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은 서양에서 진실을 생산하기 위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기술의 하나가 되었으며, 그때부터 우리는 고백이 유별나게 행해지는 사회에서 살게 되었다. 고백의 효과는 사법, 의학, 교육, 가족관계, 애정관계, 가장 일상적인 영역, 가장 엄숙한 의례로 멀리 퍼져나갔고, 누구나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고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고백하고 자신의 과거와 몽상을 고백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하고 자신의 질병과 빈곤을 고백하고, 누구나 가장 말하기 어려운 것을 최대로 정확하게 말하려고 열심이고, 누구나 자신의 부모, 교육자, 의사,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고백하며, 다른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고백은 기쁨과 괴로움 속에서 자기 자신만이 볼 수 있을 뿐인 글로 쓰이기도 한다. 누구나 고백한다. 아니 누구나 고백을 강요당한다. 고백이 자발적이지 않거나 내면의 어떤 요청에 의해 행해지지 않을 때에는 위협이나 술책에 의해 고백을 억지로 끌어내는 일도 벌어진다. 고백을 영혼 밖으로 사냥감처럼 내몰거나 육체에서 떼어내는 것이다. 중세 이래 고문은 고백에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누구라도 고백을 거부하면 고문이 전면으로 나선다. 고백과 고문은 이를테면 서로에 대해 적의(敵意)로 가득찬 쌍둥이인 셈이다. (『성의 역사 1』, 71)

 


고문에 의한 고백에 대해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마녀사냥을 떠올렸다. 혹시나 해서 『캘리번과 마녀』을 훑어보았는데 빨간 인덱스가 있어서 이 문단을 금방 찾았다.


 

푸코가 감지했던 성에 대한 "담론적 폭발" [목회나 고해성사가 아니라] 마녀사냥 고문실에서 가장 강력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는 푸코가 여성들과 고해의 대상 사이에 흐르고 있다고 상상했던 상호 감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심문관들은 상대가 수십년 전에 성적인 위업을 치른 나이 든 여성들이라는 사실에 구애받지 않고 그 어떤 마을의 성직자들보다도 과감하게 마녀들에게 자신의 성적인 모험을 세세하게 토해낼 것을 강요했다. 이들은 마녀혐의자들을 거의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이 닦달하여 젊은 시절에 처음으로 어떻게 악마를 접하게 되었는지, 삽입시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 품게 된 불순한 생각들이 무엇인지 털어놓도록 했다. 하지만 성에 대한 이처럼 기묘한 언설이 펼쳐진 무대는 고문실이었고, 질문은 형틀을 사용하여 고통으로 미쳐가는 여성들에게 던져졌다. (『캘리번과 마녀』, 284)

 


 

성에 대한 담론적 폭발이 목회나 고해성사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푸코의 주장에 대해 실비아 페데리치는 담론적 폭발이 이루어진 장소는 마녀사냥 고문실이었다고 주장한다. 푸코는 물론이고 마녀사냥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푸코의 저 문단을 있는 그대로 독해했을 때, 나는 실비아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푸코가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을테지. 계속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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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20-11-1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무서워 ㅠㅠ

단발머리 2020-11-18 11:28   좋아요 0 | URL
좀 무섭기는 하지요 ㅠㅠㅠ 흐미

다락방 2020-11-1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실비아 페데리치가 푸코 언급한 걸 가져오셨어요, 단발머리님...
저는 포르노관련 책 읽다가 푸코 언급한 것만 기억났는데 우리가 같이 읽은 실비아 페데리치에 나온 건 까맣게 몰랐어요..
단발머리님 멋져 ♡.♡

단발머리 2020-11-18 11:32   좋아요 0 | URL
푸코를 읽는데 ‘마녀사냥‘이 자꾸 떠올라서요. 찾아보니 책 처음부터 실비아가 그렇게나 푸코를 비판했더라구요.
푸코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비판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흐미 2

2020-11-18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18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