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지은 소설가 장강명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습니다. 단지 여러 매체에서 들은 바로 상을 여러번 받은 신진 소설가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읽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을 지은 분이라는 점만 알고 있었습니다.

작가가 이미 밝혔듯이, 하나의 의도를 가지고 지은 책이 아니고 상당부분 작가가 ‘채널예스’라는 잡지의 연재분과 기타 다른 곳에 발표한 글들을 모은 글입니다.

각 꼭지마다 ‘덧붙임’이라는 부가문들이 붙을 수 밖에 없는 이유였는데 저는 원래 연재내용을 바꾸지 않고 이렇게 부가하는 형식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논픽션 위주의 독서를 하는 편이라 문학관련해서 편집자들이나 출판사들의 사정을 잘 몰랐는데, 제2부에 해당하는 ‘소설가의 돈벌이’가 특히 글쓰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판사들이 책을 낸 소설가들과 다른 저자들에게 총 몇부의 책이 출고되고 재고가 얼마 남았고, 인쇄소에서 첫쇄부터 얼마나 인쇄를 했는지 모른다고 한 사실을 폭로하는 부분은 독자로서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출판업도 엄연히 제조업인데 얼마나 인쇄가 되어 출고가 되고 얼마나 서점으로 나가는지 총매출수량과 출고수량을 출판사가 모른다는 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대형출판사에서조차 이런 기본적인 오퍼레이션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출판을 문화로만 취급하고 비즈니스로 인식하지 못한 업계의 관행탓으로 보입니다.

이외, 소설가들이 출판사와 출간계약을 하는 법이라든지, 추천사가 어떻게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는지, 신간 마케팅을 위해 저자들이 출판사와 어떤일을 해야 하는지, 실제 유튜브 상에서 본 여러 출판사들의 마케팅관련 영상의 이면을 잘 설명해 준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면들로 한국의 소설가들이 결국 오리지널 컨텐츠를 창작하는 이들로 소설이 출간된 이후 이흘 기반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자로 참여하게되고, 그로인해 소설가들에게 제2판권시장이 열리게 된 건 비즈니스 측면에서 아주 긍정적인 면 같습니다. 그리고 영상콘텐츠 강국이 한국이라서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도 중요한 점 같습니다.

책과 독서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한국의 독서시장이 양분되어 매니아층인 활자중독자들과 문해력이 달려 300쪽이 넘어가는 책을 읽지 못하는 경우로 나뉘고, 문해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에 따라 한국소설도 점점 얇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처럼 두터운 대하소설이 나오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염상섭같은 현실주의 작가를 좋아하고 소싯적 읽었던 조세희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아직도 인생의 소설로 남아 있습니다.

자칭 월급사실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2020년대의 소설가인 장강명씨의 소설을 기회가 되면 읽어보려 합니다.

얼마 전 보니 위에 소개한 <한국이 싫어서>가 영화화된 소식을 들었습니다. 창비나 문지같은 문단권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2000년 초반 데뷔한 주류 소설가의 한사람으로서 솔직한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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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일본의 프로파간다
기시 도시히코 지음, 정문주 옮김, 조명철 감수 / 타커스(끌레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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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자는 일본의 학자가 미디어와 전쟁의 관계를 1894년 청일전쟁부터 1945년 일제의 패망과 그 이후 연합군의 일본 점령통치시기까지를 연구한 책입니다.

즉 메이지유신(1868) 이후 제국 일본이 대외전쟁을 수행할 때마다 국민들에게 어떤 미디어를 동원해 전쟁열 (戰爭熱)을 고조시켰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전쟁에서 미디어를 이용한 선전전이 얼마나 치열한지는 최근 일어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가자 전쟁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은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총력전 체제에 접어든 1930년대 전쟁을 위한 프로파간다의 정점을 찍었고, 일제의 군부는 모든 종류의 미디어에 대한 사전 검열과 사후 검열을 단행했습니다.

최악의 군국주의 체제를 언론 검열 및 통제를 통해 이어가고자 한 겁니다.

이 책에는 일제의 미디어 정책과 선전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쟁 상대국이었던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이 침공하고 점령했었던 대만과 만주국 그리고 몽골에서의 선전전 상황도 나옵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천황제 군국주의 국가의 미디어 통제정책을 보면 독재국가에서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억압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민간신문의 보도사진 기자들이 결국 모두 군부에 소속되어 군부의 명령과 검열에 따라 내용과 형식 모두를 통제당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보도검열과 관련해 현재 한국의 상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직 검사출신 대통령과 육사출신 경호실장( 후애 국방장관)은 ‘입틀막’으로 대변되는 비판세력 탄압을 공공연히 벌여왔습니다. 정권의 정책을 비판하는게 언론의 본연의 임무인데도, 무지해서 이를 모른체 TBS방송을 거의 파산지경으로 이끌었고, 검찰출입기자출신 방송문외한을 KBS사장에 앉히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언론의 자유인데 검찰주의자이자 친일극우 독재자인 대통령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왕이 되기를 자처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사법적 탄압을 해온 야당이 계속 정부인사들과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들을 탄핵하자 이를 빌미로 지난 12월 3일 군사쿠데타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2시간 이후 소위 비상계엄은 해제되고 내린을 일으킨 대통령은 아직도 현직에 있습니다.

속히 내전상태가 종식되고 주모자에 대한 법적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독재적 대통령의 고리는 이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총력전체제의 군국주의 제국일본이고 대통령주위의 뉴라이트 인사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의 후예들을 포함한 일본극우와 동일한 생각을 가졌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한국의 후진성을 인정하는 이들입니다. 더구나 검찰은 일제가 만든 조직으로 모르긴 해도 오랜세월 조직문화 자체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긍정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도 천황제를 폐기하지 않은 일본은 근대적 민주주의 국가로 보기 어렵습니다.

중일전쟁 당시 미디어를 통제하고 검열하는 일제의 정책은 만주국 장교출신 군사독재자 박정희도 따라했고, 박정희를 추종했던 12.12 군사내란의 수괴인 전두환도 따라했습니다. 그리고 검찰출신 독재자도 따라하고 언론을 탄압했습니다.

민주주의를 모르고 타인과 대화하는 법을 몰라 무력을 동원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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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데 의외로 식문화 연구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정치나 경제같은 거대담론을 중시해서 정작 일상에서 접하는 식문화를 등한시 하기 일쑤입니다.

아무튼 이 책은 성균관대에서 한국근대소설을 연구하시는 박현수 교수께서 2023년 펴낸 책입니다.

과거의 역사를 서술하는데 사료를 인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설도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에 역시 좋은 소스가 됩니다.

이 책도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의 유명 음식점들의 분위기, 가격 등을 살피는데 식민지 시기에 쓰여진 소설을 인용합니다.

이 시기 서양요리와 일본을 거친 화양절충(和洋折衷)식 요리 그리고 중국요리와 일본요리가 본격적으로 조선에 들어오던 시기이고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등도 많이 마시기 시작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 시대를 대표하던 식당인 미쓰코시(三越)백화점 식당과 조선호텔 식당 그리고 조선인 자본가 박흥식의 화신(和信)백화점 식당을 다룹니다. 일제강점기 인기를 끌던 정식(定食)이 생긴 이유, 그 가격대 그리고 서양인들이 주로 묵었던 조선호텔의 프렌치 코스요리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리고 제가 주목했던 곳은 방적회사 가네보의 가네보 푸르츠팔러로 생소한 과일디저트 전문 카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두 곳은 시인 이상과 소설가 이태준의 아지트였던 낙랑파라 카페 그리고 조선공산당이 1925년 창립총회를 연 중식당 아서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시면 되고, 제가 찿은 공통점은 이 식당들이 대부분 1920-30년대 운영되었던 곳이고, 위치도 일본인 거주지역과 가깝거나 관청가, 외교가와 가까운 지역에 몰려있었다는 것입니다. 주고객층이 아무래도 조선주재 일본인이거나 조선의 부유층, 그리고 외교사절등으로 조선에서 거주하는 서양인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종로에 있었던 조선인 상대 국밥집이나 설렁탕집 그리고 냉면집의 음식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이 식당들은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은 사라져버렸으나 종이신문 전성기에 인기있던 신문연재소설의 삽화를 보는 건 남다른 감회를 일으킵니다. 특히 한국근대의 소설가들이 신문사 기자로 재직하면서 신문연재소설을 쓰는 경우를 보는 건 매우 특이한 사례같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식인들의 직장이 아마 대부분 교사나 신문기자 혹은 잡지사 기자 등이어서 그런 것 같고, 외부 필자를 구하기 어려워서 기자가 소설도 쓰고 했던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 책은 경성의 본정( 명동), 종로, 황금정( 을지로), 장곡천정(소공동) 일대의 유명 음식점을 다뤄서 1920-30년대 당시 경성의 경관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일제시대 서울의 도시모습을 보게됩니다. 예를 들어 미쓰코시백화점은 지금도 신세계백화점으로 그 모습 그대로 있고, 중식당아서원 자리에는 롯데호텔이 들어섰습니다. 이 책에 나온 설렁탕집 이문 식당은 아직도 영업 중이고, 화신백화점은 이제 없어지고 삼성종로타워가 자리잡고 있죠.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이 책과 관련하여 책을 몇가지 더 소개합니다.
이 책이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다루었다면, 해방이후 이촌향도(離村向都)로 상징되는 산업화 시대 서울의 발전상을 마찬가지로 당시 발표된 소설을 통해 알아본 연구서가 있습니다.

서울탄생기, 송은영 지음 (푸른역사,2018)

그리고 이책의 낙랑파라와 관련해서 언급된 소설가 박태원이 대해서는 조이담 선생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해설서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개정판이 나왔지만 저는 초판으로 읽었습니다.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박태원. 조이담 지음( 바람구두,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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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미각 - 짜장면에서 훠궈까지, 역사와 문화로 맛보는 중국 미식 가이드
김민호.이민숙.송진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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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연구자들이 함께 쓴 중국식문화에 대한 책입니다. 중국 본토에서 먹는 음식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향장육, 솬양러우, 그리고 쑹수구이위에 관심이 갔습니다.

2019년 처음 발간된 책으로 중국의 음식문화에 관심이 있으면 입문서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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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유고 산문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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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산문을 읽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해 일독했습니다.

생전 박경리 선생께서 쓰셨던 글을 모은 산문집인데 출처와 시간대를 보면 대체로 1990년대초중반에 쓰인 글들입니다.

작가의 의견이 들어간 편집이 아니고 잡지에 쓴글을 모은 책이기 때문에 내용이 중복되는 부분이꽤 많습니다.

이 대작가는 대표작 ‘토지’를 쓰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많은 산문은 남기지 않은 걸로 추정합니다.

책에서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일제강점기 20여년을 직접 살아오신 분이라 작가 자신이 증언하는 일제강점기에 관한 글을 더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작가의 대작 ‘토지’는 작가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는 1945년까지를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고, 땅이 아닌 토지를 중심으로 일제시대 조선의 사회경제사를 소설로서 제시하고 있다고 작가가 직접 소개했습니다.

따라서 작가가 일제시대 사회경제에 대해 많은 책을 읽으신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를 온전히 일제에서 보낸분이라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는 일본은 변화하는 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세계로 보고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일본황실의 만세일계( 万世一系) 주장이고 천황을 현신인( 現人神)으로 여기는 신도(神道)때문이라고 봤습니다 (p69).

변화하는 세상을 어떻게 힌 혈통이 계속 이어올 수 있으며 태어나서 죽는 사람이 어떻게 신이 될수 있은가? 저자는 일본이 신도에 기초에 이렇듯 만사를 거짓으로 꾸미기 때문엡 일본에 철학과 예술 그리고 지식인이 생길 수 없다고 봅니다.

이런 허무함때문에 탐미주의나 그로테스크한 괴기소설 등이 발전했다고 보고, 수많은 소설가들이 자살한 경우도 오직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봤습니다.

작가는 일본에 불교가 들어가든 유교가 들어가든 모두 신도의 보충역할밖에 못하고 결국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고 했습니다.

현재도 일본에서 젊은이들이 수많은 교회양식의 건물에서 서양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지만 신랑도 신부도 기독교 신자가 아니며 심지어 일본에 사는 서양인들이 서양신부를 ‘연기’한가고 합니다.

실체를 배우지 않고 단지 겉모습만 모방하는 일본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되고 위에서 작가가 일본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는 또 다른 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은 아직도 메이지 유신의 주축인 조슈번(
長州藩) 의 주역 후예들이 나라를 통치는 겉모습만 민주주의인 나라로 봅니다.

천황과 일본국회의 관계는 영국의 입헌군주제와 같지 않습니다. 그냥 흉내만 낸거죠. 제가 아는 한 국회의원직을 3대씩 대를 이어가며 하는 나라도 일본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일본은 총리도 대를 이어서 하지 않나요?

겉모습만 모방하는 일본인의 모습은 그들의 정치체제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대로된 민주주의국가에서는 한 정당이 50년씩 장기집권하지는 않습니다.


170여쪽밖에 안되는 작은 책이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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