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에서 인류가 도착하는 곳마다 대형 포유류들을 얼마나 잔혹하게 몰살시켰는지에 대해 읽으면서, 인간으로서 인간이 참 싫었다. 인간들이 휩쓸고 지나간 곳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잔혹한 살상이 생존을 위해서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는데, 일주일 내에 먹지 못할 것을 저장해 두는 커다란 냉장고를 두 개나 가진 사람의 양심으로는,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랩 걸』의 호프 자런의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읽는다. 『랩 걸』이 순수한 열정으로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고 시간을 견뎌내며 과학자가 된 호프 자런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1969, 미국에서 태어난 저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삶이 이전보다 얼마나 더 풍요로워졌는지에 대한 통계와 그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곡물생산량의 증대, GMO 농작물의 출현, 연어 양식 문제 등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있다. 영화를 볼 때는 유전자 조작 팝콘을 먹고, 점심에는 연어 정식을 먹는다. 하지만 역시 가장 놀라운 건 고기에 관한 이야기다.

 


2011년 이후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연간 3억 톤을 넘었다. 이는 1969년 생산량의 세 배에 해당한다. 그중97퍼센트는 세 종의 가련한 동물이 차지한다. 소와 닭, 돼지는 50년 전에도 전체 육류의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런 증가의 부담을 세 동물이 공평하게 진 것은 아니다. 1969년에 비해 소는 50퍼센트 정도 더 도축되어 소고기 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고, 돼지는 세 배 더 많이 도축되어 네 배 더 많은 돼지고기가, 닭은 여섯 배 더 많이 도살되어 열 배 더 많은 닭고기가 생산되었다. 여기에 더해 암탉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조 개의 알을 낳는데 이는 1969년 생산량의 네 배에 이르는 수치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21세기는 닭이라는 생물종에게 어두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71)

 


육식과 육식으로 인한 지구의 변화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나는 많이 먹지 않는 편이라고, 우리집의 진정한 육식 인간은 1명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달라지고 있는, 정확히는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인가. , 전기, 석유. 이 모든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동물인 나는, 어쩌란 말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을 때 희미한 북소리처럼 들리던 것이 이제는 내 머릿속에서 마치 주문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13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 (127쪽) 


 


더 많이 먹을수록 더 많이 버리게 된다. 1970년에 미국인은 매일 평균 150그램의 음식을 버렸다. 오늘날 이 수치는 300그램으로 늘어났다. 미국 가정에서 최근 매일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지는 것의 20퍼센트는, 먹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음식물이다.
- P111

왜 고깃덩어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았을까? 왜 냉장고를 고치고, 라벨을 디자인하고, 비타민 C 함량을 계산하고, 고기와 빵과 과일과 상자와 병과 포장 용기에 든 설탕을 가게와 학교와 레스토랑과 병원에 실어 나르기 위해 도로를 정비하고 카뷰레터를 교체했을까? 왜 상점에 가서 통로를 걸어 다니며 살펴보다 선택해서 사고, 자르고 으깨고 간을 해서 음식을 내놓는 것일까? 우리는 이런 노동에 삶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집을 떠나 일을 하고 또 일하고 일하는 것은, 이런 공급의 엄청난 전 세계적 연결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다.그러고 나서 우리는 이루어낸 모든 것의 40퍼센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는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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