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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채승병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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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첨단의 법과학을 소재로 삼는 제프리 디버링컨 라임 시리즈 2009(국내는 2010)에 출간된 시리즈 8<브로큰 윈도>의 소재는 데이터 마이닝이었습니다. 미국 내 28천만명을 비롯하여 전세계 인구의 1/10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데이터 마이닝 회사 데이터 베이스에 연쇄 살인마가 침입해 그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삼아 예측불허의 살인과 공격을 해오는 내용인데, 신용카드나 교통카드의 작은 기록만으로도 이동 경로와 행동을 예측할 정도로 일거수일투족이 디지틀 데이터로 변환되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 마이닝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적지않은 충격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는 바로 이러한 데이터 마이닝 시대의 새로운 경영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터넷과 구글 이후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조류로 빅데이터를 꼽고있지만, 사실 이미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마케팅 분야에서는 보편화되어있을 정도입니다. 단지 그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문제일 뿐이지요.

 

이 책은 빅데이터가 단순한 통계의 차원을 넘어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발견에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말하고, 그것을 토대로 의사 결정을 과학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토대를 제공해 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들은 경영과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구체적인 방법론이지요. 아쉽게도 이 책은 그 방법론적인 면에서는 적절한 제시를 해주지 못합니다. 단지 여러 가지 가능한 사업과 적용 가능한 사례들을 예로 드는 정도에 그칠 뿐이지요.

 

하긴 구글도 자신들의 방대한 트래픽을 광고에 활용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페이스북은 아직까지도 그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의 아이러브스쿨처럼 방대한 트래픽을 창출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해서 막대한 수익을 무위로 돌린 예는 IT 시대에 적지않습니다. 그만큼 데이터와 트래픽의 상업적인 활용은 어려운 일이지요.

저자 역시 세계 최대의 데이터 생산국인 우리나라가 그 방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아쉬워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은 절대로 아니지요.

 

이 책의 가치는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빅데이터가 어떻게 구분되고 활용가능한지를 듣는 정도에 그쳐야 할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의 분류와 활용은 고전적인 마케팅의 타겟 세그먼트 수준에서 별반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빅데이터의 토대가 되는 데이터 마이닝에 대한 인터넷 유저들과 각국 정보의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 그리고 데이터 마이닝의 남용과 부도덕한 사용의 위험성에 대한 중요한 경고도 빠져있고요.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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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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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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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에 앞서 책 날개에 적혀있는 저자의 사진과 프로필을 먼저 보았습니다. 우선 얼굴이 낯이 익었는데 알고보니 김연아 선수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던 그 교수더군요. 그런데 학력이나 현재 직위보다도 먼저 심리학계의 아이유, 황크라테스, 황반장, 셜록 홈즈같은 심리학자...’ 같은, 차마 자화자찬이라고 말하기도 우스운 수식어가 가장 먼저 쭉 나열되어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짓게합니다. 솔직히 김연아 선수와 관련된 사건에서 저자인 황상민씨가 한 일련의 행동과 발언들은 책임감이나 인식있는 지식인이라기보다는 이슈를 만들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속물적인 지식 장사꾼의 냄새가 더 많이 풍겼는데, 저자의 최근 활동들을 보니 종편 등지에서 여전히 그런 활동들을 계속하고 있어서 우선적으로 신뢰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책의 내용은 소비심리학에 관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소비심리 일반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소비심리학을 특정해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책의 맨 앞부분에서 예를 든 한국인의 소비심리의 예부터가 의아합니다. 한국인의 하루를 요약해 묘사하면서 이선균이 선택한 과학적인 침대에서 일어나 김태희처럼 디오스 냉장고의 문을 열고, 송중기가 마시는 서울우유를 꺼내들고, 뚜레쥬루 빵을 원빈의 미소와 함께 먹는다...’라고 서술하면서, 유명인들이 선전하는 제품에 대한 동경이 소비의 원천이라고 말합니다. 글쎄요? 과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사가 아닌 단순한 연애인이나 배우가 특정 제품을 선전한다고, 그것을 사야 뭔가 있어보이고, 그럴 듯 한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설마 그것이 전부일까 싶어서 쭉 읽어보았지만, 놀랍게도 그것이 유명인이나 브랜드자체만이 그 소비와 유행의 근거로 제시될 뿐, 왜 그것이 소비의 원천이 되는 가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유명인이 선전하고, 명품 브랜드니까라는 동어반복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간 이론이나 설득력있는 통찰을 전혀 제시하지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소비라는 행동의 매커니즘을 너무나도 단순하고 속물스러운 형태로 단순화시키고 그것을 시종일관 근거로 제시하는데 그칠 뿐입니다. 그리고 그나마 볼만한 11장의 소비심리학의 학문적인 설명 이후의 내용들은 한결같이 기존의 여러 해외 마케팅 서적들에서 발췌한 너무나도 일면적이고 단순화된 예들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이론에 끼워맞추려고 합니다. ‘이러이러한 원인으로 소비를 하는 것이다가 아니라 명품이니까 사는 것이다라고 단순한 말만 반복하는 것이고, 예도 결과론적인 것들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뿐입니다.

 

2부 격인 사례 연구를 통한 분석도 역시나 자의적이고 협의적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대세는 돈이라고 전제하고는 돈의 있고없고에 따라 주류와 비주류를 단순하게 나누고, 그 기준에 근거해 논지를 펼쳐 나갑니다.

 

일반인들의 소비심리가 유명인이나 돈가진 사람들의 패턴에 종속된다는 한 마디로 단정내릴 만큼 단순화한 분류와 논리 전개 방식은 솔직히 놀랄만큼 구시대적이고 전근대적입니다. 사회가 다분화되고 권력이 다극화되고 개인의 개성이 중요시되는 현대 사회에 20세기 중반 대중 문화가 막 팽창하던 시절의 논리와 현상 분석으로 일관하고 있는 저자의 분석틀을 보면, 근본적으로 사회와 사람, 그리고 문화에 대한 진지한 공부와 고찰이 더 필요하지 않나하는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원인이나 과정이 아닌 나타난 결과에서 거꾸로 유추해서 도출해 낸 이론들은 돈 많은 부류와 유명인에 대한 대중의 추종 심리또는 유명 브랜드에 대한 근거없는 환상에 다름아님에도 저자는 시종일관 사회와 사회 현상들을 바라보는 자신의 좁은 시각만을 그럴듯한 자료들을 내세우며 반복해서 말할 뿐입니다.

 

가장 단적인 예는 책의 제목에서 들 수 있습니다. 책의 제목은 <대통령과 루이비통>이지만, 이 책 속에 대통령에 관계되는 이야기는 고작 3쪽에 불과할 뿐입니다. 대선 시기를 겨냥해서 정치적인 제목을 붙인 것일 뿐이죠. 이처럼 진실과는 거리가 멀고, 상업적인 저의를 가지고 단 제목 하나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내용은 진실이거나 타당한 주장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편협하고 고루합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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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철 2012-10-2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신간평가단인데, 오늘 같은 책을 보고 글을 올리고 나서 올리신 제목이 눈에 띄어 잠시 댓글을 달아봅니다. 우선 황상민 교수님은 현재 한국의 심리학 분야에 꽤 유명인사이십니다. 그 분이 하시는 일이 평가절하되어서는 안될거라 봅니다. 오히려 교수님을 탓하기 보다는 한국의 심리학 분야가 현재 그 정도 수준밖에 안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심리학이라기보다는 마케팅 관점에서 보셔야 합니다.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소비자 심리분야는 대부분 경영쪽에서 마케팅학과목의 일환으로 배우지, 심리학에서는 배우지 않습니다. 심리학적인 접근을 한다면 정말 인간을 속물로 보는 상황이라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물건을 팔아먹으려는 마케팅 관점에서는 비인간적일수밖에 없죠. 어쨌든 이 책에서 황 교수님이 주장하는 것은 물건을 팔아먹을 때 기존 마케팅 관점으로 물건만 보지 말고 사람도 좀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이 책 보면서 실망한 부분은 사실 심리학 분야에서는 이 책에 나온 질적연구 방법론들이나 군집분류 등도 기본이거든요. 뭐 이런걸 가지고 책을 냈는가 할 정도랍니다.

해진 2012-10-2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는 기본적으로 마케팅에 심리학이 도입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대 마케팅은 행동경제학적인 접근이 대세이고
행동경제학을 주창한 심리학자인 데니얼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을 정도니까요.
게임이론이나 행동전략도 모두 심리학적인 전제가 바탕에 깔려있죠.

문제는 현대 마케팅에서 심리학적인 접근이 이미 대세화된 지금에 와서
기껏 나온 신작이 고작 담고있는 내용이
경제학에, 마케팅에 심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뻔한 당위성 정도이고,

그 내용 전개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편협되게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 책에 실망감을 느낀 이유입니다.

도대체 다양화되고 개체화된 현대인들이
TV에 나오는 유명인들이나 명품의 허울에
맹목적으로 빠져 소비한다는 대전제 자체가
저자의 앝은 안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더군요.

2012-10-22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이 이야기 샘터 외국소설선 8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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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가 새롭게 런칭한 해외 장르 소설 선집인 <샘터 외국 소설선>의 첫 번째 책으로 20091월에 발간되었던 존 스칼지<노인의 전쟁>은 출간되자마자 SF 팬덤을 중심으로 열광적인 호응을 얻으며 그해 국내 SF계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 되었고, 대중적으로도 SF 장르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름으로써 샘터의 새로운 시리즈의 앞날을 밝게 만들었죠.

 

스페이스 밀리터리 장르의 고전 걸작인 로버트 하인라인<스타십 트루퍼즈>조 홀드먼<영원한 전쟁>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내었고 대중적인 재미는 훨씬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노인의 전쟁>이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SF 팬덤을 넘어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큰 붐을 이루자, 16개월 후에는 속편인 <유령여단>도 발간되었고, 다시 1년 뒤에는 3부작의 완결편인 <마지막 행성>까지 발간됨으로써 <노인의 전쟁> 3부작은 성공적으로 국내 출간을 마쳤습니다.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일약 휴고상 장편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존 캠벨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실제로도 현재 파라마운트사에 의해 영화화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매우 잘 만들어진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속도감있고 다이내믹하면서도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노인의 전쟁> 3부작의 재미에 푹 빠져서 존 스칼지와 이 작품의 열렬한 팬이 된 독자들은 이 시리즈가 3부작으로 완결된 것을 너무나도 아쉬워하면서, 존 스칼지가 2008년에 3부작의 외전으로 발표해 휴고상 장편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조이 이야기 Zoe’s Tale>의 국내 출간도 간절하게 바랬는데, <노인의 전쟁> 3부작 모두가 전통있는 샘터 출판사의 전체 출간물들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덕분에 <마지막 행성>이 발간된 지 1년 여만에 마침내 <조이 이야기>의 국내판이 전격 발간되었습니다.

 

<조이 이야기>3부작의 마지막 편인 <마지막 행성>의 사건들과 같은 시간대에 벌어지는 이야기와 사건들을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의 수양딸이자 샤를 부탱의 딸인 조이의 눈을 통해 새롭게 그려내 보여줍니다.

작가가 사실상 평행 소설인 이 외전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마지막 행성>의 후반부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핵심적인 사건인 콘클라베의에서 장군이 이끄는 아리스 병사들의 로아노크 침공을 조이가 우주에서 가져온 특수 병기인 새퍼 필드로 격퇴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간략하게만 서술되고 넘어간 데 대해 독자들은 물론 작가 스스로도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유령여단><마지막 행성>을 관통하는 가장 큰 미스테리인 콘수가 왜 오빈에게 의식을 주지 않았는가에 대한 적절한 답도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조이 이야기>의 중반부에서는 콘수와 오빈과의 관계에 대한 자세하게 요약된 역사가 나오고, 후반부에서는 조이가 콘클라베로 가서 가우 장군을 만나고 콘수로부터 새퍼 필드를 얻게되는 과정들이 자세하게 묘사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는 그러한 빠진 구멍들을 단순하게 메우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앞의 3부작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 작품이 존 페리나 제인 세이건이 아니라 17세 소녀인 조이의 눈과 사고, 언어를 통해 묘사되고 설명되기 때문에, 작중 화자인 조이의 어투로 서술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38살의 중년 남성인 작가가 17세 소녀의 어투를 구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존 스칼지는 아내를 비롯한 주변 여성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십대 소녀의 말투와 행동 및 사고 방식을 깜짝 놀랄만큼 완벽하게 재현해 내었는데, 바로 이 책 전체에 걸쳐 펼쳐지는 십대 소녀의 특유의 시각과 사고로 바라보고 서술되는 방식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면서도 신선하여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결정적으로 높여줍니다.

 

이미 완결된 사건과 같은 시간대의 이야기를 본편과는 다른 주인공의 눈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한 대표적인 SF 장르 작품으로는 올슨 스콧 카드가 <앤더의 게임>의 외전으로 쓴 <엔더의 그림자>가 가장 유명한데, 역시나 작가는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엔더의 그림자>를 많이 참조했다고 합니다.

 

비록 형식은 완결된 3부작의 외전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작품의 내적인 구조나 서술의 밀도, 그리고 읽는 재미는 오히려 이 작품이 본편 3부작을 훨씬 능가할 정도여서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일취월장하는 저자 존 스칼지의 문학적 성숙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무척이나 큽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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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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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스미스의 고전적인 자본주의 경제 이론들이 자본의 무한 증식 욕구의 충돌에 의해 발발된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자본 축적의 순환 구조상 피할 수 없었던 대공황을 연이어 겪고 난 후에 초기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케인즈의 수정주의 이론을 받아들였듯이, 인간의 욕심이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의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순수하게 생산과 소비의 시장 자율적인 균형만을 전제로 한 일반 균형 이론도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과 우파적인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비호에도 불구하고 이론적으로는 사실상 대부분을 부정당한 지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인간의 소비는 단순히 생산과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을 통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합리성 이외의 다양한 이유와 원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산과 소비, 수요와 공급의 수치적인 구조로만 파악하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시험관 속의 이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대 경제학의 다수 이론입니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존 내쉬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준 그가 1949년에 발표한 균형이론인 내쉬균형경제학에 단순한 수치 이외에 타자와의 관계나 경제 주체의 심리적인 선택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체계화함으로써 주류 경제학의 개인주의적인 경제상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게임이론 같은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조류 흐름에 결정적인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사람들이 소비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단순히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반비례 원칙이 전부가 아니라, 수치적인 관계 이외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는 깨달음은 경제학 이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는데,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인 생산력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부의 과잉에서 비롯된 광범위한 소비 풍조는 이러한 경향에 다양한 근거들을 추가로 제시하며 경제학 이론을 다양한 방면의 학문들과 결합시키며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소비자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주류적인 흐름은 대니얼 카너먼이 정립한 행동경제학인데, 이 분야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유력한 이론은 이 책 <소비본능>의 저자인 개드 사드가 주창한 진화 소비자 심리학입니다.

진회 소비자 심리학은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지가 불과 20년 남짓한 최신의 이론으로, 다윈의 진화론에서 비롯된 진화인류학, 사회생물학, 인간행태학, 인간행동생태학 등을 토대로 인간의 진화적, 생리적 근원을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사람들의 소비 심리에 진화론적인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사드는 사람들의 일상적, 비일상적 소비 활동의 배경을 진화의 핵심적인 네 가지 동인인 생존, 번식, 혈연선택, 호혜적 이타성으로 나누고, 사람들의 소비는 이러한 네 가지 진화론적인 심리적 요인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사드의 분석은 고칼로리 음석을 선호하거나 뷔페에 가면 과식을 하거나 음식에 양념을 하는 것은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고, 남성이 고급 자동차에 열광하거나 여성이 하이힐이나 화장을 하는 이유, 풍성한 머리카락이 담고있는 유혹의 매세지 같은 상품을 성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번식본능과 관계된 것이고, 가족에게 선물을 하거나 가족 간에 특별한 유대 관계가 발생하는 것은 혈연선택본능에 의한 것이고, 우정이나 신뢰 관계, 패션이나 스포츠에 대한 열광은 타인에게 선물을 하거나 집단에 소속감을 표시하는 호혜적 이타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구체적인 예를 들며 자세하게 분석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러한 진화론적 심리학의 분석에서 도출된 결론들을 상품의 마케팅이나 광고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과 경영에 적용하는 방법들도 다양하게 제시하는데,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소비 충동을 부추키는 것은 바로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원초적인 본능에 따른 것이라는 고찰을 제시합니다.

 

사드는 인간도 생물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원칙이나 신호에 무의식중으로 지배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데, 이런 점이 기계적인 일반균형이론만을 내세우는 우파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무시하는 인간의 다양성과 자주성, 그리고 정체성에 주목한 열린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관점을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흥미롭고 재미있게 풀어나간 점이 이 책을 어렵지 않고 친근하면서도 설득력있게 느끼도록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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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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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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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촉발되어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금융대공황은 20세기에 발생했던 여타의 대공황들과는 아주 다른 매커니즘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양차 세계 대전 사이 시기에 발생했던 대공황들은 생산력의 빠른 발전으로 야기된 과잉 생산을 소비 시장이 떠받쳐주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한 공급과 수요 사이의 불일치가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과는 달리, 2008년의 대공황은 생산이나 소비와는 관계없는 금융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보다 자세하게 짚어보면 부실 채권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작하여 대차대조표 속에 숨겨놓는 방법이 문제를 발생시킨 것인데, 그 근원에 위치한 것은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을 신봉하는 소수의 퀄트들이 양심과 도덕성을 저버리고 무책임하고 무분별하게 확장시킨 금융과 주식의 수치 조작에서 비롯된 거대한 사기 행각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금융대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이 불가피하거나 예견된 생산과 소비 사이의 불일치가 아니라, 단순히 몇몇 금융공학자들의 탐욕이 야기한 거대한 범죄적 재앙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결과적으로 미국 국민들의 엄청난 혈세가 투입되어 미봉책으로 수습한 직후에 다시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고액 보너스와 퇴직금 사태는 월스트리트의 금융공학자들의 모럴 해저드가 거의 바닥에까지 이르렀음을 명백하게 보여준 증거로 두고두고 지탄을 받았습니다.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가 이 책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을 쓴 이유도 자신과 친한 지인이 엔론 사의 붕괴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으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이 행동하는 데에 큰 충격을 받고, 사람들이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와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 엔론 사태가 벌어진 것이 소수의 부정직하고 부도덕한 수뇌부만의 잘못인지, 아니면 수많은 관련된 사람들 모두에게 조금씩 잘못들이 있는지, 만약 부정행위가 몇몇 썩은 사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넓은 차원으로 확대된다면 자신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저지르는 부정행위는 다른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것이 저자의 궁극적인 관심을 자극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속임수와 부정행위라는 주제를 토대로 부정행위가 소수의 악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이라면, 부정행위를 통제할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부정행위의 원인에서부터 문제의 본질을 탐구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실제 실험과 리서치들을 통해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그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을 거친 후 이를 토대로 범행을 저지른다합리적 범죄의 단순 모델을 기본적인 이론으로 제시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정직성과 관련된 의사결정 역시 오로지 비용편익 분석만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실제 상황에서는 도덕적인 판단을 기초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행동이 낳을 결과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비교해 판단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과 실제 실험의 결과들을 제시하며 사람들은 완전히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행동으로 도덕성이나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비용편의 분석 이외에도 퍼지요인이나 이익충돌, 자아고갈, 자기신호화, 자기기만 등의 다양한 요인이나 원인들을 핑계로 들며 부정직한 행위를 하며, 이러한 부정직함은 사회적으로도 전염되거나 의존 현상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러한 행동경제학적인 분석과 고찰들을 통해 사람들의 궁극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내면적이고 환경적인 요인들을 밝혀냄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함을 알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한다는 일반균형이론의 주장은 실제 현실과는 전혀 다르며,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하는 존재이며 그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함으로써 인간의 비이성이 갖는 긍정적인 영향과 이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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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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