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부님은 사진가
장긍선 옮김 / 눈빛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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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사두었던 사진집 한권을 보았습니다.

한국천주교 평양교구에서 2017년 펴낸 기록사진집으로 1920-1940년대 평안도와 함경도의 풍경과 사람들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천주교 및 기독교 전래의 역사는 조선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갈만큼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학자로 알려진 조선후기 남인의 천재 중 한사람인 정약용도 ‘서학’이라는 학문으로 천주교에 접했고, 그의 가족 중 순교한 이들도 여럿 있습니다.

평안도 지역은 지리적 위치로 볼때 조선의 사신이 청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고, 다른 지역과 달리 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지역입니다.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자산가들이 많았던 이 지역은 천주교/기독교 등 외래종교를 받아들이는데도 열심이었고, 교육열도 높았습니다.

이런 탓에 조선의 기득권 층인 기호지방의 서인 노론층과 불화가 잦던 곳입니다. 기호지방 양반들은 같은 양반인데도 평안도 출신을 홀대했고, 평안도 출신은 문과입직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완고하기 그지없는 조선성리학과 이를 신주단지 모시듯한 기호지방 노론의 편협함때문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남다른 배경을 가진 평안도에 미국의 천주교(카톨릭) 선교회인 메리놀회가 일제초기부터 평안도 여러 대도시, 이를테면 평양이나 진남포, 위주 그리고 신의주 등에 천주교회를 세우고 선교를 시작합니다.

이글은 1940년대 한국을 철수하기 전까지 평안도를 중심으로 선교를 했고, 이 책의 사진들은 그 당시의 기록입니다.

공산주의가 없던 시절의 평안도를 보여주고 있고, 거의 저의 조부모님 대에 해당되는 분들의 기록입니다.

지금은 이해자체가 되지 않지만 실제 1920-40년대에 평양에 천주교회가 있어 미사를 드리고 첫영성체를 받고 소풍을 가고, 농사를 짓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거의 모두 흰색 한복을 입고 있는 모습과 앳된 소녀들이 너무나 당연한 듯 동생으로 보이는 아기를 들쳐 업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금단의 강처럼 느껴지는 압록강으로 수녀님들이 나룻배를 타고 오는 모습이라든지, 평양에 미국 선교회가 세운 신학교가 있다든지 하는 모습은 지금 사진으로 보기전에는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 책에 나온 의주 풍경은 저에게 매우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이 의주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진 중 일부는 아버지께서 한국전쟁 이전 북한에 사실 때 찍힌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그렇습니다.

저도 오래 묵혀두었다 이 사진집을 보았는데 이 사진집을 서점에서 과연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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