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들의 청일전쟁 - 전쟁과 휴머니즘
조재곤 지음 / 푸른역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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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에서 한국근대사를 연구하시는 조재곤 교수님이 2024년 출판하신 청일전쟁 연구서입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사료수집에만 10년이 걸렸다고 따로 언급하시기도 했습니다.

책은 총 3부로 본문만 633쪽에 달합니다. 그리고 각국 사료들로부터 인용된 전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뒤따릅니다.

우선 이 책이 제가 처음 읽은 ‘청일전쟁사’라는 걸 말씀드리고 이야기를 전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에 대한 평가와 제가 전에 읽은 고종(高宗) 당시의 정치사와의 비교만 가능할 뿐 다른 저자가 쓴 청일전쟁사와 조재곤 교수의 책이 어떠한지 판단할 능력은 없습니다.

이책은 매우 흥미롭게도 청일전쟁당시 조선땅에서 벌어진 전쟁의 양상과 함께 조선에서의 보급상황 ( mobilization)을 중점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시대에 대해 잘몰라서 그렇지만 아무튼 제가 아는 한 청일전쟁당시 매이지 일본의 한국 병참기지화와 전쟁보급상황을 이런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하는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제의 병참기지화를 생각하면 흔히 제2차세계대전 말 일제의 학병징집과 병참기지화만을 먼저 떠오르는데 일제는 이미 메이지 당시부터 조선을 중국침략의 통로로 생각하고 경부선과 경인선 그리고 경의선 철도를 부설하며 대규모로 조선인들을 청나라와의 전쟁에 동원하고 있었습니다.

1894년에 일어난 전쟁이라 2024년 시점에선 오래된 잊혀진 전쟁일 수 있겠지만 조선땅에서 일어난 청국과 일본과의 전쟁에서 왜 조선인들의 이야기가 소거되고 일본이 승리했다는 전황만 남은 건지 미스터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선인들의 전쟁동원, 조건이 전쟁터가 되서 일어난 참상, 조선인들이 일본군에게 군수조달 방해혐의로 살해되는 사실 등이 역사기술에서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청일전쟁의 이미지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서울로 압송되는 사진정도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 책의 내용으로 보건데 저는 일본의 역사가들이 청일전쟁을 기술하면서 의도적으로 당시 호전적이고 잔인했던 일본군의 민간인 참살(斬殺)을 의도적으로 은패(隱蔽)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으로 의심됩니다.

아직도 서구에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구화(westernize)된 근대국가로 알려져 있고, 일제가 중일전쟁 당시 저지른 난징대학살(Nanjing massacre )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금도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과거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려고 서구국가들을 향해서도 공작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고 의심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난징 대학살보다 무려 40여년 전에 조선에서 벌였던 평양의 학살과 조선을 거쳐 만주로 이동한 후 일본이 뤼순(旅顺)애서 벌인 대학살이 알려질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합니다.

난징에서 일본군인들이 중국인들을 일본도로 참수하는 걸 신문에 내서보도하고 심지어 머리자르기 내기까지 하는 극악무도함을 보였는데 이들은 갑자기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청일전쟁 당시에도 일본군들은 포로로 잡혀온 중국인들과 조선인들의 머리를 일본도로 자르는 참수형(斬首刑)을 시행했고 심지어 참수한 머리를 효시(梟示)하기까지 했습니다.

청일전쟁 당시 매이지 일본은 말로는 군대국가가 되었다고 했으나 일본군의 잔학행위는 전혀 문명적이지 않은 전근대적 사무라이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말로는 군 수뇌부가 포로이 대한 제네바협정를 준수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일선에서 적용된 건 아닌겁니다.

더구나 일본은 갑신정변(甲申政變 1884)의 주역 김옥균이 홍종우에 의해 살해되고 이후 그의 시신이 양화진(楊花津)에서 능지처참(陵(凌)遲處斬)을 당해 머리가 효수되었을 당시 조선을 미개한 나라라고 했던 나라입니다. 친일파인 김옥균이 벌을 받아 그런 면도 있겠지만 10여년 이후 일본군이 조선인과 중국인에게 향한 수많은 참형(斬刑)사례를 보자면일본이 근대국가라고 서장을 향해 떠드는 건 전부 프로파간다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일본군은 머리자르기와 같은 참혹한 형벌을 지속해 10여년 후 러일전쟁과 이후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에서도 계속했다고 합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일본인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잠시 언급했듯이 일본이 메이지 시대이후 서구적 근대화를 이루었다고 알려져 왔고, 그렇게 배워왔지만 이미 메이지 당시에도 제도가 서구화되었고 외교관들이나 정부고위관료들이 서구화되었을지 몰라도 군부와 군인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서구화된 걸로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군인들은 아직도 막부시대의 사무라이처럼 칼로 상대를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걸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아직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거의 봉건적인 수준의 이런 군인들의 처단방식을 저는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아미 겉과 속이 다르고 근대적인 외영과 봉건적이고 중세적인 실질과 정신의 이중적 모습이 청일전쟁 당시에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현대일본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입헌군주제 국가로 선거로 국민의 대표를 뽑지만 일본의회는 사실상 자민당 독주체제이고 의원들은 대를 이어 국회의원이 됩니다. 특히 메이지 유신 당시 주요 번벌이 나왔던 죠슈번 (長州藩)운 현재 야마구치현(山口縣)이고 이곳 출신 총리가 얼마전 암살당했던 아베신죠(安倍晋三)입니다. 제가 알기로 1945년 이후로 봐도 3대째 정치인 집안입니다.

한국도 최근 대를 이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결코 한국정치에 긍정적 영향을 준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일본은 아베 전총리의 경우에서 보듯 3대째 국회의원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극우화하고 있는 현재 일본은 전근대적인 신정일치체제인 패전이전의 천황제 복구를 계속 염원하고 그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저는 일본은 근대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일본인들이 상습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중국과 한국 포로에 대한 참살은 일본의 공식청일전쟁사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입니다.

외교적으로 일본은 조선을 청나라의 속국의 지위에서 해방시켜 독립국으로 만들기 위해 조선땅에 군대를 보낸 것이고 ‘미개한’조선을 깨워 근대화 대열에 동참시키기 위해 ‘시정개선(施政改善)‘을 하겠다는 겁니다.

어디에도 조선의 주권(sovereignty)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이미 역사왜곡은 시작된거죠.

책에 일본군들이 조선을 병참기지화해서 전쟁물자를 조달하는 경우를 보면 기가 막힙니다. 마치 처음부터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군하는 지점에 있는 촌락에 들어가 식량과 소 말 등을 징발하고 조선인들을 안부로 대려갑니다. 정당한 급료를 주고 채용한 것도 아니어서 사실상 동원되는 겁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피난을 떠나 텅빈마을이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특히 평안도 평양지방은 일본군의 징발로 더욱더 피폐해졌다고 합니다.

새삼 한국이 20세기에 들어 지금 이야기하는 청일전쟁 이외에 러일전쟁, 중일전쟁, 그리고 태평양전쟁, 마지막으로 한국전쟁까지 치루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국전쟁은 2024년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휴전(cease fire)상태이지 아직 종결된 전쟁이 아닙니다.

한국의 상황은 사실 어찌보면 연이은 전쟁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아 중진국 이상으로 도약한 유일한 사례인데도 우리는 그걸 그저 당연하게 여겨 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아무튼 저는 일본이 청일전쟁기부터 역사왜곡을 지속해 현재도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비효율적이지만 지나치게 세밀한 일본의 관료조직이 있기 때문이고 현실정치에선 아직도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삿초 번벌의 후세들이( 이들은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용인하에 아직도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 역사서술과 다른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저자가 발굴한 여러 사료적 증거가 이 책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역사왜곡의 뿌리가 무척 오래되고 깊다는데 매우 무력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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