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그들이 왔다 -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 누구인가?
이상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2010년 1910년의 일본의 한국침략 10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일본의 한국침략사에 대한 책입니다.
조선을 무력으로 침략해 일본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강경 정한론(征韓論 )을 주장한 최후의 사무라이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부터 조선의 초대통감이자 일본의 근대 입헌제의 기반을 닦은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 그리고 두명의 일왕 메이지 무스히토(明治 睦仁) 와 쇼와 히로히토 ( 昭和 裕仁)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두 일왕을 소개한 이유는 특히 쇼와 일왕의 경우 태평양 전쟁의 전쟁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에도 도쿄 국제전범재판에 기소되지 않은 체, 1901년부터 1989년까지 오랜 기간 산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렸던 시절, 1970-80년대만 해도, 일본에 대한 뉴스를 보면 히로히토 일왕은 종종 기사화되어서 나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일제시대를 살아오셨던 제 할머님께서 일제시대이야기를 해주셨고, 학교에서도 일제시대를 배웠었기 때문에, 이 왜소한 일본인이 수많은 한국인들을 징용보내고, 또 무수히 수탈한 명령을 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상당히 초현실적이었던 느낌이었습니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당시 제국헌법에 의거해 일본군의 최고 통수권자이자 국가원수로 이 쇼와 일왕을 지목하고 있음에도 연합군에 의한 도쿄전범재판에 일왕이 기소되지 않은 것은 미국이 아시아에 대한 ‘현상유지정책‘을 세우고 공산권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정책을 더 우선순위에 두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도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쇼와 일왕의 전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친일파에 대한 역사청산이 한국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일본에서 전쟁에 최종책임이 있는 일왕에 면죄부를 준 것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은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을 합니다.
저 역시도 10번 이상 이 나라를 방문하면서도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정갈하게 청소된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나, 감각적이고 선정적이기도 한 애니메 선전물이 눈으 어지럽히는 아키하바라를 볼 때나, 신주쿠 뒷골목에 위치한 가부키좌를 지나칠 때, 바로 건너편에 10층 빌딩 전체에서 책만을 판매하는 기노쿠니야(紀伊國屋書店) 신주쿠점의 위용을 볼 때 ,그리고 바로 앞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AV 비디오점을 볼 때, 사실 어느 일본이 진짜 일본인지 혼란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이고 다카모리 (西鄕隆盛)의 동상을 일본인들은 도쿄 우에노 공원 입구에 세워 놓았습니다. 사츠마의 시골무사 출신인 이 사람은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강경 정한론을 대표하는 인물로, 내치에 몰두해야 한다는 당시 메이지 정권의 실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체 세이난 전쟁 (西南 戰爭)이라는 반정부 반란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일본에서 그는 메이지시대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도 한국과 일본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인물입니다. 한국에는 안중근에 의해 암살된 한국침략의 원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이후 부임한 첫 조선 통감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는 영국 유학 후 일본 메이지 시대의 기틀을 잡은 인물 중 한사람으로 일본제국헌법과 일본의 입헌제의 기초를 다진 사람이면서 일본의 초대 총리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에게 그는 현재의 일본을 있게 한 사람이기도 한 것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사실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과연 일본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에는 친일파에 뿌리를 둔 기득권층만 있고, 한국의 국익을 위해 일본을 심도있게 연구하는 지일(知日)지식인은 극히 소수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박근혜 정권이 2016년 뜬금없이 일본과 불쑥 합의 버린 위안부합의도 그렇고, 일본의 극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보통국가‘를 표방하며 군사력을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해 개헌을시도하는 것도 그렇고, 끊임없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말하면서 영토분쟁을 일삼는 것도 그렇고, 현재의 일본을 바라보는 심정도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현재 총리인 아베신조의 외할아버지는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입니다. 1941년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이었던 그는 A급 전범용의자로 체포되었고 1948년 석방되었습니다. 1957년 일본 총리가 되었고, 1960년 미일안전보장조약 개정을 추진하고 국회비준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현 일본총리가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의 후손이라는 사실과 그가 추진하는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일본이 다시 군국주의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단정하고 정갈한 일본의 겉모습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그들의 본성이 어떻게 드러날지 걱정하는 것은 아마 저만 느끼는 불안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중요한 것은 아마도 이런 현재의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성찰하기 위해 과거에 어떤선례를 남겼는지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일본의 현재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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