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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북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평점 :
1시간에 50여 페이지 정도 속도로 책을 읽는 편이다.
300여페이지 되는 책 한권을 읽으려면 5-6시간 걸린다.
그런데 한 자리에서 책 한권을 다 읽어낼 만한 기회가 좀처럼 없다.
어쩔수 없이 가급적이면 300페이지 이하의 작품을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달력에 빨간 날(추석연휴)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호기롭게 이 책을 빼들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총 1,0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이제 겨우 1권(500여페이지)을 읽어 냈..다..!
어림잡아 2주에 걸쳐 10시간 정도를 투자했지 싶다.
이 작품을 읽으내려면 정신이 맑고 컨디션이 좋아야 된다.
어려운 글이 잘 읽히는 그날(!)이 와야 된다. 한 마디로 문체가 불친절하다.
흥미로운 사건전개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미로운 문장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것도 아니다.
1차세계대전부터 2차세계대전이 끝나는 전후시기 약 50여년간 독일과 폴란드의 상황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폴란드의 역사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읽는 내내 헷갈렸다.
조금씩 폴란드의 역사, 단치히 자유시의 유래,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독일과 러시아에 끼어 있는 폴란드의 국경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아갔다.
나에게 있어 철학이나 역사, 고전사상 등을 어렵게 읽어나가는 것도 문학을 풍부하게 읽기 위한 수단이라고 해야하나.
문학은 정말 종합적이고 총체(總體)적이다.
지금 이 책이 어렵고 재미가 없다는 건 폴란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특히나 작품속에 독일의 나치즘과 몰락, 그리고 다시 우뚝선 현재의 독일이 문장속에서 온갖 상징과 비유로 표현된다고 하니 더욱더 난감하다.
수많은 서평과 리뷰들이 작품속에서 양철북을 두드리는 주인공 난쟁이 오스카가 영원히 성인이 되길 거부하고 3살에 머무려고 하는 의미를 해석한다. 그 해석은 내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2권에서 그 의미가 무엇인가를 내 스스로 얻었으면 한다.
그리고 수많은 비유와 싱징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비록 오독이라도 말이다.
시계는 아마도 어른들이 만들어낸 가장 뛰어난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어른들은 부지런함과 명예욕, 그리고 약간의 행운의 도움을 받아 창조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창조한 이후에는 곧바로 자신의 획기적인 발명품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95쪽
그래서 내가 대개는 불쌍한 빅토르라고 부르는 벨룬도 흑백의 실루엣과도 같은 나의 몸짓에서 나의 유다와 같은 행위를 알아차리고, 이제 오스카의 비밀과 치욕을 간직한 채 도주하며 온 세상에다 퍼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403쪽
오스카는 그 묶지 않은 책을 들고 다락방이나 하일란트 노인의 자전거를 넣어두는 후미진 헛간에 쪼그리고 앉아 <친화력>의 책장 하나하나를 카드를 섞듯 라스푸틴의 책다발과 뒤섞었다. 그리하여 새로 만들어진 책을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서도 더해가는 놀라움으로 읽노라면, 오틸리에가 우아하게 라스푸틴의 팔에 매달려 중부 독일의 정원을 거닐었고, 괴테는 방탕한 귀족 부인 올가와 썰매를 타고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를 통과하며 난행과 난행사이을 미끄럼 타는 것이었다. -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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