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장벽의 서사 - 독일 통일을 다시 본다
김영희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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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서 국제문제를 주로 다루어 오셨던 김영희 대기자께서 2016년 쓰신 책입니다.

총 9장으로 이루어진 본문과 부록으로 저자가 독일과 소련 정치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영미권의 시각 (perspective)을 거치지 않고서 한국의 입장에서 독일과 소련의 지도자 의견을 물은 것이어서 꽤 의미있는 글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언론인이 유럽정치 그중에서도 독일정치에 대해 집필한 건 매우 드믄 사례인 것 같습니다.

저자에 대해 알아보니 2020년 세상을 떠나시고 고인이 되셨습니다.

독일이 제2차세계대전 패전의 결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에 의해 분할점령되고 특히 수도 베를린은 동서로 나뉘어 서베를린은 공산주의 국가 동독에 섬처럼 떠 있는 자본주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동베를린을 탈출해 서독으로 망명하는 이야기는 냉전시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1990년 독일이 통일되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서독 초대총리 콘래드 아데나워의 서방정책 (West Policy)이 이후 빌리 브란트총리의 동방정책( East Policy)의 토대가 되고 이후 통일당시 헬무트 콜 총리의 통일정책의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수적 입장의 언론인이지만 객관적으로 독일의 정치사를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2차세계대전 4대 승전국에 의해 분할점령되어 있는 상태에서 동서독간의 교류가 지속되고 동독의 경우 동유럽 지역과 교류가 지속될 수 있었던 사실이 독일통일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습니다.

남북관계는 동서독관계보다 더 적대적이고 독일과 소련처럼 어떤 특정강대국의 영향력으로 한국의 미래가 결정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이해가 첨예하게 엮인데다 남북한간의 교류의 역사도 미미합니다.

이 책은 현재 윤석열정부에서 악화된 남북관계, 대중, 대 러시아관계를 포함하지 않고 있고, 미국의 대중적대정책에 대한 상황도 물론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독일 통일의 과정을 살펴보는게 한반도의ㅡ미래를 생각하는데 분명 좋은 선혜인 건 변함이 없습니다.

책에 잠깐 스치듯 언급이 되었지만 과거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있었던 동유럽국가들이 미국주도로 성립한 NATO에 가입하고 통일독일이 NATO의 추요국이 되었던 점은 이미 통일 당시에도 러시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현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결국 NATO의 동진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에도 NATO가입을 희망했었고, 전쟁이 일어난 2022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시카고 대학의 머시마이어(John Mearsheimer)교수는 전쟁초기부터 서방의 잘못 , 즉 NATO의 지속적인 동진이 러시아의 실존적 위험을 느끼게 하고 그래서 전쟁이 촉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수적인 대학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가 전쟁을 러시아탓으로 돌리지 않고 서구와 미국의 탓으로 돌려서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현실주의 정치학(Realpolitik)을 추구하는 분의 분석이라 저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일분단에 대한 역사를 보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은 일본은 왜 분할점령되지 않았는가입니다.

독일이 먼저 분할점령이 되었기 때문에 일본 분할점령은 논리적으로 정당한 결정일 수 있는데, 오히려 한반도가 분할되었습니다.

제2차세계대전 패전 직후 한반도의 국제법적 상태에 대해서 그리고 서구와 열강이 한반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글도 읽은 적이 없습니다.

한국의 해방이후 현대사는 미국의 공산주의 봉쇄정책(containment)와 떼어넣고 생각하기 힘들고, 메이지 유신이후 일본은 항상 중국과 러시아를 경계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소련의 적군(red army)은 일본의 홋카이도 침공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사할린과 그 부속열도들만 침공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국내정치적 사건들과 미국/ 소련의 입장과의 관계를 알지 못하면 사건의 발생경위를 파악할 길이 없습니다. 패전후 일본이 미국의 점령정책에 어떻게 대응해갔는지를 알아야 한국이 미일과 어떤방식으로 대응해야할지 보일겁니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아무튼 의문이 계속 듭니다.

한국의 해방직후의 상황에 대해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열강들을 포함해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서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분단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이해당사국들과 현안을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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