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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광시대 - 식민지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KAIST의 전봉관 교수님이 2005년 쓴 1930년대 금 투기열풍에 대한 책입니다.
이후 1930년대 조선의 실상을 알리는 여러 권의 책(‘경성기담(2006)‘, 럭키경성(2007)‘ 등)을 쓰셨는데, 그 첫번째 권이지요.
공교롭게도 책 제목은 찰리 채플린 (Charlie Chaplin)의 동명 영화제목 ,황금광시대 (Gold Rush, 1925)와 동일합니다.
당시 화폐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금본위제(Gold Standard, 즉 모든 화폐의 가치가 금의 가치와 연동되는 체계)가 붕괴되고, 금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한국은 금 투기의 열풍에 휩싸입니다.
흡사 한국의 2000년대 초반 아파트 투기 광풍이 불어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것처럼, 당시의 조선은 일확천금을 노린 이들이 금광채굴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아귀다툼을 벌였습니다.
이 책에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황금의 제왕으로 백만장자 최창학과 조선일보를 세운 방응모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편으로는 일제시대 정치적인 사건에만 가려져 있던 조선의 탐욕의 역사를 소설처럼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한국의 투기의 역사가 생각보다 역사가 깊구나하는 생각에 이르면 기분이 착잡합니다
이러니 1970년대부터 복부인들이 부동산 투기를 일삼으면서 집값을 올려온 것이 괜한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금광투기와 광업권 투기에 대한 경험을 바로 윗대로부터 듣고 자랐을 복부인들이 아파트 개발과 함께 불어닥친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겠죠.
이책은 또한 국문학을 전공한 1930년대 전문가에 의해 씌여졌기 때문에 문단의 이면에서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한 작가들도 역시 이 황금의 열풍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각종 사료와 이들이 쓴 작품을 통해 보여줍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한국 근대사를 다른 시각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