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온 이책은 연세대 김항교수께서 이전에 펴낸 ‘제국일본의 사상 (창비,2015)’ 의 후속으로 내놓으신 책입니다.

문화정치와 미디어를 공부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행간에서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에 따른 각 정치사건에 따른 대중의 인식을 서술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부제인 ‘전후 일본의 비평, 민주주의, 혁명’ 중 제가 가장 흥미가 있던 부분은 ‘민주주의’ 관련 제2부였습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일본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이며 제대로된 공화정을 하고 있는 나라가 맞는지 의심을 하고 있었기에 일본의 전후정치를 이야기하는 2부의 내용이 관심 있었습니다.

3장 보편주의와 식민주의는 전후 일본의 지식인들이 18세기 독일에서 유래한 서양의 보편주의와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했는데, 이는 유럽중심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 관점을 내포하고 있어 ‘야만’으로 대표되는 비서구 내지 문명화되지 않은 식민지인을 ‘비인간’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일본이외의 민족을 불온시하고 ‘순수한 일본’을 지향하는 것으로 제2차세계대전의 패전과 미국의 군정을 통한 민주주의 이식에도 불구하고 전후 일본은 식민주의를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입니다(p134).

3장의 전반은 한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책 ‘제국의 위안부( 뿌리와 이파리,2015)’의 논의를 소개하며 일본의 전후민주주의 안에 내재된 (서구식) 보편주의와 식민주의를 망각한 잘못된 역사인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합니다(p139).

3장의 이론적 내용은 도쿄대학 총장이던 정치철학자 난바라 시게루(南原 繁)가 주장한 민족공동체론에 따른 것으로 이는 18세기 독일의 피히테 철학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다음으로 관심이 간 5장은 핵발전과 핵무기에 대한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일본의 ‘현실적 이상주의자’들에 대한 논의로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일본의 핵개발이 패전이후에도 전쟁 전에 일본을 지배해온 세력이 여전히 일본의 정치경제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사례로 보았습니다(p179).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주권을 회복한 일본은 국제사회에 복귀하게 되는데 이는 영미측과만 강화를 한 것이고 중국 러시아와는 강화를 하지 않아 이후 국제분쟁 발생의 소지가 있는 강화였습니다.

이렇게 연합국 중 영미만을 대상으로 강화를 하게 된 대에는 제국일본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다 패전후 총리가 된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위 대외인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도 일본이 중요시하는 미일안보조약의 개정을 둘러싸고 1959년 일본의 학계에서 비판이 일었는데 이는 중립국화하지 않은체 미국의 입장에 서서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들어가는 안보조약의 개정은 일본의 국민의 안전보다 국가의 방위를 위한 일이며 이는 천황의 통치를 골자로 하는 ‘국체’를 지키려 한 초국가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었습니다(p187).

제국일본에 ‘종전공작(終戰工作)‘에 참여했던 제국일본의 외교관이 패전후 일본총리가 된 일이나, 태평양전쟁과 제2차세계대전 중과 마찬가지로 패전후에도 일본에는 여전히 ’국민을 망각한 위정자‘와 ’위기를 망각한 국민‘의 정신구조가 그대로 온존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p194)

1950년대말에서 1960년대 초까지 냉전으로 인해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핵무기의 실전 배치로 바뀐 안보환경은 ‘착오에 의한 파멸’의 가능성을 고조시켰기에 두 진영 중 어느 한편에 가담하는 것은 공멸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패전이후 일본의 ‘중립국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국민에 관심이 없는 위정자의 모습은 2025년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 때 여당이었던 국민의 힘은 ‘선거동물’로서의 정치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일어난 경상북도의 재앙적인 큰 산불이 났을 때 국민의 힘 소속 경상북도 지사의 행태는 공직자의 ‘국민 망각’이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바싹 마른 산골에 산림청이 경제적인 목적만을 위해 조림한 소나무숲이 타면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재민이 발생했는데도 최고 책임자인 도지사는 이재민 지원은 팽겨치고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왔습니다.

‘국민을 망각’한 것은 물론이고 고위공무원의 도덕적 헤이( moral hazard)가 극에 달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최근의 한국 위정자의 모습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제국일본의 영향이라고 추측합니다. 파면당한 대통령이 거의 이완용 뺨치는 친일행보를 했고,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이에 동조하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무마해주는 친일 대통령을 반겼습니다. 그리고 그 대통령이 헌정채제를 뒤집어 엎고 독재를 해보겠다고 군대를 동원해 내란을 일으키고 헌재로부터 파면당했습니다.

위에섯 언급한 도지사는 내란수괴인 대통령을 옹호하는 망언을 거듭하길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파면되자 대형산불로 모든 걸 잃은 도민들을 버리고 대선행보를 했습니다.

이보다 완벽하게 국민을 철저하게 무시한 정치인을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어찌되었건 일본은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체 범죄은폐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고, 이는 또한 그들의 역사왜곡의 동력이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본에 대를 이어 정치를 하는 가문들 중 메이지이래 정치를 계속하는 전범의 후손들도 상당수라는 점입니다.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족벌적 정치는 사실 민주주의의 원래 취지와 반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귀족정( aristocracy)과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

얼마전까지 일본의 총리였던 아베신조(安倍晋三)는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이지역은 메이지유신 당시 최대 번벌(藩閥) 중 하나인 조슈(長州) 지역이고 아베총리는 이책에도 소개된 제2차세계대전 전범(戰犯)이자 일본의 총리였던 기시노부스케( 岸 信介)의 외손자입니다. 사실상 일본정치는 메이지유신이래 별 변화없이 번벌세력이 그대로 이어져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민주주의가 허울뿐이고 번벌세력의 후예이자 전범의 후예들이 지속적으로 일본의 재무장을 위해 노력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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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오늘 완독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내성적인 남자의 미술품 집착( obsession)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6-17세기 미술품을 훔치는 충동을 참을 수 없는 남자가 동거하는 애인을 파수꾼(lookout)으로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의 미술관, 갤러리에서 집착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미술품을 훔쳐 집 다락(attic) 에 쌓아놓습니다.

책의 전반은 이 남자의 미술품 도벽과 기술에 대해 기술하고, 후반은 남자가 스위스에서 체포된 이후 법정에서의 재판진행과정과 옥살이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책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다락에 쌓여있던 미술품들을 근처 운하에 투기하고, 목재조각과 유화들은 모두 태워버린 일화입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예술품 도난 수사대가 프랑스의 주인공 집 다락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은 주인공과 여자친구의 흔적과 미술품이 모두 모두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습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미술품을 훼손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간호사로 일한 병원에서도 해고되었습니다.

책의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주인공이 복역을 마치고 새삶을 시작하려는 찰라에 습관적으로 나온 도벽으로 옷을 훔친 일입니다. 이 일로 그는 도벽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불행한 삶을 살게 된 겁니다.

미술품애호가(collector)라고 재판과정에서 변호사들이 지칭하고 높여본 것이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끝으로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주인공을 비롯한 이 사건 재판 관련 변호사들과 형사 그리고 미술전문가들 그리고 심리상담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후술했고, 참고한 관련 저서들과 저자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미술품 도둑들은 책도둑(bibliomaniacs)과 같은 부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적 호기심으로 수도원과 공립도서관에서 책을 훔쳐온 몇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주인공이 이들을 존경했다고 허는 대목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영어판으로 이 책을 읽었지만 한국어 번역판이 이미 출간되었습니다. 미국에서 2023년 6월 처음 출간되고, 한국에서 2024년 9월 출간되었으니 1년도 안되어 한국판이 나온 셈입니다.

예술도둑,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생각의 힘,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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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 정은문고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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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회고록처럼 쓰여진 이책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소설보다는 더 논픽션처럼 느껴집니다.

일본에서 프랑스문학과 영화를 공부한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한국의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취업하게 됩니다.

당시 일본 젊은이들처럼 한국에 대해 아는 것 없이 그저 한국은 일본의 예 식민지였고 일본보다 못사는 후진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결에 한국에 가게된 주인공은 속성으로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갑니다.

현국대( 건국대로 보입니다) 에 취업한 주인공은 당시 아파트가 지어지던 한강건너 잠실의 장미아파트에서 하숙을 살면서 학교로 통근울 합니다.

시대배경이 1979년이고 당시 60-70대는 젊은시절 일재강점기에 일본인으로 살며 일본어로 교육을 받은 세대였습니다. 주인공의 하숙집 주인도 그래서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일본책을 즐겨읽을 정도였습니다.

배운 지식인충은 거의 대부분 일본어를 할줄 알았고, 당시만 해도 일본은 따라잡을 수 없는 선진국의 위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하숙집 주인 뿐만 아니라 군사독재를 하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고위인사들 모두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주인공이 묘사하는 개발초기 강남( 잠실) 의
모습과 국제우편과 편지를 검열하는 독재정부의 일상적 모습과 열악한 교통상황이 새삼 그 당시를 상기시킵니다.

제 기억속 1970년대는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기억되는데 종로나 명동으로 나가려면 늘 만원버스에 시달린 기억이 나고, 반포에 고속버스 터미널이 생기기 전까지 시내의 알수없는 곳에 정차되어 있던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멀리 떠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상식인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고, 어린아들은 부모 무릅위에 앉아가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실 당시는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도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살해된 그 날 돌아가신 제 할머니께서 우시던 기억만이 또렷합니다. 마치 세상이 끝나는 듯한 느낌도 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이 책에서 묘사하는 야간통금과 학교에서의 지루한 아침조회 그리고 학교가다 말고 멈춰서서 국가에 맹세를 하고 학교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외워야 했던 것 역시 기억합니다.

하지만 어릴 때 접했던 이 모든 것들아 사실상 일제강점기 특히 총력전을 위해 온 사회가 전쟁에 동원된 1930년대에서 비롯된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라디오 음악에 맞춰 국민체조를 하는 것도, 국기게양 시간에 일제히 가던 걸음을 멈추고 길가에 서 있는 것도, 그리고 국가가 언론을 검열하고 우편물을 검열하는 모든 것들의 뿌리가 일제군국주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또한 박정희 군사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개발계획의 경우도 그 뿌리가 일재가 새운 만주국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정희가 만주군 장군출신인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경제발전계획을 집행한 초기 관료들 중에 상당수가 일본의 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총독부나 만주국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일본에 우호적인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사람들아 생존해 있었고 , 일본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 주인공은 한국어를 배우러 왔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일본어로 말을 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책의 계엄에 대한 서술은 계엄이 실제로 일어나면 군인들이 사회를 어떻게 통제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전두환 신군부는 언론사를 장악하고 국민들의 선거권을 박탈했고 국회의 야당인사들을 탄압해 자택에 감금시키길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생소한 통금시간이 존재해 자정이 넘으면 일반인의 외출이 허락되지도 않았습니다. 이책에는 10.26사태 이후 통금시간이 저녁 10시로 앞당겨지고, 거리에 장갑차가 들어왔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게된 직접적 이유는 물론 2024념 12월 3일 일어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때문이었습니다.

영상을 보다 갑자기 밤 10시에 대통령이 담화를 한다기에 보니 계엄선포였습니다. 급히 TV를 틀고 무슨일이 벌어지나 지켜봤습니다. 국민들이 잠들 시각에 계엄령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다니…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고 헬기가 국회에 착륙하는 광경을 보았고, 대통령은 오만하게 앉아서 계엄포고문을 읽고 있었습니다.

국회를 해산하고 언론을 통제한다는 말을 무표정하게 발표하는 장면은 독재자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파업중이던 의사들을 ‘처단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지금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지만 그의 내란수괴혐의애 대한 형사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한국의 사법부는 12.12내란을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몰상식한 판단을 한 역사가 있습니다.

전두환이라는 내란수괴가 ‘자연사’하게 내버려둔 겁니다. 12.3 쿠데타의 형사재판과 사법부의 판결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국이 진정한 법치주의 공화정 국가를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가 달린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법부가 과거의 치욕을 딛고 세계 12위 경제규모에 걸맞는 선진적 판결을 할지 아니면 미얀마와 같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을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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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강렬합니다. ‘Uncivilised’, 즉 ’‘문명인이 되지 못한 자’라는 뜻으로 이책에서는 서구(The West)가 아닌 지역 (Non-West)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책 내용을 살피기에 앞서, 저자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영국출신 백인도, 남성도 아닙니다.

그녀는 인도계로 본인 스스로 남아시아출신( South Asian descendant )로 말하고 런던대학 유니버시티 칼리지(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의 과학 컬렉션(Science Collection)을 담당하는 UCL 박물관의 큐레이터입니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 런던의 주요 대학인 UCL의 박물관의 유일한 유색인 큐레이터로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영국에서 시작된 진화론부터 대영제국의 확장과 이에 따른 식민주의 그리고 영국의 백인남성들이 보여주는 유색인정에 대한 차별을 자신의 학문을 통해서 그리고 개인사를 통해 고백하듯 보여줍니다.

저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Abu Dabi)에서 인도출신 이민자의 딸로 출생했고, 약사와 의사인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고, 영국에서 성장하고 영국시민권을 딴 경우입니다. 대학박물관에 몸담고 있지만 외지인으로 살아왔고, 피부색에 따른 차별을 늘 경험하고 살아온 겁니다.

따라서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의 백인남성위주의 세계관인 유럽중심주의(Eurocentrism)와 서구와 비서구의 차별과 더불어 비서구를 ’문명화되지 않은‘ 또는 ’야만적인(Barbarian) ‘지역을 자동적으로 해석해온 서구의 이분법적 사고의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이런 차별의 근거로 진화론( evolutionary theory)는 가장 우월한 백인종이 열등한 유색인종을 지배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귀결되고 유럽제국주의자들의 식민통치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했습니다.

서구제국의 문화재 약탈의 논리도 위의 서구우월주의와 인종주의에 근거합니다. 영국의 경우 아프리카와 그리스 등의 문화재를 약탈해 대영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이유 중의 하나로 이들이 침략하거나 지배해온 국가의 ‘열등한’유색인종들은 자신들의 문화재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 ‘우월한 문화선진국’인 영국에서 소장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대영박물관에서 보면, 소위 비서구 지역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의 정교하고 세련된 유물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할만큼 정교한 유물을 제작한 자들의 후손들이 자신들의 문화유산인 이 유물들을 관리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 상식적이지도 않고, 괘변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니 책의 부장 중 하나는 ‘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갖는 취약성입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와 근대 서두에서 출발한 ‘대의민두주의’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일반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해서 모두에 의한 정치가 가능한 반면, 서구의 대의제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의 정치참여가 불가능하고 선거로 뽑힌 소수에 의한 통치가 제도화 된것으로 서구의 정치체제는 왕정에서 귀족정을 거쳐 대의제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소수에 의한 지배, 엘리트에 의한 과두적 지배( oligarchy)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예상과 달리 불평등과 차별은 서구사회에서 그 뿌리가 매우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세계를 움직인 열가지 프레임( 북하우스, 2024)‘로 번역출간되었습니다.

미국이 유럽에서 발을 빼려 하는 현재,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실존적 위협( Existential Threat)으로 느끼고 있지만 미국의
안보 우산이 사라지면 자신을 어떻게 방어할 지 의문인 시점입니다. 한 때 민주주의를 축으로 한 서구 자유주의가 승리했다고 들떠 있던 때가 30 여년 전입니다.

하지만 서구국가들이 독재국가라고, 덜 문명화된 나라라고 깔보며 무시하던 과거 공산국가들 못지 않게 대의제 민주국가의의 대표격인 미국도 영국도 소수의 엘리트 집단과 억만장자들이 정치권력을 독과점하는 과두지배체제 내지 금권정치체제(plutocracy )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종차별 과 젠더차별이 같이 따라옵니다.

최근 친위쿠데타가 일어난 한국도 검사출신 대통령을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뽑았습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 현직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초유의 역사퇴행이 일어난 겁니다.

여기에는 주류 엘리트 집단인 고시출신 검찰과 행정부 고위관료들이 국민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자원배분 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대통령과 결탁해 결국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전제정치로 나아가려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추종하는 친미적 근대화를 이룬 한국을 친미성향의 엘리트들이 민주주의와 별개로 스스로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데 동조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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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렇게 유명한 책을 이제서야 읽은 건 개인적으로 유감스럽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대 후반 젊은 직장인들 ( 주로 20대후반에서 30대로 보이는)의 회사생활과 사생활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처음 출간된 해가 2019년이니 COVID-19 팬데믹 직전의 한국의 직장생활을 그려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2020년 출간된 26쇄판으로 읽었습니다. 아무튼 인쇄횟수를 보니 엄청나게 인기를 끈 소설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해서 글보다 영상을 먼저 접한 작품입니다.

작가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의 동명작품 ‘The Peasures and Sorrows of Work(2010)’에서 제목을 가져온 이 작품은 온라인 중고마켓 플랫폼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인 주인공이 너무나 멀쩡한 물건을 중고마켓에 내놓는 또 다른 주인공과 만나면서 이루어진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월급을 포인트로 받은 직원은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해서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겁니다.

회사 오너의 눈에 나서 포인트로 월급을 받게되는 황당한 상황은 우스운것이 아니라 기가막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완전허구라면 웃고 지나가겠지만 현실에서 일어남직한 경우여서 씁쓸한거죠.

이 글이외에도 결혼 , 여행, 첫출근, 취업 등 젊은이들이 처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빼곡합니다.

일전에 장강명작가께서 ‘월급사실주의’를 추구하신다고 했는데 그 사조에 딱 맞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정갈하고 세련되게 쓰였지만 현실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가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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