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온두라스에서 160명으로 시작된 캐러밴 행렬은 멕시코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7,000여명에 이르렀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대규모 탈출 이민자 행렬에는 중대 범죄자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불법 이민자라고 규정했다. 불법으로 땅을 점령하고 선주민 인디오들을 학살하고, 아프리카 고향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을 노예로 철저하게 이용했던 잔인한 사람들의 후예답다.



 


 

 

사진은 1891, 뉴올리언스 중심가 광장에 모인 성난 백인 군중들을 묘사한 신문 삽화이다. 그들은 소리친다. “저 백인 검둥이 살인마를 교수형에 처하라!” “저 검둥이 백인 놈들의 목을 매라!” 경찰서장 살해 사건과 관련되어 수감중이던 이탈리아 피고인 11명에게 무죄가 내려지자 성난 관중들은 교도소 문을 부수고 안으로 진입해 수감자들을 그 자리에서 살해했다.

 


<2: 누가 백인인가>는 미국 사회에서 사회적, 문화적으로 만들어졌던 백인성, 백인됨의 개념을 추적한다. 이민 시대 초기 백인은 오직 앵글로색슨만을 의미했다. 독일인에 대해 반감이 컸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독일계조차도 순수한 백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천명했다(38). 언론에서는 아일랜드 이민자를 원숭이, 야수, 술주정뱅이로 묘사했고(41), 동남부 유럽 이민자들은 견습 백인(probationary white)으로 규정되었다(43).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백인 검둥이(white nigger/44쪽), 그리스 이민자들은 기니아, 즉 검둥이로 불렸다(45). 유대인들은 검은 동양인, 하얀 검둥이(whiteniggers)로 불렸다(47).  

 

산업별 노조가 결성되고 민권운동이 확대되면서 남동부 유럽계 이민자들은 백인으로 편입되었다. 유대인 역시 1940년대 후반부터 유대인성을 잃어버리는 대신 완전한 백인으로 탈바꿈했다. 백인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흑인이라는 거대한 단일 집단에 대항하기 위해 백인들은 백인의 경계를 확대시켰다. 미국이라는 천국에 도착했던 모든 이민자 중에서 오직 백인만이 자유와 인권의 주체가 될 수 있었기에, 새롭게 백인 정체성을 부여 받은 이민자들은 자신이 획득한 백인성에 감격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민자의 땅 미국에서 백인, 미국인, 시민권 이 세 가지 개념이 종종 한 세트로 묶여서 이해되었기에(33) 가능한 일이다.

 


독일계 이민자였던 친가와 스코틀랜드에서 온 이민자를 어머니로 둔 트럼프 같은 백인’은 이제 미국이라는 드넓은 땅의 주인이 되어, 그 곳에 편입되고자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불법이라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역사의 아이러니다. 수전 손택이 했던 그 모든 무수한 훌륭한 말들 중에서도 이 말만 기억에 남는 이유다.

 



진실은 모차르트, 파스칼, 불 대수, 셰익스피어, 의회정치, 바로크양식 교회, 뉴턴, 여성해방, 칸트, 마르크스, 발란친의 발레가 이 특정 문명이 세계에 초래한 것을 속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인들은 인류 역사의 암이다.”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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