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기에서 인물과 소재를, 사건과 배경을 메타포로만 이해하는 건 너무 나이브한 태도인 건 맞다. 하지만, 나 역시 반백년을 눈앞에 둔 옛날 사람이고, 하여 맨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촌스러운 이해와 해석을 완전히 모른 척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헨리가 잠수를 타고, 알렉스가 대서양을 건너간다.


현실의 무거움을, 외부의 질타를 이겨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헨리는 알렉스와 헤어지려 한다. 도전해 보지도 않은 채, 시도해 보지도 않은 채, 이제 막 발견한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하려는 헨리. 알렉스는 그런 헨리를 도발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사랑싸움이야 연인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두 사람의 싸움은 난관으로 가득 찬 현실 앞에서 이 사랑이 이어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싸움이다. 이 싸움의 끝이 극적인 화해가 될 것인지, 가슴 아픈 이별이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독한 말을 쏟아낸다. 그래, 이 싸움을 끝내자, 이 사랑을 끝내려면 끝내자,는 각오로 알렉스가 헨리에게 던지는 한 마디. I'll leave as soon as you tell me to leave.
"I'll leave," he says, and he turns back and leans in, "as soon as you tell me to leave."
"Alex."
He's in Henry's face now. If he's getting his heart broken tonight, he's sure as hell going to make Henry have the gusts to do it right. "Tell me your're done with me. I'll get back on the plane. That's it. And you can live here in your tower and be miserable forever, write a whole book of sad fucking poems about it. Whatever. Just say it. " (274p)
그 살벌한 싸움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아무튼 두 사람은 화해한다. 화해의 키스로 화해하고, 화해의 ... (말을 줄일 수밖에 없는 뜨거움)
미국은 영국의 속국이었지만, 이제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다. 세계 최강 미합중국 대통령의 아들인 알렉스의 로열패밀리 여부는 그의 어머니의 당선 여하에 달렸지만, 헨리는 출생 시부터 영원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죽는 그 순간까지 왕자님이다. 영국의 왕자님과 미국의 the First Son. 두 사람이 사랑할 때, 이 책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베드신에서 나는, 영국 왕자님을 영국으로, 미국의 the First Son을 미국으로 읽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원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일반의 문화에서 남성은 성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여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의 끝없는 베드신에서, 영국은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 역시 영국을 사랑하는 것이 확실해 보이나,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는, 상위의 이점을 점유하는 이는 미국이었으니. 저자는 케이시 맥퀴스턴. 1990년생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