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알 수 없는 사람이 잃어버린 열쇠처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다가,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이 갑갑하다,
아무한테도 연락하고 싶지 않다,
아무런 대문도 열지 않기로 하고,
뜨거운 불길 속에 던져진,
뼈를,
바다에 뿌렸다.
그러자 소리없이 문이 열려, 다시는 닫을 수 없게, 열리고 날리고, 멀리 멀리 멀리 멀리 떨어져 나간다.

2021년 7월 4일 일요일 오후, 인천 바다





열쇠
Klucz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으로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ㅡ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누군가의 낯선 손에 들어올려져서는
아무런 대문도 열지 못한 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게 될
내 잃어버린 열쇠처럼.
고철 덩어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들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카드나 별자리, 공작새의 깃털 따위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점괘는 종종 나온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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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이 무섭다. 어제, 고등어구이에 된장찌개, 상추쌈까지 푹푹 싸서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서 TV를 틀었는데 ‘맛있는녀석들‘ 홍윤화가 전주비빔밥을 먹는 거라, 우와아, 아는 맛, 그 맛! 어찌나 먹고싶던지! 맨밥에 고추장이라도 한 숟갈 비벼 먹겠다고 벌떡! 일어났다 앉았다 일어났다 앉았다, 다짐했다. 참았다가 제대로 비빔밥, 전주비빔밥보다 백배 더 맛있는 울엄마비빔밥을 먹으러 가겠다고!

풍덩! 아는 맛이 무섭다.
풍덩! 제목 보고 그림 보고 풍덩, 으아아, 풍덩하고싶다아!
풍덩! 해본지가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마지막 풍덩은 언제였던가?
누구와 함께였던가?
보통은 풍덩을 혼자 하지는 않지.
하지만 지금은 보통이 보통이 아닌 시절,
보통이 아닌 보통마저 보통이 아닌 시절,
혼자 풍덩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하는 풍덩이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풍덩 하다가 혼자 풍덩 하는 누군가를 만나서 둘이 풍덩하다가 셋이 풍덩 하다가 풍덩 풍덩 풍덩! 여럿이 풍덩하고 싶다.
여럿이 풍덩하는 맛,
아는 맛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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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29 15: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한국어 어감이 영어보다 생생!
풍덩!
풍덩!
풍덩!ㅎㅎ
잘잘라님
오늘 하루
더위 피해
시원하게~

잘잘라 2021-06-29 20:57   좋아요 3 | URL
낮에 그렇게 덥더니, 지금은 고맙게도 시원한 바람 숭덩숭덩~ 이 바람 숭덩 숭덩 scott님 계신 곳까지 가 닿기를~~~

라로 2021-06-29 1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등어구이에 된장찌개, 상추쌈까지 푹푹 싸서 드셨다는 글만 읽어도 안절부절이에요,,, 제가 아는 그 맛이 느껴지네요.ㅠㅠ 근데 어머님의 전주비빔밥이 어떻길래?????? 부럽습니다!!!ㅠㅠ

잘잘라 2021-06-29 21:04   좋아요 2 | URL
으아, 어저께의 제가 저도 부럽... ㅎ.. ‘엄마비빔밥‘에는 특별히 비름나물이 들어가요. 고추장이랑, 으,,, 생각하니 또 침이 꿀떡. ^______^

2021-06-29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9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6-30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엉뚱하지만 전 책의 바다에
풍덩~하고 싶습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잘잘라 2021-06-30 12:11   좋아요 1 | URL
책의 바다, 말씀하시니 글자가, 한글이, 알파벳이, 숫자가, 그림이, 사진이, 낱말로 문장으로 파도치고 물결치고 솟아오르고, 너무 생생하니 조금 무섭기도.. 😆

서니데이 2021-07-01 0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 오늘부터 7월입니다.
더운 날씨와 다가오는 장마가 있지만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좋은 7월 보내세요.^^

잘잘라 2021-07-01 01:3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7월은, 말하자면 여름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계절이예요. 7월이라니, 으아, 다 집어치우고 머리 깎고 뛰쳐나가고만 싶습니다. 서니데이님도 건강한 여름, 떠들썩한 여름 보내시길 바래요. 일단 오늘밤은 좀 조용하게 보낸 다음에요~^.^

페크pek0501 2021-07-06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비빔밥, 저도 먹고 싶으오.

올해는 코로나로 시원한 피서지에 못갈 듯해 아쉬워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1907년 스웨덴 스몰란드 지방의 작은 도시 빔메르뷔에서 태어나 2002년 스톡홀름 달라가탄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5쪽)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나의 꿈,
자택에서 생을 마감하고싶다.
지금 죽을 수 없는 이유다.
꿈을 이룰 수 있을 지 없을 지 죽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내가 할 일은 하고봐야지.
집을, 내집을 짓자!
돈을 벌자!
땅을 사자!

아무튼 이런 나도 ˝폭력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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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까치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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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에에에에박! 내가 최초가 될 것이다. 내 주변 인물 통틀어서, 만난 지 20년 넘은 친구들까지 다 불러들여도, 아마, 이 책을 읽은 최초의 인간은 나일 것이다. (정말이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튼 최초일지언정 최후는 되지 않겠다. 열심히 떠들고 다녀야지. 빌 브라이슨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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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21-06-12 1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떠들고 다니다가 혹시, 이 책을 읽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아아, 그 친구 손잡고 방방 뛰며 좋아하다가, 내가 최초가 아니었다고, 내가 아는 누구누구도 이 책을 읽었더라고, 섣부른 추측 남발죄를 자백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붕붕툐툐 2021-06-13 0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최초의 인간이시군요! 먼저 읽은 친구 손잡고 방방 뛰며 좋아하는 거, 북플 친구는 안 되는거죠? 제가 자격이 됩니다만.. 아마 북플엔 꽤 많은 분들과 함께 방방 뛰셔서 결국 강강술래를..(으잉?ㅋㅋㅋㅋㅋ)

잘잘라 2021-06-13 01:38   좋아요 1 | URL
붕붕툐툐님 우리 오늘밤 꿈속에서 만나요. 좋아서 방방 뛰고, 강강술래 돌고 춤추고 노래해요. 꿈에서 만나려면 일단 누워서 눈을 감자구요! 툐툐님 굿나이트😄❤❤❤

난티나무 2021-06-13 0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강술래 할 수 있어요.ㅎㅎㅎ

잘잘라 2021-06-13 17:15   좋아요 1 | URL
난타나무님도 오늘밤 제 꿈으로 초대합니다!! ^^

바람돌이 2021-06-13 0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강술래는 저도 같이.... 근데 도대체 이 책은 개역판에서 표지가 더 후져진 느낌일까요? 구판 표지도 후졋었는데 말이죠라고 말하고 보니 까치 출판사로군요. 그럼 이해됩니다. 좋은 책을 만들지만 표지에는 일도 신경 안쓰는 출판사! 저렇게 몇십년간 지조를 지키기도 어려운데 말이죠. ㅠ.ㅠ

잘잘라 2021-06-13 17:36   좋아요 0 | URL
강강술래가 인기가 좋아서 하룻밤 더 연장했어요. 바람돌이님도 오늘밤 제 꿈에 나와주세요!^^
표지디자인은, ㅎㅎ, 저도 표지 꽤 따지는데 이번에는 빌 브라이슨 입담에 압도당해서 아무 생각이 없어요.

2021-06-14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4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글씨 많이 늘었다.
엄마, 날마다 글씨 연습한다더니
엄마 글씨, 몰라보게 이뻐졌다.
나 여기 멀리 살아서
엄마 글씨를 다 받아보고...
택배 뚜껑 저거,
못버리겠네.
못버려.
내가 죽으면
우리집에 저 뚜껑이 남아
길이길이 남아, 

기억하리라.
나와 엄마의 이름.

2021. 6. 11. 금요일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
정가 4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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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2 00: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뭉클합니다
내자식 내새끼 맛나는거 먹게 할려고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쓰신 어머니!

용돈 두둑히 챙겨드리귀 ♥(ˆ⌣ˆԅ)


잘잘라 2021-06-12 09:02   좋아요 3 | URL
오~ 아이디어! 용돈을, 편지랑 같이 보내야겠어요. 엄마도 분명 버리지 못한 자식들 글씨를 모아두고 있을것 같아요. 편지봉투에 보내는이, 받는이, 주소 쓸 때 느끼는 기분에 대해서 짧은 글도 써봐야겠어요. scott님, 글감 아이디어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2021-06-12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에요. 글씨 연습을 하시는 어머님 멋지십니다. ^^

잘잘라 2021-06-12 15:17   좋아요 1 | URL
ㅎㅎㅎ(방금 바람돌이님 서재 다녀오는 길입니다. 따님이랑 물리치료 째고 팬케잌 먹으러 달려가는 장면은, 우와아~ 왜케 통쾌하단 말입니까!! 👍👍😄)

페크pek0501 2021-06-12 15: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웬 감동 스토리입니까.

그런데 김치, 맛있겠어요.ㅋ

잘잘라 2021-06-12 18:14   좋아요 3 | URL
김치는 역시 엄마 김치죠!!
ㅋㅋ 오이소박이 아작아작, 벌써 오이 열개쯤은 아작냈다는..ㅋ
패크님 토요일 저녁 맛있게 드세요!!

붕붕툐툐 2021-06-13 0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저 글씨체 너무 좋아요~ 울 할머니도 저 글씨체로 뭐 있다, 뭐 먹어라 써주셨는데.... 할머니 보고 싶어요.. 우아앙~ㅠㅠㅠㅠㅠ

잘잘라 2021-06-13 01:42   좋아요 1 | URL
툐툐님 오늘밤 꿈속에서 같이 만나요 우리! 할머니 꼭 모시고 나오세요~!!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