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inson Crusoe (Paperback, Penguin Classic) - Penguin Classics
Defoe, Daniel / Penguin Classics / 200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빈스 크루소(Robinson Crusoe)는 흔히 아동문학으로 알려져 있었고, 저역시도 어린시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 다니엘 디포(Daniel Defoe)의 원문을 통해 본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험소설류는 아니었습니다.

영미문학권에서는 이 소설이 최초의 영문 소설 (one of the first novel in English)로 이해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마치 주인공인 로빈스 크루소의 입을 통해 아주 상세하게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로빈스 크루소 이전의 영어권의 문학이 어떤 형태였는지는 좀 더 공부해 보아야 할 부분이지만 아무튼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의를 가진 책이긴 한 것 같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7세기 중반에서 후반에 이릅니다(참고로 이책은 1719년 영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주인공 로빈스 크루소는 부모님이 영국에 남아 중산층의 삶을 즐기라는 조언을 뿌리치고 헐(Hull) 항구를 떠나 외국으로 나갑니다.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로빈스 크루소는 사실 대단한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지만 낯선 곳으로의 항해와 여행과 모험을 통해 자기 자신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고, 또한 신께 감사하는 생활자세를 가지게 됩니다.

17세기 영국에서는 노예(slave)를 당연하게 여겼고, 영국인들도 다른 나라에서 노예가 되기가 일쑤였습니다. 로빈스 크루소 자신도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그들의 주인(master)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이들도 그를 주인으로 섬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프라이데이(Friday)가 전형적인 캐랙터로 소설에는 로빈슨 크루소를 섬기는 하인(servant)으로 묘사됩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영국을 떠나 브라질에 정착해 농장(Plantation)을 세워 부를 일굽니다. 그는 농장을 세우면서 다른이들과 지분을 합쳐 농장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 영국인들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지분을 분배하는지 그리고 법적으로 어떤 계약을 맺는지가 상세하게 나옵니다. 영국의 식민지 지배의 경제적인 측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유럽이 철저히 상업적으로 브라질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동업자들과 농장을 발전시켜오던 로빈슨 크루소는 수익성이 좋은 노예무역(slave trade)를 위해 브라질을 떠났다가 배가 난파되어 카리브 해 인근의 무인도에 도착합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모험을 위해 떠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미 상당히 외향적인 사업가이기 때문이죠.

도착한 날부터 유럽의 도시 문명에서 벗어난 로빈슨 크루소는 미개한 야만인(savages)들이 자신을 잡아먹지 않을까 그리고 야생동물로부터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엄청한 걱정을 합니다.
그리고 난파선에서 총기류와 화약 그리고 비상식량을 챙겨와서 생존을 시작합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생존하기 위해 난파선에서 물건들을 자신의 거처로 가져오는 과정, 그가 도착한 날로부터 날짜를 기록하는 과정, 일기 (Journal)을 쓰는 과정, 그리고 섬 내부를 탐사하여 자신의 식량을 자급하기 위해 포도와 보리 그리고 쌀을 재배하는 과정이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주변에서 살고 있던 미개인(savages)들이 전투에서 진 포로들과 인질들을 잡아 인육을 먹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아주 자주 말이죠.
이후 그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거처를 더 튼튼하게 보수하고 위장막을 쳐서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요.

그의 동반자가 된 프라이데이도 사실 이 미개인들이 잡아온 포로 중 한명으로 목숨을 살려준 그를 주인(master)으로 자처합니다.

28년이상 무인도에서 살게 된 로빈슨 크루소는 선상반란(mutiny)이 일어나 그가 살던 무인도에 오게된 선장을 구해주고 그 배로 영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여기서도 로빈슨 크루소는 선장의 목숨을 살려준 대가로 무료항해와 함께 선장이 그의 명령을 따를 것을 요구하죠. 그리고 선장은 그의 요구를 따릅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영국에 돌아와서 자신의 브라질 농장에 대한 수익을 정산해 사업을 청산하고 자신의 후견인이 되어 주었던 이들에게 자신의 돈을 나누어주고 자신은 다시 영국을 떠나 여행을 떠납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할 점은 몇가지가 있는데,


1. 소설은 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던 한 젊은이가 무인도에 표류하면서 신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신앙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며

2. 따라서 수많은 성서의 구절들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3. 한사람의 나약한 인간이 무인도의 주인(master)이 되고 더 나아가 무인도의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영국인들이 낯선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통치해 나갔는가를 보여줍니다. 이것은 환경과 공간을 지배하는 식민주의 (colonialism)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4. 영국인들의 유럽중심적 세계관(Eurocentrism)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데, 로빈슨 크루소가 접했던 많은 비유럽인들을 대체로 미개인(savages)으로 묘사하고 있으면 은연 중 유럽만이 세계의 중심이고 문명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들 미개인들이 하인(servant)이 되거나 혹인 노예(slave)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영국인으로서 로빈슨 크루소는 스페인이 신대륙에서 행한 원주민 학살을 언급하며 그들의 잔인함을 비판적으로 말합니다.
아직은 영국이 제국주의 세력으로 아직 발전하지 않았고 아직 스페인의 신대륙 식민지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했던 시기여서 이런 문장을 소설에 넣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6세기에 이미 스페인은 남미의 아스텍과 잉카제국을 살육에 몰아넣어 그 문명을 말살시켰기 때문이죠.

이 책은 따라서 후에 발표되는 Heart of Darkness(1899)를 비롯한 제국주의 소설들의 시작을 알리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영국 식민지 제국의 초창기에 쓰여진 책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읽은 이 펭귄판 로빈슨 크루소는 영어 문장 역시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18세기 당시의 영어로 쓰여져 있어 현대영어와는 스펠링도 의미도 약간은 다릅니다. 그리고 서술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읽기에는 무난한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편집자가 자세한 주석을 책 말미에 달아놓았고, 특히 성경 구절에 대한 것도 상당부분 해설을 해놓았습니다. 다니엘 디포우가 소설을 쓴 당시의 원문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옛 영어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합니다.

 

끝으로 이 책의 영향을 받았던 영화 중 최근의 것을 하나 소개합니다.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2000)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이 미국 영화는 영화 제목도 그렇고, 그 이야기 자체가 상당부분 로빈스 크루소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배경이 현대인지라 배 대신 비행기 추락으로 난파당하는 방식이 바뀌었어도, 도시 문명을 떠나온 주인공이 홀로 무인도에서 생활해 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리움을 잊기 위해 일하고 기록하는 모습들은 모두 그 원형(prototype)이 로빈슨 크루소의 내용을 아주 빼다 박았습니다.

 

쓰여진지 300년 가까이 된 소설이 아직도 영미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