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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의학의 진실
데이비드 뉴먼 지음, 김성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동양과 서양이 모두 공통적으로 수 백년 이상 촉진과 경험, 그리고 약초와 간단한 외과 수술 정도에만 주로 의존하던 고대에서 중세까지의 의학 기술이 근대에 접어들어 종두법으로 대표되는 예방 주사와 페니실린으로 대표되는 항생제의 발명, 그리고 무엇보다도 청진기와 엑스레이의 개발로 인해 과학을 토대로 한 근대 의학으로 급진보하면서 서양 의학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환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인 엑스레이와 독감과 폐렴, 매독처럼 수 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생명을 앗아갔던 세균성 질환들을 깜쪽같이 낫게 한 항생제의 개발, 그리고 수많은 생명들을 앗아간 콜레라와 장티푸스, 천연두 같은 질병들에 대한 예방 접종의 시행 등은 분명한 의학 기술의 커다란 진보이고, 이러한 흐름은 이후 1세기 동안 CT와 MRI 같은 첨단 투영 장비들과 다양한 의약품들로 발전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에 반비례하여 서양식 현대 의학과 의료인들에 대한 신뢰감은 오히려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의료 관련 소송들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라크 참전 군의관이자 현재 컬럼비아 대학과 루즈벨트 종합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뉴먼이 쓴 <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는 현대인들이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현대 의학의 기술과 발전이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알고있는 것처럼 결코 우수하지도 전지전능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수많은 문제점과 비밀을 지니고 있음에도 의사와 환자, 제약회사 간의 올바르지 못한 관계로 인해 감춰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막과 그 자세한 실태들을 명확한 근거들을 들며 논리적으로 제시합니다.
저자는 일반인들에게는 상식처럼 되어있는 의학적 사실들이 실제로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임을 먼저 하나씩 들려줍니다. 현대의학은 다발성경화증 같은 병 뿐만 아니라 요통이나 두통같은 일반적인 병들조차도 아직까지 그 원인이나 치료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 것과는 달리 추간판탈출증, 즉 디스크가 허리 통증의 원인은 아니며, 디스크는 건강한 사람의 MRI에서도 흔히 보이며, 척추 수술의 실제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는 뜻밖의 말을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심폐소생술은 실제로는 성공률이 1%도 채 되지 않고 오히려 이미 죽은 사람의 사체를 엉망으로 만들 뿐이며, 항생제는 바이러스성 감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합병증만 일으킬 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상식처럼 되어있는 유방 엑스레이도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검증된 바 없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충격적일 만큼 파격적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오랫동안 다양한 기관이나 하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비교하고 검증한 자료들을 차례로 들어보이며, 이러한 상식처럼 여겨지고 시행되고 있는 의료 행위들이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거나 실질적으로 비사용군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결과를 보임을 객관적인 수치와 자료들을 제시하며 증명합니다.
저자는 또한 의사들 사이에서 심전도 판독은 물론이고 간단한 청진기 판독에서 조차도 의견이 분분하기 일쑤이며, 이런 정도로 현대 의학은 실제로는 병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 막연한 추측과 통계에만 의존할 뿐, 실제로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역부족임을 솔직하게 시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환자에게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검사나 치료법을 남발하는 이유는 우선 의사가 환자에게 모른다는 말을 하면 안되고 전지전능한 해결사처럼 보여야 한다는 잘못된 권위 의식과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환자와의 솔직한 대화나 직접적이고 심층적인 진단보다는 무조건적인 기계적 검사만을 앞세우는 잘못된 풍토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의사가 그렇게 방어적이게 된 이유로 환자들의 의사에 대한 불신과 이로 인한 의료 소송에의 두려움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짐작하다시피 이처럼 아무런 효과도 없으면서 오히려 부작용과 환자 봄에의 과중한 무리, 그리고 과다한 의료비를 발생시키는 검사와 치료를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제약회사의 여론 조작과 홍보, 로비 때문임을 폭로합니다.
저자는 미국이 전체 국가 예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의료비에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의 수준은 후진국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고, 그나마도 5,0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은 아예 의료보험에서 배제되어 아무런 의료 해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극도로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미국의 의료 정책 전체가 근본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폭로하는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있던 수많은 의료 검사와 치료의 허구성과 부정확성은 저자가 제시하는 상세한 자료들로 인해 강력한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우리를 아찔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환자에게 의사의 한계를 보이지 않으려는 의사들의 불필요한 과잉된 권위주의와 아무런 효과도 없고 불필요한 약품과 검사들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는 제약업체들, 그리고 그 제약업체의 꼭뚜각시가 되어 제약업체들이 요구하는 근거들을 조작해 주는 임상 의학자들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은 읽는 이를 분노케 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암울한 것은 미국 경제와 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의료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시행될 것이라는 비참한 전망입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