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2018년도에 제가 무슨 책을 읽었나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작년부터 서평 작업을 해 온 이유가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한 ‘기록’에 있었기에 늦었음에도 이 작업을 하려는 이유입니다.

작년에 저는 이곳 서평 기준으로 총 21권의 책을 읽었으니 거의 한달에 1권 반 정도 본 셈입니다.

간략하게 어떤 책을 읽었는지 그 내용을 아래에 적습니다.

일단 절반 정도만 이 글에서 정리하고 나머지는 조만간 정리할 예정입니다.

1. The Panic of 1907 (1월)
1907년에 발생한 미국의 주식시장 폭락( Market Crash)를 다룬 이야기로 FRB 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J. P Morgan 이라는 은행가가 어떻게 사실상의 중앙은행 역할을 했는지 보여 줍니다.

2.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월)
우연히 집 서재에서 발견해 읽게된 소설가 김영하의 데뷔작. 오래되어서 그런지 상당히 치기어린 표현이 가득한 책. 20세기 말의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뉴욕에 헤르메스가 산다 1 (2월)
캐나다에 사는 신화연구가 한호림 선생의 영어 어원(etymology)에 관한 책. 그리스 로마 문명에 기반한 서구사회에서 쓰는 대표적 언어인 영어가 어떤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찍은 사진과 도판으로 설명합니다.

4. 노자와 21세기 1 (2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도덕경 강의 중 덕경의 전반부 강의. 도덕경의 판본 해설이 있고 도덕경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책.

5. 노자와 21세기 2 (3월)
위의 책의 그 다음 편. 마찬가지로 도덕경의 덕경편을 설명합니다.

6. Approaches to Poplar Film (4월)
1996년 사두었다가 읽은 영화이론서입니다. 일종의 논문집으로 대중영화( Popular Film) 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개론서입니다. 작가주의족으로 접근할 것인가, 기호학적으로 접근할 것인가 등에 대한 간략한 이론적 정리가 되어 있는 책으로 영화를 이전의 예술양식인 문학과 동일한 위치에서 다루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7. 내가 공부하는 이유 (4월)
일본 메이지대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에세이. 늘 무엇인가 배우는데 관심이 있어서 읽었던 책.

8. 소설가의 일 (4월)
소설가 김연수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론.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읽었던 책으로 김연수 소설가의 위트와 재치가 잘 담긴 소품.

9. On Writing ( 5월)
한국 소설가의 글쓰기를 읽은 후 미국의 소설가는 어떨지 궁금해서 본 책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미스테리 스릴러 작가의 글쓰기 착이라 출간이후 베스트셀러가 된 책입니다. 미국에서 상업적 글쓰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저자의 개인사와 더불어 나옵니다. 어떻게 매일 글을 쓰는지 어떤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지 어떻게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 나옵니다. 재미있어요.

10. Outliers (5월)
캐나다 작가 말콤 글라드웰의 에세이. 가장 인상적인 글은 10만 시간의 법칙이 아니라 처음에 나오는 일찍 태어난 사람과 늦게 태어난 사람들의 경쟁이 늦게 태어난 이들에게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불리한가에 대한 심리학 연구 내용. 이 글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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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한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예로부터 강대국 틈에 끼어있던 한반도는 끊임없이 외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성리학적 통치이념을 가졌던 조선사회는 그 뿌리부터 흔들렸습니다.

병자호란 당시의 남한산성에서의 농성전과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을 선언한 삼전도의 굴욕은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에 덤덤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2018년의 마지막 몇달 동안 조선의 전쟁에 대한 여러가지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된 소설이었습니다.

이 책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역사강좌를 연후 그 강의록을 모아 펴낸 책이기때문에 주제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반면 아무래도 책 전체의 일관성은 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요문헌들에 대한 정보도 같이 있어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김시덕 교수가 집필한 임진왜란 관련 글이었습니다.

일본의 근세 도판 자료를 같이 보여준 것이 신선했고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중국과 여진 러시아 그리고 일본의 패권의 향방을 잘 보여준 글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전에 국가주의를 주입하기 위해 쓰여졌던 임진왜란의 역사서술이 좀 더 객관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교수는 임진왜란의 의의가 한반도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관계에서 최초로 ‘지정학적 요충지’로 인식된 전쟁으로 이 글을 서술했고 그 관점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진왜란의 객관적 이해를 위해 일본쪽 사료를 중심으로 저술된 김시덕 교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 다음 인상적인 글은 ‘홍경래의 난’을 다룬 오수창 교수의 글입니다. 홍경래의 난은 평안도 평민 홍경래가 일으킨 반란으로 당시 한양과 함께 평안도는 최대의 경제세력이었음에도 전통적인 기득권 세력인 기호 영남 지방의 사대부들과 다르게 많은 차별을 받았고 이런 배경이 왕조를 부정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북한의 중심으로 알고 있는 평안도의 경제적 정치적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는 글이라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평안도에서의 경제적 풍요와 개방성, 그리고 중앙정부로부터의 차별이 이 지역에서 일제시대 이후 수많은 사회주의 세력의 발전의 토양이 되지 않았나 추정해 봅니다.

이 책의 글은 대체로 평이하고 짧아 읽기 편하지만 해당 주제에 대한 서론 정도로 보는 것이 적당하고 각 주제에 대해 추가적인 글들을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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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송복 명예교수가 쓴 임진왜란에 관한 책입니다.

전쟁당시 영의정이자 도제찰사였던 류성룡의 ‘징비록’과 그가 전쟁을 수행하면서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에게 보고했던 수많은 보고서를 인용해 임진왜란의 역사적 사실을 ‘현대의 국가조직’ 차원에서 살핍니다.

임진왜란은 어려서 배웠던 것처럼 조선이 ‘압도적’으로 일본을 이겼던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30여년전 한국의 군사정권은 ‘성웅 이순신’을 강조하기 위해 역사를 윤색했던 것입니다.

오히려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의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1. 이 전쟁은 명과 일본의 전쟁이며,
2. 일본의 조선 침략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 침략을 위한 방편으로서의 전쟁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3. 또한 조선은 당시 전국시대의 거치며 군사력을 길러온 일본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문약한 나라였으며,
4. 따라서 체계적인 군사조직도 정치조직도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였습니다.
5. 제대로된 군사조직이 없으니 명나라의 구원군이 없이는 전쟁도 치룰수 없는 나라였습니다.
6. 성리학을 통치철학으로 삼은 양반 사대부들은 성리학의 당위만를 강조하느라 실용적인 국가조직과 군사조직의 운영을 도외시 한체 양민들의 노동력만을 기반으로 이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7. 류성룡과 이순신 등 소수의 고위관료를 제외한 대다수 고위관료들과 선조는 명에 대한 사대를 절대적 가치로 여겨 백성의 삶을 도외시하고 심지어 적대시하기까지 합니다. 이들의 국제정세 오판은 후에 정유재란과 병자호란으로 이어지며 약 300년 후 일본에 의한 국권침탈로 이어집니다.
8. 류성룡과 이순신이라는 불세출의 인물이 있었음에도 군주인 선조의 지나친 대명 사대의식과 변덕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하마터면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의 존립의 위기를 몰고 오기도 했습니다.
9. 요동의 안보를 위해 참전한 명은 임진왜란에 대한 일본과의 협상과정에서 일본과 조선반도의 분할을 논의하기도 했고 무능한 선조를 바꾸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런 협상이 원활하지 않자 조선을 속국으로 직할통치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10. 이 모든 명과 일본과의 협상에 섣불리 나서지 않으면서 조선의 존립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영의정 류성룡이 목숨을 내놓고 명과의 외교에 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1. 조선이 국가조직과 군사조직이 엉망이어서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이 아니었고 그래서 명의 구원군애 의지할 수 밖에 없었지만 명나라 군대도 당시 일본군과의 전쟁에서 거의 전패한 전쟁이 임진왜란이었으며 애당초 명의 재정상 이들은 적극적으로 참전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12. 결국 조선반도 내에서의 전쟁에서 명은 일본과의 전쟁보다 조선 양민에 대한 수탈에 더 관심이 많았으며 일본의 진로를 차단해 결정적으로 일본과의 전쟁을 끝내는 데 공헌한 이는 이순신 한사람 뿐이었던 것입니다.
13. 조선의 쇠퇴는 사실상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시작되었고 ‘스스로 힘을 길러 나라를 지켜야 한다’ 주장하는 자강파 정치인은 류성룡,이순신 이후 조선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존명사대를 주장하는 숭명파가 정치권에 득세하면서 이후 병자호란을 자초하고 이후 19세기 말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비극을 초래하게 됩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16세기 후반은 조선 조 성리학의 전성기로 명분과 의리를 주장하는 성리학자들이 정치권의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들은 성리학 이데올로그로서 자기 정치를 주장하고 명분을 내세우며 논쟁을 일삼았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국가경영을 등한시 했고 숭명 사대주의에 물들어 조선의 백성들의 민심보다 명 조정의 눈치를 더 많이 보았고 명은 이런 조선을 자신들의 속국으로 취급합니다.

왜란으로 조선 땅에서 전쟁을 치루고 백성들이 죽어감에도 나라의 자존을 지키지 못하고 군주가 명나라 장수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을 당하고 업신여김을 당하게 된 것은 이들 숭명파 사대부들이 자초한 불행입니다.

불행한 역사를 되돌아 보는 이유는 그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이책의 단점을 몇가지 지적하고 끝맺으려 합니다.

첫째, 본문이외에 별도의 인용문헌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서애 류성룡 위대한 만남’이라는 전문서를 한글세대에 맞게 펴낸 것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인용정보가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둘째, 현대의 국가조직 측면에서 16세기 조선의 조정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지만 현대의 공화정치의 모델로 성리학적 정치모델을 비판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임진왜란 이후 조선이 어떤길을 가는지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 과 이덕일씨의 ‘송시열’에 관한 저작이 일부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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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로버트 루이스 윌켄 (Robert Louis Wilken)의 초기 기독교에 대한 입문서입니다.


이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결코 쉽지 않은 그리스도 신학의 핵심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책의 초반부에서 언급되는 문장 하나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 즉,믿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신이신 그리스도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구에서 신학이 발전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현세에 오셨던 물리적 존재로서의 신을 이해하기 위함이었고, 이성적 이해가 없이는 신에 대한 믿음도 이루어질까 없다는 것입니다.

신앙의 ‘이상적 이해’라는 방법론 자체가 매우 서구적 사고방식이고 유럽의 초기 신학자들은 일반인들의 이해를 위해 고대 그리스 철학의 방법론으로 초기 신학의 체계를 완성합니다.

우리가 흔히 ‘교부’라고 알고 있는 성 어거스틴 (SaintAugustine) 같은 이가 대표적입니다.

초월적 신을 이해하는 방식이 동아시아 지역과 근본적으로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신’이라고 맏어지는 예수 그리스도가 실제로 ‘인간’으로서 이스라엘의 가나안에서 이스라엘 사람들과 살았다는 ‘역사적 예수’를 신학이해의 기반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기독교 신학의 기본 이해의 기본을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 대한 이해에서 그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사람’으로서의 예수의 생애와 행적과 설교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초기 신학자들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필연적으로 이들은 세상을 만든 ‘절대자’로서의 신과 예수로서 세상에서 삶을 산 ‘사람’으로서의 신 모두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런 신의 이중성 (dual side of God) 이 결국 예수를 신으로서 믿는 기독교 신학의 기본 관점이 되고 이를 위한 논리적 설명을 이상-현실의 이중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플라톤주의 철학을 통해 체계화됩니다.

아마존에서도 평이 대단히 좋은 신학입문서입니다.

저 역시도 기독교 신학에 괸심이 있는 분들께는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내용이해 자체는 쉽지 않지만 초기 기독교 형성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끝으로 이 책과는 좀 다른 관점의 성서학에 관한책을 소개합니다. 상서 역시 오랜기간에 걸쳐 발전해온 경전으로 서지학적, 고고학적 관점에 따라 여러 이본이 존재합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종교학자 Elaine Pagel 은 영지주의 성서 (the Gnostic Gospels)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서를 저술했습니다.

현재의 성서가 카톨릭 교회의 니케네 공의회의 공인 결과 공식적인 성서가 확정된 것이라면 영지주의에 관련된 성서는 당시 교회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으로 초기 기독교의 전모를 일부나마 볼 수 있는 책이지요. 이 책은 한국에도 번역서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개신교가 성서에서 말하는 바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목사들이 돈과 부를 탐하는 어지러운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초기 신학자들이 말하는 예수의 삶과 성서의 의미를 되돌아 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의 잘못된 ‘감언이설 ’을 성서적으로도 반박할 수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현 상황의 한국 개신교의 비판을 위해서나 서양정신의 본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나 기독교 신학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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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김훈 작가의 문체를 좋아했지만 읽은 책은 소설집 ‘강산무진(2006)’ 밖에 없어 다른 책들이 궁금했던 차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짧지만 강하고 꾸미지 않는 단문으로 이루어진 훌륭한 소설이라는 평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개봉에 맞춰 새로운 장정으로 화려하게 꾸민 책이 나왔지만 저는 최초의 판본을 선택해 읽었습니다.

그래서 중고서점을 뒤져 한권 구할 수 있었는데 책 자체도 수수하고 글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이고 영화를 본후 원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해 보니, 김윤석, 이병헌 주연의 영화 ‘남한산성 (횡동혁 감독,2017)’ 은 원작을 상당히 잘 표현한 작품이더군요.

추운 겨울 눈 덮힌 남한산성으로 파천한 조선 조정의 막다른 길과 살기 위해 청에게 항복할 수 밖에 없었던 치욕의 역사를 소설은 담담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은 임금이던 광해군을 폐하고 인조를 왕으로 내세우는 ‘반정’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는데, 당시 골수 대명 사대주의자들은 광해군이 펼친 명나라 청나라 사이의 등거리 외교를 못마땅히 여겨 그를 내치고 인조를 왕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정권을 잡았으면 정치를 제대로 했어야 함에도 성리학의 명분에 사로잡혀 대명 사대주의 외교를 고집해 당시 중국의 패권이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간과해 버리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인조는 청에게 항복의 예를 하는 굴욕을 맛보게 됩니다.

책에 나오는 예조판서 김상헌과 이조판서 최명길의 논쟁은 유장하기는 하나 허망합니다.

살아야 후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충신 최명길이 왜 조정에서 신료들로부터 죽음을 강요받아야만 하는지,, 영의정 김류와 김상헌이 주장하는 명과의 의리가 남한산성 안에서의 절박함 사이에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 논쟁을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광해군이 명 청 등거리 외교를 행한 것도 임진왜란 당시 전쟁으로 국가가 얼마나 피폐해지는 지 몸소 체험한 후 어렵게 정권을 잡은 후 이루어 낸 것인데 결국 광해군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이후 또 다시 나라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것은 명분론에 집착한 당시 기득권 세력 서인들의 오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슴 아픈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영광된 역사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책은 조선 중기 전란에 휩싸였던 조선의 격변기를 돌아보게 하는 마중물이 되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역사비평사, 2000)’ 을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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