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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입니다
딕 호이트.던 예거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물고기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가 각박해지고 냉혹해질수록 따뜻함에 대한 갈망은 본능적으로 커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드라마처럼 가슴을 후벼 파는 이야기나 콧방울을 시큰거리게 만드는 이야기에 끌리게 된다. 이러한 감정 인자를 구동하는 조합들은 우리 몸속에 퍼져 있는 따뜻함의 감각점을 자극하는 매개체이자 더불어 사는 것의 진정한 참 가치를 일깨워주는 좋은 재료가 된다. 그러하기에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불리한 상황을 긍정으로 바꾸고 한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위대한 도전은 더욱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장애를 가진 경우라면 삶은 더욱 경이로워진다. 하지만 우리는 신체적 불리함, 소위 장애에 대해 편견의 늪에 사로잡혀 차별을 구조적으로 생산해 낸다. 장애는 불편함의 허울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하다. 다름에서 오는 차별은 제대로 된 명분이나 구실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주어진 조건이 누구에게나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같다. 나는 차별에서 오는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대할 때마다 부정적인 사회 현상이나 관점에 먼저 시선이 고정된다.
이 책 <나는 아버지입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스토리다. 뇌성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릭 호이트와 아버지 닉 호이트의 믿기지 않는 마라톤 역주를 보여주는 차가워진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이야기다. 그들이 오랜 세월동안 함께 레이스를 펼치고 정상인도 하기 힘든 철인3종경기를 치러 낼 때마다 그 감동의 선율은 힘차게 울려 퍼졌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의지가 빚어 만든 성공스토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의 근간을 이루는 기저에는 가족애, 의지, 조화의 긍정적인 요소를 위시해서 고착화된 편견의 시선을 깨트리는 집념이 어우러져 있다. 호이트 부자가 실제 포기하고 안주했다면 개인적인 일로 그쳤을 테다. 그러나 아버지 닉과 어머니 주디의 불굴의 의지가 팀 호이트를 세상으로 밀어 낸 원동력이다.
성공의 반대말을 실패라고 한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첩경이다. 도전하고 부딪히고 넘어지는 동안 우리는 시나브로 성공에 다가선다. 그러므로 성공의 진정한 반대말은 포기다. 포기는 모든 상황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심각한 언어장애가 있고 신체의 70%이상이 움직이지 않는 불편한 몸을 가진 릭 호이트가 포기를 했다면 아버지 닉 호이트가 장애를 가진 아들의 불행에 대해 절망 속에 갇혀 있었다면 그것이 바로 포기다. 실제 이들 부자의 영상은 유트브에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속해서 감동의 전율을 만끽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 모두 포기를 모르는 그들 부자에 대해 경이를 표했을 테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능력에 따라 천양지차라 하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삶을 경이롭게 만들고 참가치를 되새기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아울러 차별에 대한 관점은 인식의 문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골은 광범위하게 얽혀 있다. 사회 전 방위 모든 영역에 차별은 침투해 있으며 무엇보다 기형화된 신체만큼 차별은 무겁다. 기실 차별은 다르다는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인식의 오류다. 다르다는 이유로 조롱과 비아냥거림, 무능력으로 격하시키는 것의 근본적인 이유가 그것이다. 이 책의 대부분의 일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차별의 시선 또한 동일한 이유다. 인간답게 살 권리, 즉 행복추구권은 천부인권이다. 태어나면서 누구에게나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뜻한다. 그러므로 팀 호이트는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고독하고 지난한 경주를 펼쳤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부성에 대한 위대함이나 장애를 극복한 성공스토리에 감명 받기 이전에 차별에 대한 문제는 생각을 환기시키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우리보다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태도를 견지하는 사고가 강한 미국조차 이러할 진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하겠는가. 어디선가 제2, 제3의 팀 호이트가 오늘도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겠으나 그들의 가녀린 노력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이 책에서 보아 알 수 있듯 사회적 편견을 허무는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 장애인에 대한 소외를 그들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마땅히 존중해야 할 권리로 인식한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더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이행할 것이다. 나는 아버지 닉 호이트가 아들과의 소통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 붙일 수 있었던 가치의 본질은 다름의 차이를 마음의 눈으로 보았고 이해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마라톤 42.195㎞ 64차례ㆍ보스턴 마라톤 대회 26차례(1982~2005년까지 24년 연속완주, 보스턴 대회 최고 기록 2시간 40분 47초)ㆍ세계 철인3종경기 6차례ㆍ단축 철인3종경기 206차례 완주 / 미국 대륙 6000㎞ 횡단.
팀 호이트가 세운 기록의 향연이다. 놀랍고 또 놀랍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기적적인 업적에 놀라기보다 그 속에 담긴 위대함에 더 놀라게 만든다. 위대함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존감과 집념, 모험, 끈기와 어우러져 직관의 힘이 발휘될 때 표출된다. 팀 호이트는 아버지의 격려와 헌신적인 사랑과 아들의 끈기, 도전정신이 뭉쳐 만든 위대함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주옥같은 가치는 바로 위대함의 근원, 긍정의 힘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