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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 역사인물 다시 읽기
한명기 지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광해군에 대한 이야기는 이병헌, 한효주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를 본 것이 가장 최근의 기억입니다.
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픽션(fiction)이 가미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사실 광해군에 대한 역사는 이책으로 처음 본 것으로 이전에 TV강연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명지대 한명기 교수의 저작이라 관심이 갔던 책입니다.
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조선의 전쟁사관련 강연에 자주 나오셨던 분이었는데, 책일 읽다보니 이분이 '선조-인조대의 대명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이더군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이르는 격변기에 조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등 끝이 없는 전란을 겪으며, 조선 건국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습니다.
선조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파죽지세의 진격으로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파천(播遷)하는 굴욕을 당합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 당시 왕세자로 책봉되어 쪼개진 조정 ,즉 분조(分朝)를 이끌게 됩니다.
왕세자로서 노숙도 불사하며 전국을 떠돌며 왜군들과의 싸움을 독려하게 됩니다.
이 경험은 광해군이 훗날 명과 후금사이에 줄타기를 하는 외교를 하게되는데 중요한 밑천이 됩니다.
선조는 말년에 나이 어린 후궁을 들이게 되고 이 여인은 후에 광해군의 정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인목대비가 바로 이 여인입니다,
광해군은 대북파와 손잡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동생인 인목대비의 아들 영창군을 죽음으로 몰게 되고, 인목대비를 폐하라는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인목대비는 왕세자가 될 수 있었던 영창군의 죽음을 계기로 광해군과 원수지간이 됩니다.
임진왜란이라는 초유의 전쟁 와중에 왕세자가 되었고, 왕위 계승이 쉽지 않았던 처지에서 권력을 잡은 광해군은 안으로는 왕권강화, 밖으로는 떠오르는 후금의 누루하치를 견제하면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도와준 명과의 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아슬아슬한 외교적 줄타기를 계속합니다.
명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은 재조지은(再造之恩), 즉 나라를 다시 세우게 해준 은혜를 갚으라는 명의 무리한 요구를 회피하면서, 누루하치의 후금과는 적대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이를 위해 정파와 관계없이 능력있는 정치가들을 등욯하고 최대한 실리적인 외교정책을 펴나가지만, 명분과 의리가 중요한 유교(儒敎 )국가인 조선에서 이런 실리적 정책은 국내정치의 정적을 만들게 되는 한계를 드러내게 됩니다.
여기에 임진왜란과 뒤이은 명의 원군요청에 응하면서 민심까지 이반이 된 상황이 되어 광해군은 결국 권좌에 오른지 16년만에 폐위당하는 불운을 맞습니다.
인조반정(仁祖反正)이라는 반정사건이 바로 이것이죠. 동생 영창군을 죽음으로 몰고 어머니인 인목대비를 폐하는 것은 성리학 국가에서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는 명분이 하나였고, 사대관계에 있는 명나라를 언제나 섬기지 않고 후금과 화친하는 것도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명목이었습니다.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은 권좌에서 물러나고, 인조는 서인과 남인 사대부들을 등에 업고 친명정책을 펴게됩니다.
하지만 실리적 균형외교를 행하지 않고 명분에 집착한 명과의 외교에 몰두한 나머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을 결국 다시 겪게되는 불운을 맞습니다.
명청교체기라는 외교적 격동기에 명분과 의리에만 집착한 체 친명사대만을 고집하다가 화를 당한 것이지요.
물론 조선이 명백한 후금 배척정책을 취한 것은 아니지만 광해군대에 비해 외교정책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인조는 병자호란의 패전으로 삼전도에서 청나라 황제에게 항복의 예를 갖추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합니다.
1590년대에 조선을 초토화시킨 임진왜란과 1630년대 항복의 굴욕을 남긴 병자호란은 조선의 역사를 전환시킨 중요한 변곡점임이 분명합니다.
한국의 외교상황이 4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열강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16세기말에서 17세기 초 한반도는 기존의 사대관계에 있던 명나라와 남쪽에서 대륙진출의 기회를 노리던 일본, 그리고 신흥 세력인 누루하치의 후금과의 관계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1세기 초인 현재는 양대 강국인 중국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의 동태를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태평양의 세력으로 전선을 형성하고 있고, 중국은 한국이 미국편에 가담하여 자신들의 국익을 위협하지 않을지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 방어용 사드미사일에 대해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가장 최근의 예인 것 같습니다.
광해군은 전통적인 조선 성리학의 눈에서는 정통이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임금이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이 열강간의 균형외교를 하는데 있어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임금이기도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정조 당시의 조선 후기에 관심이 많았던 차에 조선 중기인 16-17세기에 대한 새로운 입문서 역할을 해준 책이 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짧게 언급되었던 임진왜란과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에 대해 좀 더 책을 찿아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임진왜란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순신 장군이외에 임진왜란을 알기위해서는 수많은 인물들을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같이 하게 된 것이지요.
선조 통치하에 왜 임진왜란이 발발하게 되었는지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아울러 한명기 교수님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