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박노자, 허동현의 지상격론
박노자, 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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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출간된 책이니 오래된 책이네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역사학자 박노자교수와 허동현교수가 대담형식으로 쓴 역사책입니다.
한국인이 본 주변 4강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 한국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이 4강은 여전히 한국의 생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이책이 출간된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북한은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핵 전력을 가지고 미국과 벼랑 끝 외교전을 치루고 있고, 한국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권력공백으로 주변 열강의 외교전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중국은 미국과의 딜(Deal)을 통해 강대국으로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북한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시키려 하고 있고, 일본은 이 혼란의 시기를 틈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군사력을 증강시켜 20세기 초의 일본으로 되돌아가려는 역사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아직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지만, 일단 관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노자라는 진보진영의 역사학자와 허동현이라는 보수진영의 역사학자와의 서신대담을 통해 한국인들이 20세기초 열강을 어떻게 보았나 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목차를 보면,

1. 조선인의 미국관
박노자 - 무지와 선망이 대미 맹종 불렀다
허동현 - 개화파의 대미 의존은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2. 조선인의 러시아관
박노자 - 크고 군인 많으면 다 강국인가?, 강국 러시아의 허실
허동현 - 침략자인가 독립의 옹호자인가, 두려움의 대상에서 끌어들일 나라로

3. 조선인의 중국관
박노자 - '모방적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중국을 보는 오류
허동현 - 약육강식 시대에 중국은 침략자였다

4.조선인의 일본관
박노자 - 한국 민족주의가 일본을 미워하면서 배운다
허동현 - 우리 근대는 일본 근대의 사생아일까요?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국과 일본에 대한 조선인의 생각입니다. 미국에 대한 무지와 선망이 대미맹종을 불렀다는 박교수의 입장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미국에 대해 아는 것을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입장과 미국의 실체에 대해 말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미국적인 시각으로 굴종하려 하는 미국 유학파 엘리트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한국에는 영어를 잘한다고 여겨지는 소위 엘리트들은 넘쳐나지만, 그들이 미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두번째는 허동현교수가 마지막에 논의한 한국의 근대는 일본 근대의 사생아인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수구주의자들이 일본의 한국침략이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떠올리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에 '근대'의 과정이 있기는 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고 믿어져온 현재, 한국은 대통령을 왕으로 알고 모셔온 엘리트들과 자신을 왕으로 알고 처신해온 이상한 대통령이 통치를 한 탓에 권력 공백상태에 있습니다.
2017년 현재의 상황은 근대적인 민주주의 공화주의 국가의 상황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국은 근대적인 공화주의적 국가 수립의 과정을 이제서야 겪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난 40년간 이루어져 온 경제성장은 속도를 기반으로 한 반민주적 발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전근대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엘리트들이 일제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 주도했다는 점이 일본이 한국에 미친 영향이라고 생각하고, 이 영향은 한마디로 말하기에는 너무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주체적으로 어떻게 국가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제서야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책의 논의와 시각에 동의를 하든 안하든 생각해볼 거리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일단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되서 구하는 어려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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