㅠ 그래도 프랑스어 책읽기를 하신다니 너무 멋쪄요!!ㅋㅇㅋ👍👍

단발머리 2021-10-14 10:34   좋아요 4 | URL
그러나 매우 부끄러운 읽기입니다. 다른 분들은 진짜 읽으시고요. 저는 글자 맞추기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리랑 글자 맞추기만 하고 있어요^^

막시무스 2021-10-14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면서 여성의 탄생부터 중요한 생의 변곡점마다의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이성적인 요소등을 정리된 텍스트로 읽어 가며 이해해가는 묘한 매력같은게 있는것 같아요! 다만 저는 남자라서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100% 감성적으로 느끼는데는 한계가 있는것 같기도 하구요!ㅎ 맛점하시고 화이팅하십시요!

단발머리 2021-10-14 13:36   좋아요 4 | URL
막시무스님이 잘 짚어 주셨는데요. 저도 생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여성‘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육체적, 심리적 압박이나 상황, 환경을 적확한 언어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이 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로서만 이해가 되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이면서도 저 역시, 페미니즘을 말하는 사람들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거든요.
막시무스님 쭉쭉 진도나가셨다는 소문 익히 들었어요. ㅎㅎㅎ 저도 더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좋은 오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