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출판된 신간인데 저는 초판 2쇄를 읽었습니다. 초판 출간 5일만에 2쇄를 찍는 서지기록이 인상적입니다. 스스로 예능피디로 소개하는 저자 권영민씨는 이 책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치/ 계급/ 젠더를 분석합니다 (2부). 자신이 만든 리얼리티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의 못다한 이야기를 풀기위해 쓴 책이고 이 예능을 기획하기 위한 연구가 기반입니다. SNS가 정치를 지배하는 한국정치의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서구에서 발생한 자유와 평등의 정치사상에서부터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 최초의 부르주아 혁명인 프랑스혁명에서부터 극단적인 인의적 평등을 강조한 러시아 혁명을 거쳐 자본주의사회에서 존재하는 계급과 능력주의, 그리고 18세기부터 시작된 여성들의 정치혁명 페미니즘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이론적 영역을 다릅니다. 정치적 좌파와 우파 또는 능력에 따른 불평등을 당연하게 여기는 보수주의자와 도덕적/ 윤리적 관점에서 약자들을 보살피려는 진보주의자의 관점의 차이, 그리고 역사의 관점을 백인 남성위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제국주의/ 자본주의 역사에서 여성/ 소수자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스트의 목소리까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분배에 대한 ’결정‘을 담당하고 이익배분을 ’조정‘하는 정치를 바라보는 이해당사자로서의 정치참여자들의 각기 다른 관점을 두루 살필 수 있습니다. 정치참여자들의 결정을 들여다봐야 하니 여러 유명한 심리학 실험( 스탠포드 감옥실험 같은)도 소개되고 , 한나아렌트의‘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도 소개됩니다. 악인은 관료의 얼굴을 한 매우 성실한 모습으로 보여져 충격을 준 저작이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 책이 다루는 젠더( 젠더 ’이퀄리즘‘의 시대)에 대한 글입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20-30대 남성들이 느끼는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을 잘 알게 해준 글입니다. 소위 MZ세대에 속한 남성들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여성들에게 학업에서부터 순위에 밀려있는데다 남성은 의무적으로 가야하는 병역의 불리함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데 , 여성들이 ’소수자‘로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급진적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들이 사회에서 남성들보다 불이익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보상심리라는 말입니다. 한국에서 가부장제는 사실상 말뿐인 껍데기로 전락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현실이죠. 핵가족화와 더불어 명절제사 관행이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근대적 교육을 받은 조부모세대부터 남녀구별없이 동등한 교육을 받으며 현재 한국여성들은 역사상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똑똑한 세대입니다. 불합리한 상황을 참지 않는 젊은 여성들이 가족제도든 직업에서든 본인의 목표를 성취하려 할 것이고 국방의 의무는 있지만 가장의 역할이 사라진 남성이 자기방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주늑든 남성들이 ’드센‘여성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저로서는 알수 없었던 시각으로 젊은 남성들의 심리를 잘알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남녀공히 소위 ’정상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상당히 급진적인 ’개인주의‘가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젊은 시절부터 개인주의자인 저로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정상가족을 이루고 사는 저이지만 결혼은 철저한 개인의 선택으로 비혼이든 동성혼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결국엔 같이 살아가야 할 남성과 여성이 너무 적대적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아닌가하는 점입니다. 이점은 피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입니다. 성향상 그리고 여건상 이성을 전혀 만나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심지어 ‘자보고 사귄다’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는 이들도 같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죠. 한국의 정치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기때문에 사회가 성숙할수록 개인주의적으로 나아가는 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에 대한 무시와 혐오만 아니라면 무엇을 결정하든 개인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편의를 위해 개개인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강요하는 관행은 고쳐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시간을 많이 소요합니다. 다양성을 포용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의견을 조율해야하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확인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민주주의자라고 칭하면서 ‘효율’운운하는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고, ‘잠재적 독재주의자’로 불러도 아마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비효율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할겁니다. 효율과 신속함은 기본적으로 돈을 위한 것이며 조직은 독재적일수록 빠르게 움직입니다. 이 책이 예능방송과 정치사회입문서로서의 역할이 있다는 추천인의 언급에 공감합니다. 정치는 정치인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모든 행위가 ‘정치’라고 생각하신다면 일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부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진부한 정치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지난 2024년 12월 3일 검사출신 대통령이 육사출신 국방장관과 모의해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한국의 엘리트들이 독재친화적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강조는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349쪽이니 부담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