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뇌를 공감합니다 - 타인의 뇌를 경험하는 역할놀이 사고법
고보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4월
평점 :
연극 전공에 직장인이자 기업체 대상 강사였던 저자가 강의와 연극을 결합시킨 강연극이라는 것을 만들어 직장 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갈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연극적 경험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타인의 감정과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 뿐만 아니라 자기 이해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말이다. 특히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관객으로서 지켜보게 되는 연극적 경험은 타인의 시선으로, 즉 객관적으로 내가 가진 상황을 보고 해석하게 만들어 기존과는 다른 감정과 관점을 가지게 한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내가 만약 ~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상들이 우리를 타인의 입장에 서게 만든다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는 연극 무대가 아닌 지면을 통해 이른바 브레인 롤플레잉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상의 직장인 캐릭터들을 설정하고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연극 대본을 첨가해 책 내용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인간은 이미 풍부한 연극적 상상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능력을 잘 발휘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나를, 타인을, 그리고 처해 있는 상황을 다르게 관람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감을 브레인 롤플레잉의 결과로 보는 관점은 공감을 단순히 감정 이입이나 타인과의 소통을 넘어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고 해석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라면서 말이다. 이러한 브레인 롤플레잉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내 뇌 속에서 어떤 연극이 펼쳐지는지를 먼저 의식하고 난 뒤, 그 연극을 의식적으로 다르게 연출하여 그 결과로 다른 행동 표현을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공감을 잘한다는 것은 내가 여러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필요한 혹은 부족한 관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며, 문제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좀 더 지혜롭게 보는 관점을 취하는 것이라 말한다. 현실에서는 자신이 갈등의 당사자, 즉 배우 역할이기 때문에 다른 관점으로 그 상황을 바라볼 여유가 없지만, 연극의 관객이 되면 관람하는 일이 그 역할이 된다고 말한다. 그 자체로 자신의 현실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심리적 여유가 생기게 되고,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눈앞에 펼쳐진 연극 속의 인물들에게 자신을 투영하게 되며 관점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타인을 관람하기는 쉽지만 자신을 관람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순전히 뇌의 입장에서 편견과 고정관념 없이 타인을 바라보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를 써야 하는 감정노동이란 점을 지적한다. 우리가 관람력을 키우는 목적은 단순히 공감을 많이 하기 위함이 아니라면서, 공감이 잘 안 될 때 그것을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거나 결핍된 상태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는데,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에너지가 고갈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한다. 한편 직장인 교육생들에게 배우 역할을 권하기보다 관객 역할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장인들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직장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과도하게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3자의 관점으로 보면 때로는 선입견을 내려놓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고, 상대방의 관점으로 본다면 표면적인 상황 뒤에 숨어 있는 맥락, 상대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예측해 볼 수 있으며, 나 자신 혹은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편파적 관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관객 입장에서 이러한 편파적 관점을 바라보면 나의 미세한 감정까지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다면서, 내가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고, 왜 그런 감정일 수밖에 없었는지, 오롯이 내편으로 나를 챙기고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공감의 주체는 나 자신이기에 자기 공감이 부족하면 타인 공감도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또한 갈등 상황, 과도한 업무에 둘러싸여 있을 때, 스트레스가 많을 때, 위기 상황일 때, 주의가 산만할 때, 인지적 과부하 상태 등에서 우리는 쉽게 쫄리는 상태가 되며, 그러면 상황과 상대에 맞는 적합한 역할놀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쫄리는 상태에서는 공감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쫄리는 상태에서는 타인을 더 공감하려고 애쓰기보다 잠시 멈추고 자기 공감을 먼저 해야 하며, 그래도 힘들 경우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뇌를 의식적으로 경험하라는 말은 단순히 역할을 바꾸어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을 넘어, 의지를 가지고 그 입장에서 상상하고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도를 가지고 역할을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수준 높은 공감력을 가지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 밖에도 자신의 말과 행동이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관람을 해봐야 한다고 언급한다. 자주 보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챙겨봐야 한다는 점도 덧붙인다. 내 관점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각 브레인 롤플레잉을 관람한 직후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자신의 관점을 가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때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고, 또 다른 때는 저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유를 내가 나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관점은 가시화된다면서 말이다. 그때서야 내가 그 관점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바꿔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말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자신이라는 타인을, 현재의 내가 마치 배역을 맡은 배우처럼 자주 반복 연습을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상상을 행위화하는 것은 잘 되는 나를 연출하는 브레인 롤플레잉의 연출가가 되어 보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연출력은 특정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연극을 펼쳐볼 수 있는 상상 능력이라면서, 이 때 모든 사람을 공감하거나 상황 전체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과 특정 상황을 선택하는 것, 특히 그 상황을 작게 조각 내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하나를 선택하여 바꾸어 보는 상상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특정한 사람을 볼 때마다 자동으로 떠오르는 혼잣말을 의식적으로 수정해 본다면, 대화의 흐름도 달라질 것이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