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출간된 국제정치 연구서로 성균관대 차태서 교수께서 쓰신 글입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책은 1930년대 출간되었던 영국의 역사학자 E.H Carr의 고전, ‘The Twenty Year’s Crisis,1919-1949 (1939)’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제1차세계대전의 전후처리 과정에서 처리미숙으로 제2차세계대전의 발발을 초래한 혼란기였던 전간기와 탈냉전 이후 신자유주의가 시효를 다하고 미국의 일극중심 세계체제가 붕괴된 이후인 2020년대가 20세기 전간기와 얼마나 유사한지 비교하는 겁니다. 이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20세기의 전간기(interregnum)로 불리우는 1919-1939년의 세계정세와 탈냉전 시기의 1989-2023년에 이르는 30여년에 이르는 기간의 세계정세를 비교해 보려는 의도라고 봅니다.

위에서 언급한 탈냉전 시기는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주장한 ‘역사의 종언’ 선언이후 사실상 미국중심의 일극체제였으며 신자유주의의 전성기였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앵글로 색슨 제국들은 민주주의의 적인 공산주의가 사라지고 자유방임에 가까운 규제완화를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전지구적으로 ‘세계화’를 통해 이루었고, 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세계자본주의 경제체제에 편입시켰습니다.

1990년대 미국중심의 자본주의체제의 호황과 함께 워싱턴은 자신들의 민주주의 체제를 중동의 ‘후진국가’에 이식하려고 했습니다. 계기는 2001년의 9.11 테러였고, 미국은 아프카니스탄에 ‘민주국가(nation building)’를 세우기 위해 20년을 전쟁을 벌였지만 실패했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 신자유주의 시기는 비정상적으로 금리가 낮았던 시기였으며 여러 경제주체 중 기업의 힘이 무소불위로 커지던 시기였습니다. 기업의 로비에 따라 각종 규제가 완화되었고, 특히 이시기 미국에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영업을 규제하던 법안이 폐기되었습니다.

이 비정상적인 저금리 시기는 미국에서 기업의 팽창과 중산층의 몰락 그리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이 미국중심의 일극체제는 2008년 금융위기로 전환점을 맞았고,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거의 무제한적으로 영적완화를 실시하고 세금을 투입해 금융위기를 촉발한 거대은행들을 살렸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시효가 다했다는 사실이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일어난 이 역사적 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세계화의 여파로 계속 수세에 몰리고 있던 미국 러스트벨트의 백인노동자계층은 이 일을 계기로 자신에게 돌아갈 이익이 타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이후 이들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면서 미국의 정치지형을 완전히 변화시켜버립니다.

이민자 국가인 미국의 정체성을 ‘백인 기독교국가’로 한정하고 미국내 유색인종과 타국에 대해 다분히 인종적인 색깔을 드러냅니다.

멕시코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경찰들은 유색인종 특히 흑인에 대해 인종적인 테러를 가하는 파문을 일으키게 됩니다.

인종주의적 극우정치를 추구하며 유색인종과 좌파들이 미국의 주류인 백인들의 국가인 미국을 타락시키고 분열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평화의 담지자로서 자유주의적 개입자로서의 전통적인 미국의 역할은 무시되고 각종 국제기구에서 탈퇴가 잇따릅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동맹국에 주둔하면서도, 미군주둔에 대한 비용을 동맹에게 강요하면서 미군철수를 위협합니다.

부동산 사업가출신으로 외교도 거래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요.

최근에는 미국은 한국과 같은 부자나라의 방위에 미군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다소 과격한 주장들이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고, 우리가 모르던 미국의 다른 전통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미국사에서 흔히 ‘예정된 운명(manifested destiny)’라고 알려진 서부개척시대 정신에 대한 것입니다.

최초 13개 영국식민지에서 독립하여 ’합중국‘을 이룬후 스페인과 전쟁을 하면서 인디언들이 살던 서부를 합병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정치인인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의 이름을 딴 잭슨주의가 그것입니다.
이 흐름은 미국을 기독교를 믿는 백인들의 배타적 공동체로 상상해 온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인디언, 멕시코인, 아시아인, 흑인, 성적 소수자, 비개신교 이민자들을 ’외부자‘로 규정하고 미국인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국가를 자처하지만 엄연히 침략주의와 인종주의 그리고 노예제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다른 면이 트럼프 집권시기 미국정치의 중심으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런 트럼프정부의 백인중심의 인종주의적인 고립정책( 자유주의적 개입자로서의
미국 역할포기)를 일시적인 후퇴로 보고 다시 미국의
역할을 복원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미 국제정치에서 유일한 강대국이 아닌 상황에서 새로운 질서를 찿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시기를 통해 국제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중국에 대한 의존을 확인한 특히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을 시도하며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반도체 칩의 미국생산을 서두르는 상황입니다. 기존에 대만과 한국에서 반도체의 거의 과반이상이 생산되는 현실을 두고 볼수는 없었던 것이죠.

미국의 의도에 따라 세계의 공장으로 세계경제체제에 편입되었던 중국은 이제 미국의 패권(Hegemony)에 도전하는 라이벌국가로서 자리매겨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30여년동안 중국이 미국의 원천기술을 아무런 댓가없이 무임승차해 이익을 누려왔고, 저작권을 침해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침해하는 현실을 이제는 두고볼 수 없다고 생각한겁니다. 뒤쳐질 수 있다는 공포와 더불어 중국인을 얕잡아 보는 인종주의적 황화론(Yellow Peril)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안보우산인 NATO의 동진으로 러시아는 실존적 안보위협으로 느끼게 되고,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더이상의 동진은 안된다고 경고를 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 요청으로 한계를 느낀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침공해 시작된 전쟁입니다.

러시아는 이미 30여년 전 독일 통일 당시부터 NATO의 동진을 우려하고 있었고, 당시 미국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는 NATO의 동진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국가들이던 동유럽의 폴란드, 헝가리 등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중립을 유지하던 노르웨이 스웨덴 등도 NATO에 가입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영미권 문명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문명국’으로서 영미권에 대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저자는 현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가 다른 중견국가들과 다르게 실용적이기 보다 미국과 영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진영의 선봉에 서는 외교로서 , 미국중심의 단극 체제가 끝난 상황에서 외교의 유연성부족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결국 현재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헤게모니 상실 상황을 미국의 국내적 정치전통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정치와 국제정치를 바꿔놓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중점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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