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책표지에 이끌려 읽은 책입니다. 책을 천천히 읽는 편인 저도 거의 하루만에 책을 다 읽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가 직접 촬영한 화려하고 이국적인 사진 도판이 매우 인상적인 책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책을 좋아해 북디자이너가 된 것을 보면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덕업일치’를 이룬 분으로 보여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전반부 거의 절반은 우리에게 미지의 나라인 ‘네덜란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은이가 챂아간 고서점과 공공도서관도 흥미롭지만 암스테르담(Amsterdam)과 대학도시 라이덴(Leiden)이라는 도시 자체에 매우 끌렸습니다.
2023년 영국에 잠시갈때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잠시 들렀을 뿐 네덜란드에 가보지 못해 궁금하던 나라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무척 깔끔해 보이고 옛것이 잘 보존된 인상이었습니다.
독일은 베를린(Berlin), 뮌헨(Munchen), 슈투트가르트(Stuttgart)세곳을 커버했고, 일본의 사가(佐賀)와 후쿠오카의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満宮)와 도쿄 간다진보초(神田神保町)를 커버했습니다.
독일은 수많은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가보지 못한 나라라서 가보고 싶은 곳인데 특히 베를린은 꼭 가보고 싶습니다.
일본의 경우 예전에 도쿄를 꽤 여러번 방문했었지만 간다의 고서점거리는 가보지를 못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난 이후 도쿄를 가보지 못해서 어떻게 분위기가 바뀌었을지 궁금합니다.
특히 고서와 서점관련 컬렉터로 소개된 사가의 양학당 서점 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래한 서점들의 로고를 모아 액자를 만들고, 다이쇼(大正)시대(1912-1926)시기의 일러스트 작가에 대한 대화는 옛것에 대한 관심, 취향과 컬렉션에 대한 열정을 가늠해 볼 수 있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의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오랜 역사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두 편도 흥미로웠는데 폴란드의 고서점과 바르샤바 대학도서관을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라는 나라가 러시아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다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 상기된 측면이 큽니다.
요새 한국의 무기를 대량 구입하는 나라로 알려졌지만, 사실 오래된 카톨릭 국가이고, 러시아의 지배도 오래 받는데다, 1939년 히틀러가 처음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세계대전의 유럽전선이 열린 곳이기도 합니다.
공산주의 시절을 통과한 폴란드의 오래된 잡지를 보는 것, 그리고 저자가 폴란드에서 일터로 삼았던 바르샤바 대학도서관의 독특한 모습과 자연친화적 환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학도서관인데도 외부인 특히 외국인들도 여권으로 등록하면 대학도서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건 정말 부러운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의 대학들이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대학도서관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학 도서관책임자들이 도서관의‘공공성’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도서관 이용자로서 한국의 공공도서관 일반에 대해 좀 더 말씀 드리면 도서관의 도서구입예산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 같고, 제 경험에 따르면 고가도서 구입도 제한에 걸려 있습니다. 누가 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서관 건물 자체에 대한 투자보다 책을 많이 구입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좋은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건물이 아무리 현대적이고 좋아도 대출도서 권수가 너무 적거나 고가도서 구입도 제한이 걸려 읽을 방법이 없다면 도서관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공공 도서관의 기본기능을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해외여행을 가면 꼭 그 도시의 서점이나 중고서점을 방문합니다. 저자가 언급했듯 보통 여행자는 박물관과 서점을 가는 편이고 덕후가 아닌 이상, 그리고 유학간 학생이 아닌 이상 방문도시의 도서관까지 방문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방문도시의 공공 도서관을 방문해 보는 것도 방문도시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과 비슷한 톤이지만 한국의 도서관과 얽힌 근현대사를 다룬 책을 소개합니다. 아직 읽고 있어서 완독 후 별도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백창민 ,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한겨레 출판,2025)
끝으로 이 책은 해외하면 늘 나오는 미국 뉴욕이나 프랑스 파리가 아닌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와 폴란드가 소개되어 좋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다른 나라들이 여전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