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초니까 3 아니면 4 쯤이던가, 가깝게 지내는 집사님이 새로운 독서모임에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집사님은 초등학교 독서모임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해 왔는데, 중학교 독서모임은 분위기가 다르더라는 말을 했다. 초등학교 독서모임에서 이야기의 시작은 책에 대한 의견 감상이지만, 말이 오가다 보면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하게 전반적으로는 육아 모임 분위기라 했다. 처음 나간 중학교 독서모임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해, 책에 대한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서는 같다고 전한다. 다시 책읽기에 대한 엄마들의 뜨거운 열정에 놀란다. 10 가까이 아이들 독서모임을 함께 했던 언니들을 제외하고, 규칙적으로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엄마, 책을 읽는 전업주부가 주변에는 없기 때문이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닌가 보다. 읽는 엄마들은 다들 독서모임에 나가는가 보다. 독서모임이 독서를 지속하는데 좋은 동력이 되어주고 있나 보다. 알라딘이 내게 그런 것처럼. 




































하긴 역시 올초에 새로운 독서모임에 나가게 친구가 독서목록을 보내주었다. 중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모임인데,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한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계속 독서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목록을 대충 살펴보는데도 !소리가 절로 났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시작해일리야스』, 『오딧세이아』는 물론 한나 아렌트의예루살렘의 아이히만』까지 보인다. 최은영, 김상섭은 물론 정희진까지 최근 베스트셀러 도서도 간간히 보여 고전과 현재를 아우르는 스펙터클 독서 스펙트럼에 한껏 감동했다.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와우! 여기 수준 장난 아니다! 이런 책을 같이 읽는 거야? 읽는 아니고. 나도 갔어. 전부가 아니라 반만 읽어도 정말 대단하다. 대단한 독서 목록의 대단한 독서모임이다. 



이디스 워튼의 단편 모음집징구』에는 <징구>, <로마의 열병>, <다른 사람> 그리고 <에이프릴 샤워> 이렇게 4개의 단편이 있다. 내가 뽑은 단편집 최고의 작품이자, 내가 뽑은 올해 최고의 단편소설로 유망한 작품은 <징구>이다. 독서모임 회원들의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문장, 문장이 아주 배꼽 빠지게 재미있다. 



책을 읽는 삶과 책을 읽지 않는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책을 읽는 삶을 선택하고 싶다. 책이 주는 위로, 기쁨, 즐거움, 그리고 감동이 내게는 소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책은 많이 읽지 않은 사람보다 나으냐,라고 묻는다면,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같다. 책이 가진 수많은 장점, 책을 통해 얻게 되는 수많은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없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어 정보와 지식이 풍부해도 사건 전체를 꿰뚫어 볼만한 안목이 없을 수도 있고, 책을 많이 읽어 훌륭한 문학작품의 제목과 저자, 줄거리를 훤히 알고 있다 해도 작품이 전하고 싶은 인간으로서의 감성, 공감, 애정을 자신의 가슴에까지 전달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디스 워튼의 독서모임에 대한 냉소는 독서모임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독서하는인간 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 같다. 인간은 어느 순간에든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인간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싶어하고, 소설에서는 도구가 책이며, 공간이 독서 클럽이다. 읽는 여유로운 부인들의 허위와 위선은 독서라는 매개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데, 인간 본연의 민낯이 드러나는 과정이 그렇게나 진지하며 그래서 더욱 우습다. 




추석으로 지친 감성에 1독을 권하고픈 책이다. 6개월 이내에 누가 내게요즘 무슨 책이 재미있어?”라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있게 대답할 있다. 




『징구』, 『징구』가 재미있어. 진짜 재미있다니까. 

진짜, 진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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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9-1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추석입니다.
가족과 함께 즐겁고 좋은 명절연휴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9-09-13 22:04   좋아요 1 | URL
네, 추석 인사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맛난 전 부치시고 어머님 심부름 하시느라 애쓰셨어요^^
남은 시간 행복하고 여유로운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래요~~

블랙겟타 2019-09-13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징구라는 것은... 도라에몽에 나오는 주인공 (한국판이름인) 노진구가 생각이 나게 하는데요. (뜬금없죠? ^^:;)
마지막 글처럼 단발머리님께서 얼마나 재밋길래(!) 조만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요 ^^

단발머리 2019-09-14 07:33   좋아요 0 | URL
그 친구 이름이 노진구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전 이번에 징구에 대해 새로 알게되었거든요. 블랙겟타님의 리뷰도 저랑 큰 차이가 없을거라 예상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희선 2019-09-14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 대단하네요 혼자가 아니고 여럿이어서 그동안 읽지 못한 걸 읽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혼자만 보니 여전히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제가 저를 봐도 책을 본다고 괜찮다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보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저는 그저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삽니다

남은 연휴면서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단발머리 2019-09-14 07:40   좋아요 1 | URL
네, 희선님.
저도 본격 독서모임은 해보지를 못 해서 그냥 상상할 뿐인데, 독서모임 친구, 지인들과 같이 읽으면 더 많이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문제는 모임에 나가는 건데, 전 아직 그게 좀 부끄럽고 어색하고 그러네요.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의 삶도 대단한 거라는 생각이 저는 요즘 들어요.

남은 연휴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다락방 2019-09-14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구 정말 재밌죠!!!!!!!!!!!!!!!!!!!!!

단발머리 2019-09-14 07:54   좋아요 0 | URL
전 다정한 친구가 이 책을 선물해줘서 읽었거든요. 아끼고 아끼다가 살짝쿵 펼쳤는데 펼치자마자 크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숨에 읽어버렸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좋은 일도 슬픈 일도 화나는 일도 많지만, 책 읽는 이런 재미에 살 맛 납니다.
진짜 재미있죠, 징구.
세상에는 징구를 아는 사람과 징구를 모르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징구가 뭘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9-09-14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징구,장구...혼자 오독하고 헷갈린..ㅋㅋ
글케나 재밌는 책이군요!!
독서모임은 저는 못나가겠어요.
제 독서수준이 너무 낮은 것 같아서요ㅋㅋㅋ
저희동네 도서관에도 한 번씩 인문학 강좌를 개최하길래 들어 볼까?기웃거려 보면 책 제목이 죄다 알고 있지만,읽어 보지는 못한 고전 인문학 책들이 정말 많아서 기 죽을 때가 많아요ㅜㅜ
그래서 읽어 본 후 들어봐야겠다 뒤로 미루니 이건 뭐~~영원히 강좌 듣기가 힘들 것 같은..ㅋㅋㅋ
편독의 습관을 고쳐야할터인데...어렵습니다^^

단발머리 2019-09-14 07:53   좋아요 1 | URL
징구 읽으신 후 책나무님의 평도 듣고 싶어요. 얼른 1독 하시기를!! 제가 막~~ 권한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동네의 독서모임도 괜찮은 책을 많이 읽던데 근래에는 학부모 독서모임에서도 좋은 책들을 많이 읽더라구요. 근간의 페미니즘 도서도 제법 포함되어 있어서 달라진 세상을 실감합니다.

저야말로 편독이라서요. 막 끌리는대로 여기저기..... 전 고치기 어려울듯 싶습니다.
책나무님, 여유롭고 행복한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래요!

카알벨루치 2019-09-1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명절 잘 보내셨죠? 늘 건강하시고요 ㅎㅎ

단발머리 2019-09-15 08:50   좋아요 1 | URL
네네~~~ 저는 평범하고 지루하게 명절 잘 보냈습니다. ㅎㅎㅎㅎㅎ
카알벨루치님도 늘 건강하시길요!!

2019-09-15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16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