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제가 편애하는 작가 중 한명이 황정은 작가입니다.

이 책은 순전히 작기때문에 읽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년전 처음 읽었던 작가의 <백의 그림자> (2010, 민음사)의 영향이라고 볼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백의 그림자>가 절판 후 다시 출간되어서 반가웠습니다.

김훈작가님처럼 건조하지는 않지만 매우 간결하고 군더더기없는 작가의 문체가 작가의 시그너처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중 제가 편애하는 두분이 김훈작가님과 황정은 작가님입니다.

각각의 단편을 작중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 때로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연결되게 동일 사건을 바라보는 소설의 내러티브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여성작가이신만큼 한국현대사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 3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는 서술방식이 인상적인 소설입니다.

한국인들만 인식을 못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 한국의 격변은 서구를 비롯한 외국에서는 몇백년에 걸친 과정이 압축적으로 지나온 것입니다.

한국전쟁이후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이 경제개발을 통해 산업을 일으켰고, 민주화과정을 통해 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이행했습니다. 그리고 급속한 디지털화를 이루었죠. 이런 급박한 변화가 가족사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하고 가족구성원들의 각각의 경험은 마치 다른나라를 경험한 듯 구별이 확연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조부모세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었고, 부모세대는 한국전쟁이후 극한의 가난과 대립을 경험했으며, 이후 독재치하의 압축성장과정에서 자신을 희생할 수 밖에 없었고, 이후 자식세대는 해외를 자유롭게 다니며 가부장제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사는 패턴을 보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아날로그의 마지막세대이자 첫 디지털 세대로서 자식에게 컴퓨터가 없는 삶,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이야기하기가 난감합니다. 거기에 이젠 AI까지 추가되어서 어려움이 증폭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살아온 ‘가까운 과거(1970-1990년대)’에 대해 열심히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다른 세상인 과거를 기억하는 건 현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돌아보는 객관화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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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 각자의 현실 너머, 서로를 잇는 정치를 향하여
권성민 지음 / 돌고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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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출판된 신간인데 저는 초판 2쇄를 읽었습니다. 초판 출간 5일만에 2쇄를 찍는 서지기록이 인상적입니다.

스스로 예능피디로 소개하는 저자 권영민씨는 이 책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치/ 계급/ 젠더를 분석합니다 (2부). 자신이 만든 리얼리티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의 못다한 이야기를 풀기위해 쓴 책이고 이 예능을 기획하기 위한 연구가 기반입니다.

SNS가 정치를 지배하는 한국정치의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서구에서 발생한 자유와 평등의 정치사상에서부터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 최초의 부르주아 혁명인 프랑스혁명에서부터 극단적인 인의적 평등을 강조한 러시아 혁명을 거쳐 자본주의사회에서 존재하는 계급과 능력주의, 그리고 18세기부터 시작된 여성들의 정치혁명 페미니즘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이론적 영역을 다릅니다.

정치적 좌파와 우파 또는 능력에 따른 불평등을 당연하게 여기는 보수주의자와 도덕적/ 윤리적 관점에서 약자들을 보살피려는 진보주의자의 관점의 차이, 그리고 역사의 관점을 백인 남성위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제국주의/ 자본주의 역사에서 여성/ 소수자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스트의 목소리까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분배에 대한 ’결정‘을 담당하고 이익배분을 ’조정‘하는 정치를 바라보는 이해당사자로서의 정치참여자들의 각기 다른 관점을 두루 살필 수 있습니다.

정치참여자들의 결정을 들여다봐야 하니 여러 유명한 심리학 실험( 스탠포드 감옥실험 같은)도 소개되고 , 한나아렌트의‘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도 소개됩니다. 악인은 관료의 얼굴을 한 매우 성실한 모습으로 보여져 충격을 준 저작이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 책이 다루는 젠더( 젠더 ’이퀄리즘‘의 시대)에 대한 글입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20-30대 남성들이 느끼는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을 잘 알게 해준 글입니다.

소위 MZ세대에 속한 남성들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여성들에게 학업에서부터 순위에 밀려있는데다 남성은 의무적으로 가야하는 병역의 불리함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데 , 여성들이 ’소수자‘로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급진적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들이 사회에서 남성들보다 불이익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보상심리라는 말입니다.

한국에서 가부장제는 사실상 말뿐인 껍데기로 전락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현실이죠. 핵가족화와 더불어 명절제사 관행이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근대적 교육을 받은 조부모세대부터 남녀구별없이 동등한 교육을 받으며 현재 한국여성들은 역사상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똑똑한 세대입니다. 불합리한 상황을 참지 않는 젊은 여성들이 가족제도든 직업에서든 본인의 목표를 성취하려 할 것이고 국방의 의무는 있지만 가장의 역할이 사라진 남성이 자기방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주늑든 남성들이 ’드센‘여성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저로서는 알수 없었던 시각으로 젊은 남성들의 심리를 잘알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남녀공히 소위 ’정상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상당히 급진적인 ’개인주의‘가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젊은 시절부터 개인주의자인 저로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정상가족을 이루고 사는 저이지만 결혼은 철저한 개인의 선택으로 비혼이든 동성혼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결국엔 같이 살아가야 할 남성과 여성이 너무 적대적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아닌가하는 점입니다. 이점은 피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입니다.

성향상 그리고 여건상 이성을 전혀 만나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심지어 ‘자보고 사귄다’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는 이들도 같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죠.

한국의 정치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기때문에 사회가 성숙할수록 개인주의적으로 나아가는 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에 대한 무시와 혐오만 아니라면 무엇을 결정하든 개인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편의를 위해 개개인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강요하는 관행은 고쳐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시간을 많이 소요합니다. 다양성을 포용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의견을 조율해야하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확인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민주주의자라고 칭하면서 ‘효율’운운하는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고, ‘잠재적 독재주의자’로 불러도 아마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비효율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할겁니다.

효율과 신속함은 기본적으로 돈을 위한 것이며 조직은 독재적일수록 빠르게 움직입니다.

이 책이 예능방송과 정치사회입문서로서의 역할이 있다는 추천인의 언급에 공감합니다.

정치는 정치인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모든 행위가 ‘정치’라고 생각하신다면 일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부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진부한 정치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지난 2024년 12월 3일 검사출신 대통령이 육사출신 국방장관과 모의해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한국의 엘리트들이 독재친화적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강조는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349쪽이니 부담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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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책표지에 이끌려 읽은 책입니다. 책을 천천히 읽는 편인 저도 거의 하루만에 책을 다 읽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가 직접 촬영한 화려하고 이국적인 사진 도판이 매우 인상적인 책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책을 좋아해 북디자이너가 된 것을 보면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덕업일치’를 이룬 분으로 보여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전반부 거의 절반은 우리에게 미지의 나라인 ‘네덜란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은이가 챂아간 고서점과 공공도서관도 흥미롭지만 암스테르담(Amsterdam)과 대학도시 라이덴(Leiden)이라는 도시 자체에 매우 끌렸습니다.

2023년 영국에 잠시갈때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잠시 들렀을 뿐 네덜란드에 가보지 못해 궁금하던 나라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무척 깔끔해 보이고 옛것이 잘 보존된 인상이었습니다.

독일은 베를린(Berlin), 뮌헨(Munchen), 슈투트가르트(Stuttgart)세곳을 커버했고, 일본의 사가(佐賀)와 후쿠오카의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満宮)와 도쿄 간다진보초(神田神保町)를 커버했습니다.

독일은 수많은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가보지 못한 나라라서 가보고 싶은 곳인데 특히 베를린은 꼭 가보고 싶습니다.

일본의 경우 예전에 도쿄를 꽤 여러번 방문했었지만 간다의 고서점거리는 가보지를 못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난 이후 도쿄를 가보지 못해서 어떻게 분위기가 바뀌었을지 궁금합니다.

특히 고서와 서점관련 컬렉터로 소개된 사가의 양학당 서점 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래한 서점들의 로고를 모아 액자를 만들고, 다이쇼(大正)시대(1912-1926)시기의 일러스트 작가에 대한 대화는 옛것에 대한 관심, 취향과 컬렉션에 대한 열정을 가늠해 볼 수 있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의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오랜 역사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두 편도 흥미로웠는데 폴란드의 고서점과 바르샤바 대학도서관을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라는 나라가 러시아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다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 상기된 측면이 큽니다.

요새 한국의 무기를 대량 구입하는 나라로 알려졌지만, 사실 오래된 카톨릭 국가이고, 러시아의 지배도 오래 받는데다, 1939년 히틀러가 처음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세계대전의 유럽전선이 열린 곳이기도 합니다.

공산주의 시절을 통과한 폴란드의 오래된 잡지를 보는 것, 그리고 저자가 폴란드에서 일터로 삼았던 바르샤바 대학도서관의 독특한 모습과 자연친화적 환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학도서관인데도 외부인 특히 외국인들도 여권으로 등록하면 대학도서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건 정말 부러운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의 대학들이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대학도서관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학 도서관책임자들이 도서관의‘공공성’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도서관 이용자로서 한국의 공공도서관 일반에 대해 좀 더 말씀 드리면 도서관의 도서구입예산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 같고, 제 경험에 따르면 고가도서 구입도 제한에 걸려 있습니다. 누가 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서관 건물 자체에 대한 투자보다 책을 많이 구입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좋은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건물이 아무리 현대적이고 좋아도 대출도서 권수가 너무 적거나 고가도서 구입도 제한이 걸려 읽을 방법이 없다면 도서관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공공 도서관의 기본기능을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해외여행을 가면 꼭 그 도시의 서점이나 중고서점을 방문합니다. 저자가 언급했듯 보통 여행자는 박물관과 서점을 가는 편이고 덕후가 아닌 이상, 그리고 유학간 학생이 아닌 이상 방문도시의 도서관까지 방문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방문도시의 공공 도서관을 방문해 보는 것도 방문도시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과 비슷한 톤이지만 한국의 도서관과 얽힌 근현대사를 다룬 책을 소개합니다. 아직 읽고 있어서 완독 후 별도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백창민 ,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한겨레 출판,2025)

끝으로 이 책은 해외하면 늘 나오는 미국 뉴욕이나 프랑스 파리가 아닌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와 폴란드가 소개되어 좋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다른 나라들이 여전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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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 작가들이 쓴 한국현대사 책은 유시민작가의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1988-1992년 처음 발간되었던 작가 박세길의 <다시쓰는 한국현대사1-3>이 먼저 생각 납니다. 386운동권의 시각에서 한국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했던 책으로 꽤 오랫동안 읽힌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처음 읽을 당시 왜 학교에서 현대사를 가르치지 않는지 위정자들이 뭐 숨겨야 할 것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웠습니다.

해방전 사회주의 편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역사가 북한으로 월북된 문인들의 역사가 철저하게 지워졌다는 걸 아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가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포함해 한국의 역대 독재 정권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말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현대사는 지금 살고 있는 분들이 삶에서 경험했던 사건이 대한 서술이자 해석이고 그래서 지금 현재가 어떻게 현재가 되었는지 알수 있는 가까운 과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386세대 운동권 출신 중 자유주의자를 대표하시는 분이 유시민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30여년 전에 읽은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푸른나무,1998)이 저에게는 유작가의 첫 책이었는데, 이번의 이 책이 아마 제가 읽은 세번째 혹은 네번째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전에 냈던 <나의 한국현대사 > (돌베게,2014)의 개정증보판으로 본문 쪽수가 400쪽이 넘어가는 책입니다.

작가께서 직접 참여하셨던 1980년의 서울역 시위와 회군 그리고 1987년 6월 10일의 시위 광경은 작가의 위치가 386세대 내에서 어떠한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을 다룬 제3장과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다룬 제4장입니다.

제3장의 제목은 ‘절대빈곤, 고도성장, 양극화’로 지난 50년대 말부터 군사독재 시절의 경제계획/ 산업화시기의 고도성장, 그리고 9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화와 이에따른 양극화를 제목에서부터 보여줍니다.

제4장은 ‘전국적 도시봉기를 통한 한국형 민주화’라는 제목으로 멀리는 1919년 3.1운동에서 시작해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1961년의 4.19 그리고 1980년 광주를 거쳐 ‘87년체제’의 시작이 된 1987년 6월 항쟁 그리고 이후의 촛불혁명을 다룹니다.

작가는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 국민들이 불가피하게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의 도시봉기는 늘 ‘연속적, 동시다발적, 그리고 전국적 도시봉기’인 특징을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1980년대 시위에서 각목과 체루탄이 있었다면 지금은 이 양상에 폭력이 빠지고 촛불이나 응원봉이 나온 것만 다른겁니다. 책이 2021년에 나와 직접 이런 언급은 없지만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봉기가 지역적으로만 일어날 경우 ( 1980년 광주의 경우처럼)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실패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시 도시봉기를 조직한 지도부들은 전국에서 동시에 연속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과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조직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당연히 여기는 개인의 자유, 자신의 주장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가 1986년 당시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

중국과 휴전선으로 고립된 상태로 한국전쟁의 휴전이 계속된 한반도 남쪽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이후 처음에는 이승만이라는 미국 망명객 출신이 독재정치를 하면서 왕처럼 군림했었고, 5.16 군사쿠데타이후 일제의 만주군 출신 박정희는 자신이 군대에서 배운바대로 국가를 ‘병영’으로 만들었고 군사독재를 시행했으며 경제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희생하는 공포정치를 했습니다.

왕이 되고 싶었던 이 군인은 1972년 ‘유신’을 통한 ‘친위쿠데타’를 성공시켜 이후 1979년 심복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을 맞아 죽을때까지 18년을 철권통치했습니다.

1979년 12.12군사반란을 일으키고 1980년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고 집권한 전두환은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군사독재를 이어갔고, 후계자로 자신과 함께 12.12군사반란을 일으킨 노태우를 지명합니다.

이 군인들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체육관 선거’를 고수하고자 했지만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민주화 세력은 직선제 개헌을 관철하게 됩니다.


작가가 언급했듯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의 ‘난민촌’에서 군사독재자 치하의 ‘병영국가’로 그리고 이후 ‘민주화’를 통해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 된 유일한 사례입니다.

세상일 알 수가 없는 것이 이 책이 나오던 2021년만 해도 문재인 정부이후 검사출신 대통령이 선출되어 독재로 사회를 퇴행시키고, 2024년 12월 3일 박정희 이후 볼 수 없었던 ‘친위 쿠데타’를 다시 볼 수 있을 줄 몰랐을 것입니다.

지금도 12월3일 밤 10시가 넘어 대통령이 오만하게 ‘계엄령’을 낭독하고 정치를 정지시키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뒷덜미에서 식은땀이 흐르던 걸 기억합니다.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은 사법적 단죄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검찰과 사법부의 내란공모가 의심되는 가운데 내란수괴의 재판은 침대축구식으로 늘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쿠데타’를 일으킨 내란수괴가 제대로 사법적 단죄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전두환에 대해 사법부는 ‘성공한 쿠데타는 단죄할 수 없다’는 치욕적인 판결을 남겼을 뿐입니다. 그래서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국민을 무자비하게 죽인 정치군인 전두환은 ‘천수’를 누리다 노환으로 죽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의 사법적 단죄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사법부의 명예가 달려있는 판결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흐지부지된다면 한국에서 최소 사법부는 그 존재의미를 잃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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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2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의 한국현대사>와 저자 유시민에 대하여 한말씀만 드리자면,
유시민은 일제강점기 친일 훈도였던 부친 아래서 자라나, 대학시절엔 민간인 4명을 사복경찰로 오인하여 감금 고문 폭행한 죄목으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받은 사람입니다. (서울대 민간인 감금 폭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한마디 사과나 반성 없이 저술과 정치 활동을 계속하는 유시민의 가려진 실체는 직시해야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선 가해자인 유시민의 이 같은 자가당착의 역사관과 세계관의 후안무치함에 두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1/19/2006011970162.html <유시민 때문에 인생 망친 4명, 그 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0395 <유시민, 여성, 노동자, 고졸 비하 발언>
https://www.breaknews.com/10175 <유시민 선친, 일제치하 ‘훈도‘ 경력 확인>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1204000420 <법원 ‘가짜뉴스 유포‘ 유시민에 3000만원 손해배상 선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0005906?sid=100 <유시민 국민연금탈루, 여성비하, 기독교비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0005935?sid=100 <유시민 국고횡령, 허위영수증>
https://www.chosun.com/national/incident/2024/10/15/GHBZLFC4NRC7JIR6QFLG2RHS2A/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법카 유용으로 기소>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90321/94670407/2 <‘마약 밀수’ 유시민 조카, 2심 ‘징역 3년’ 이유?>
(언론에 보도된 유시민 일가의 비리 행적은 많지만 극히 일부만 열거했을 뿐입니다.)

유시민처럼 역사에 대하여 항상 선악 이분법적인 단순 잣대를 적용한다면, 막말과 비리로 얼룩진 유시민 본인의 과거행적도 동일 잣대에 의하여 악행으로 단죄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과 기독교를 비하하고, 고졸 학력자들을 비아냥거리며 세금을 요령껏 탈루하는 자신의 비리에는 관대한(혹은 무감각한) 유시민의 역사관이라면 주의해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Dennis Kim 2025-09-22 09:09   좋아요 0 | URL
주장은 자유이시니 알겠지만 책을 읽어보시기는 했나요? 이분법적인 사고는 찿아볼수가 없던데. 심지어 박정희의 경제개발의 긍정적인 면을 좋게 평가하기까지 했습니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서울의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4
정해구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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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때문에 발췌독을 한 책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시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1987년 6월항쟁과 6.29 선언, 1988년 서울올림픽 그리고 냉전의 붕괴에 따른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1989년 여소야대에 따른 5공청산청문회와 전두환의 백담사행 그리고 1990년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구 사회주의 동유럽권 그리고 소련과의 수교.

냉전이 붕괴하고 서구에서는 자본주의의 승리와 ‘역사의 종언’이 주장되던 격변의 시기입니다.

이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와 이에 대항하는 민주화세력간의 대결이 주요 주제이며 1987년 대통령직선 민주주의를 민주화운동세력이 쟁취를 했으나 김대중 김영삼 양김씨의 분열로 신군부세력인 노태우의 민정당이 정권을 잡아서 독재세력의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한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책에서 언급한 민정당 세력은 신군부 독대세력이지만 이후 ‘보수’세력으로 옷을 갈아입고 보수행세를 하게 됩니다.

이때 하지 못한 독재세력 청산은 시간이 흘러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새누리당- 국민의힘( 하도 당명이 바뀌어 순서는 정확치 않습니다)으로 바뀌어 왔고 독재의 유전자는 그대로 보전되어 왔습니다.

이 당시 만주화운동의 학생들이었던 이들은 이후 386/ 586으로 불리면서 근 40여년 정치판을 주무르는 실세가 되고 현 정부의 중심이 됩니다.

신군부 독재세력인 민정당의 후신은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친위쿠데타를 옹호하고 동조하며 그들의 유전자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합니다.

1980년대부터 최근의 현대사를 보면 한국에서 쿠데타가 얼마나 반번한지, 민주화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습니다.

살면서 쿠데타를 두번이나 겪다니…

이 책은 당시 신군부에 저항했던 두 거물 야당 정치인 중 김영삼의 민주당이 1991년 두 독재세력인 민정당과 김종필의 공화당과 행한 3당합당을 ‘배신’이라고 표현했는데 합당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개인적’야심때문에 독재세력과 손을 잡은것이니 정확한 평가라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김영삼은 대통령이 된 뒤에 신군부의 핵심이던 하나회를 숙청했고, 김영삼 이후 집권한 김대중은 신자유주의세력에 굴복해 한국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이중구조’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군인들이 세력을 확장하지 못할 때 대신 검사들이 무소불위의 수사권을 휘둘러 제멋대로 정치를 해왔습니다.

한국의 고위관료들과 검찰이 여전히 일본극우의 영향하에 있는 독재성향이라는 사실이 이번 12.3 내란에서 드러난 겁니다.

이번에 딴세상에 사는 파워엘리트의 세계를 간접경험한 겁니다.

40여년전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당시와 2025년 현재 상황이 너무 닮아 기시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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