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이세키 요리-일본다운 세공품의 성찬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일본인에게 가이세키 요리는 는 최상의 정성을 들여 준비한 식사를 즐기는 도락이므로, 가격대가 높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가이세키요리는 지나칠 만큼 담백하고 싱겁다.
특히 가이세키요리의 궁극적 목표는 재료가 간직한 본래의 맛을 살려내는 데 있다. 요리이기 위해서 더는 빼낼 것이 없을 때까지 불필요한 양념과 재료를 제외하는 '뺄셈 요리'랄까.
원래 가이세키는 선승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따뜻한 돌을 품에 안고 수양을 했던 데서 비롯된 명칭으로, 다회에서 차와 함께 제공하는 간단한 식사를 가리키던 말이었다.
다회에서 제공되는 간소한 식사는 차가이세키라고 따로 표기한다.
계절을 표현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가이세키 요리가 아닌 셈이다.
가이세키요리는 쾌락주의와 금욕주의를 동시에 담고 있는 반어적 행위예술이다. 금방 먹어치울 요리를 치장하는 응축적 미학은 쾌락적이지만, 반면에 배가 부를 때까지 질펀하게 한 가지 음식을 먹어치우지 않고 한 접시에 손가락만큼씩 담아냄으로써 더없이 스토익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가이세키요리에 가장 결정적인 영행을 미친 것은 다도였다.
가이세키요리가 지닌 또 하나의 반어적인 특징은 규칙과 양식을 매우 중시하면서도 정작 규격화와 표준화를 한사코 거부한다는 점이다. 대체로 정해진 순서와 규칙은 따르지만, 그 범위 안에서 식재료가 음식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천태만상이요 천차만별이다.
이를테면 일본 제조업계의 다품종 소량 생산 풍조도 가이세케요리사의 동일한 뿌리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 스시-일식의 주전 스트라이커
언뜻 보면 스시는 순수한 일본의 발명품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젓갈이라는 유서 깊은 아시아 공통의 전통 음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생선 젓갈의 발상지가 태국 북부 또는 미얀마 평야 지역과 같은 벼농사 지역이라는 점이다.
생선을 오래도록 보관하면서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말리거나 발효시키거나. 염장한 어패류를 익힌 곡물과 함께 보관하면 곡물이 발효하면서 분비되는 유산균이 생선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면서 부패를 막고 발효를 돕는 것이다. 좁쌀을 가자미와 함께 염장하는 우리 전통 음식 가자미식해에도 이런 방식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 비와호 주면의 오오미 지방에서는 요즘도 붕어를 밥에 절이는 방식으로 [후나즈시]를 만들고 있다.
★ 일본어의 문법적 특성상 스시(すし) 앞에 다른 단어가 붙어서 복합어가 되면 연탁되어 즈시(ずし)로 발음한다.
※ 후나즈시(鮒寿司, ふなずし)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발효 스시를 통틀어 [나레즈시]라고 부른다.
왜 생선 젓갈은 유독 일본에서만 지금의 스시와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걸까?
아마도 두 가지 배경이 작용했으리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이나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무려 1,200년 동안이나 육식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중략..) 둘째, 일본인들이 주식으로 삼는 자포니카는 차진 성질을 띠고 있어서 주먹밤 형태로 빚기가 쉬웠다. 그 두가지 조건에 일본인 특유의 미각적, 미학적 감각이 더해진 결과가 일본식 스시인 셈이다.
오쿠보 히로코에 따르면, 손으로 쥐어 만드는 [니기리즈시]는 에도의 저자거리에 즐비하던 포장마차 상인들이 유행시킨 에도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히트상품이었다고 한다.(오쿠보히로코 저,[에도의 패스트푸드])
※ 니기리즈시 - 출처 : 나무위키
일본어로 'にぎる[握る](니기루)'는 '쥐다', '잡다'라는 뜻이며, 여기에 'すし'가 붙어서 '니기리즈시'라고 불린다.
에도의 패스트푸드
오쿠보 히로코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6월
에도 지방에서만 유행하다가 사라질 수도 있었던 니기리즈시는 관동대지진으로 에도 지방의 수많은 식당들이 폐업하면서 스시 요리사들이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전국적 음식으로 승격되었다.
오늘날에는 스시라고 하면 발효된 젓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고, 으레 손으로 쥐어 만드는 [니기리즈시], 밥 위에 재료를 얹어먹는 [치라시즈시], 김으로 말아 만드는 [마키즈시] 셋 중 하나를 가리킨다.
※ 치라시즈시(ちらし寿司) - 출처 : 나무위키
치라시란 말은 흩뿌린다는 의미이다. 찌라시의 어원이 된 말이기도 하다.
※ 출처 : 나무위키
노리마키(き)는 김으로 밥과 재료를 싸서 만든 초밥의 일종이다.
일본어로 '노리(のり)'는 '김'이고 '마키(まき)'는 감싸거나 돌돌 만다는 뜻이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김말이'지만 이는 김말이 튀김과 혼동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요즘은 한국에서도 그냥 '노리마키'라고 불린다. 일식조리기능사에 나오는 김초밥, 참치 김초밥이 이 노리마키다
앞서 썼듯이 스시의 뿌리는 젓갈에 있다. 일본으로 식초를 "스"라고 부르는데, 스시라는 이름도 본디 발효된 생선에서 신맛이 났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었다고 한다.
에도시대 후반인 1820년경에 이르자 발효되지 않은 생선과 초밥을 조합시키는 조리법이 스시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스시를 "만든다(쓰쿠루)"고 말하지 않고 "담근다(쓰케루)"고 말하고, 스시 식당의 주방을 "담그는 장소(쓰케바)"라고 부른다. 이것은 스시의 뿌리가 젓갈에 있다는 사실을 뚜렷이 증거해주는 흔적이다.
오늘날에도 일본인들이 스시에 사용하는 생선은 '거의' 날것처럼 보이긴 해도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한국인이 횟감으로 활어를 높이 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