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시대배경으로 건축과 당시 발간된 소설의 내용을 결합해 당시 서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당시 소시민의 생활사이자 사회사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사진만 님은 당시 건축물에 대한 건축사이기도 합니다.

특히 저자는 건축을 공부하신 분이라 건축물과 당시 도시계획 등은 특히 잘 설명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딱 일제시대 서울의 공간과 건축문화 그리고 1920-30년대 조선의 인텔리에게 큰 영향을 준 모더니즘과 사회주의의 영향을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여러분야가 모두 들어있지만 가볍게 읽기 좋을만큼의 분량과 글이라서 입문서로 읽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의 현재의 모습을 이루는 토대는 언제 만들어졌나를 생각하면 우선 경제개발계획이 실시되기 전 1960년대를 떠올릴 것이고, 더 전으로 소급하면 1950년 한국전쟁이전이 될 것이고, 더 소급한다면 일제시대가 될 것입니다.

일제는 고종 재위시인 19세기 말 기존의 서울의 4대문 중 일부를 철거하고 이후 각종 건물을 지으면서 서울의 공간구조를 바꿔왔습니다. 물론 일제의 식민통치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의 목적을 떠나 그들이 남긴 도시계획의 흔적과 구획정리의 흔적이 서울의 공간 안에 남아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후 1950년 한국전쟁으로 상당히 많은 일제시대 건물이 사라지고 이후 새로운 도시계획에 따라 서울은 모습을 바꿉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조부모님들로 들었던 수많은 건물들, 예를 들면 부민관이나 화신백화점에 대한 이야기는 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어렸을 때 버스를 타고 가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화신백화점 건물과 ‘화신 앞’이라는 버스정류장 이름이 생각나고, 서울시 의회 건물을 할머니들이 왜 ‘부민관’이라고 부르는지 의아해 했었습니다.

고등학교따까지 등교를 하는 버스창가에서 본 돈암동, 보문동 그리고 혜화동 성대입구에 즐비했던 도시형 한옥도 기억합니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돈암동으로 가던 언덕에는 커다란 성문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오래된 음식점이름에 집 옥(屋)을 쓰는 이유가 일본어의 영향인 걸 알지만 , 어릴때는 왜 음식점이름을 이렇게 알 수 없는 한자를 붙이는지 의아해했습니다.

아마 건축사 사회사 공간사를 연구하시는 대부분 연구자들도 독자인 저와 비슷하게 서울의 현재공간을 이루는 직접적인 출발이 어디인지를 찿으려니 일제시대 도시계획과 건축물을 보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대한극장이 문을 닫고 그 주위의 사무소 건물들이 공실로 남아있다 철거될 것이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멀티플렉스와 스트리밍이 대세인 시대라고 하지만 한 때 한국을 대표하던 극장이 폐관을 하게 되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 무척 놀랐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단성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게 가능한 곳이 서울이라서 그런지 매우 씁쓸합니다. 한국사람들은 조선까지만 역사적 유적이고 이미 125년이나 시간 간극이 있는 20세기의 흔적은 관심이 없나 봅니다. 다행히 근대문화유산이란 제도가 있어 몇몇 근대건축물은 살아남았지만 일반 살림집들, 도시형 한옥이나 1960-70년대의 단독주택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으니 매우 안타깝습니다.

좋으니 싫으니 해도 서울의 주 거주형태는 공동주택인 아파트인데, 아파트 재개발로 30여년 이상된 아파트들도 철거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성인이 될만한 시간이고 그래서 과거 유년시절 살았던 아파트를 기억하려는 책도 나오고 있습니다.

건축회사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혹시 아파트도 일부러 내구연한이 30년으로 지정되게해서 만드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벌이가 눈앞에 보이니 할 수 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마 그런 마음가짐이면 앞으로 100년 후 한국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살았는지 알 길이 없을겁니다. 다 부수고 새로 지어졌을테니 말입니다.

아무튼 옛건물들을 부수려고만 하지말고 다른용도로 리노베이션해서 사용항 방법을 찿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순간 철공소와 공장들이 몰려있던 오래된 공장지대 을지로가 젊은이들의 힙한 성지가 된 것도, 전형적인 도시형 한옥지대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익선동이 핫한 지역으로 떠오른 것도 지역이 가진 ‘시간’의 힘이 컸습니다.

인테리어와 리노베이션으로 커버할 수 없는 시간의 흔적과 공간의 아우라가 그 공간을 독특하고 모방할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저자께서 이 책 이전에 출간한 다른 책을 한권 소개합니다.

경성의 건축가들, 김소연 지음 (루아크,2017)

개인적으로 난해한 시인으로 알았던 천재시인 이상의 건축가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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