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의 진보적 학자 두 사람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전후(戰後)를 대상으로 대담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전후 일본의 제2차세계대전의 패전에 대한 부인과 미일관개 그리고 일본과 아시아 나라들과의 관계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입니다.

300쪽 가까운 분량으로 책은 작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고 일본의 부류 정치세역인 자민당의원들은 물론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부인하고 싶어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물론 친일 극우 성향인 한국의 현재 검찰독재 정부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은 사실과 의견들입니다. 현재 한국정부의 역사인식은 대체로 뉴라이트세력과 일치하고 저는 뉴라이트가 기본적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일제의 입장에 우호적으로 ‘왜곡’해서 본인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만 말하기 때문에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합리성이 결여된 맹목적인 신앙의 모습입니다.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역사왜곡과 부인의 태도는 일본의 자민당 주류세력과 그 후손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입장과 소름끼칠정도로 닮았습니다.

더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이책이 출판된 시점과 현재(2024년 3월)을 지적해야 합니다.

구 저자가 대담을 한후 일본에서 책이 출판된 시점은 2015년(약 10여년 전)이고, 한국에 번역된 해가 2019년입니다.

이후 세계는 중요한 두가지 전기를 맞습니다. 2020년부터 전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쳤고, 이후 미국의 중국고립정책이 시작되었고, 미소간의 적대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심화되었으며,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했습니다. 그리고 아베 총리도 얼마전 선거 유세도중 암살당했습니다.

한국의 친일 검찰독재정부도 일본의 전쟁책임을 덮어두고 스스로 대일관계를 주종관계로 만들어가고 있고 멀쩡하게 잘지내던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망치고 있습니다.

이런 최근의 국제정세의 흐름을 이 책은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2015년 시점에서 최선의 분석을 할 뿐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맥락을 고려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던 것은 2024년 현재 한국의 위정자들의 행태와 이 책에서 나오는 일본 정치가들의 한태가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패전하고 한국이 해방된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일제의 악영향이 남긴 후유증이 새삼 너무 크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흔적을 남기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미국의 점령정책이었다는 점입니다. 아마 마주하기 싫겠지만 이건 이미 역사적으로 드러난 사실입니다.

미국의 국익만을 생각하는 미국정부는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과 그 식민지인 조선에 일제에 부역했던 친알파( 조선)와 전쟁범죄에 책임을 진 일본의 지도자들을 정령통치의 편의를 위해 그대로 전쟁중과 마찬가지로 유지합니다. 제국일본의 옥쇄투쟁을 막고 미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존쟁챡임이 있는 천황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태평양지역의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당시 소련의 태평양진출을 봉쇄(containment)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중국댜륙을 공산주의의 방어선으로 생각하고 공작을 추진하다 마오쩌뚱이 중국을 공산화하자 봉쇄선을 한반도의 38도선으로 소련과 합의한 후 한반도 분단의 원인을 제공합니다.

소련은 미국과 양타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라 대일전애 참전하며 중국의 만주 사할린 쿠일열도를 침공하면서 북한의 청진지역에 들어와 이후 북한 전력에 소련점령을 실시합니다.

한국에서 친일파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는 경로와 일본에서 전쟁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친미파가 되면서 사실상 미국의 종속국가가 되는 경로는 사실상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황의 전쟁책임도 자신들의 전쟁책임도 부인하는 일본의 주류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연합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졌다는 ‘ 패전(敗戰)’이라는 용어대신 ‘종전(終戰)‘이라는 용어를 써서 자신들의 전쟁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일본은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두발의 원폭을 맞고 연합국( 미국)애 무조건 항복( unconditional surrender)을 했습니다. 일본은 미국에게 전쟁중과 같은 절대적인 천황의 통치권(sovereignty) 유지를 가지고 협상했지만 무시당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전황가의 보전만를 내걸고 미국과 협상햇고, 일본의 극단적 저항을 우려한 미국의 일본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조건 항복과 천황제 유지가 관철된거죠.

따라서 두 저자는 일본은 사실상 미국의 속국이며 천황의 자리를 미국이 대체한 상태이며 ‘패전의 부인’이 전후일본 성립의 조건이라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본의 대미종속상태가 지속되는데도 일본 정치가들이 일본을 독립국이니 주권국가니 주장하는 건 병리적(病理的) 증상이라고까지 진단했습니다. 심리적으로 매우 분열적인 상태라고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했으면 하는 몇가지를 정리합니다.

우선 두 저자 중 시라이 사토시(白井聡)는 제가 일전에 읽었던 <영속패전론(永続敗戦論),이숲,2017>의 저자입니다.
일본이 패전을 부인하는 이유와 전후에 살아남은 일본제꾹주의자들이 미국에 어떻게 종속관계를 유지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는가, 일본이 어떻게 미국의 종속국가가 되었는지에 대해 쓴 책입니다. 사실상 이 대담의 계기가 된 책이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일본은 왜 자신들이 전쟁에서 졌는지 원인파악과 평가도 하지 못한체 패전의 경험을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은폐(隱蔽)하려 했고 미국의 종속국이면서 주권국가행세를 하는 자기기만을 해왔다는 겁니다(p21). 시라이 사토시가 이를 ‘이상히 여기고’ 책을 썼다고 합니다.

여기서 ‘상식은 단순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시라이 사토시가 이상하게 여기고 이해가 되지 않아 전후 일본을 되돌아봤는데 거기는 전쟁책임이 있는데도 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은채 미국에 종속된치 권력을 유지하던 제국주의자들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죠. 이중적이고 설명이 되지 않는 몰상식한 상황이 계속되니 일본이라는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겁니다. 그런가운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있었지만 ‘이상한’일본의 국가채제는 작동이 되지 않고 있었다는 겁니다.

두번째는 불문학자인 우치다 다쓰루(内田樹)가 이야기한 프랑스 비시(Vichy)정부에 대한 평가입니다. 이 학자는 나찌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의 친나찌 정부인 비시정부하의 프랑스는 사실상 제2차세계대전의 패전국임에도 사실을 은폐한체 이 전장의 ‘전승국’행세를 해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현지에서 비시정부의 나찌부역에 대한 연구가 미미하며 대부분 외국연구자들이 파해친 것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역시 나찌에 부역한 고위인사들이 이후 드 골 정부에 참여했고, 이후 이들의 나찌부역 사실은 언급조차 금기시되었다는 겁니다. 우치다 다쓰루에 의하면 비시프랑스의 친나찌 정권이나 미국 정령하에서 전쟁책임이 있는 일본정부나 구성이나 향태 자채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겁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를 자처하는 프랑스의 어두운 일면입니다.

또한 우치다 다쓰루는 일본과 프랑스의 이런 공통된 과거 미청산의 유산이 제2차세계대전의 전쟁 유경험자가 죽고 당시의 나찌와 제국일본의 만행을 지켜본 목격자들이 사라지면서 일본에서는 천황의 통치권 부활을 주장하거나, 극우적이고 반민주적이며 나찌에 동조하는 과격한 인종주의자들이 프랑스에서 나타나게 된 경위라는 겁니다. 두 나라 모두 부역자들은 전쟁에서 지게되자 자신들의 부역의 증거를 폐기했으나 목격자마저 없앨 수는 없어 침묵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기때문이라는 겁니다.

끝으로 얼마전 읽은 <종전의 설계자들, 메디치 미디어,2019>을 언급하려 합니다. 재미 러시아사학자인 저자 하세가와 츠요시 (長谷川毅)는 일본의 패망원인을 종래의 주장대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때문이 아니라 1945년 8월부터 시작된 소련의 대일전쟁 참전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담을 읽은 후 하세가와 교수의 주장이 일본과 우호적인 미국에 대한 원폭투하에 대한 책임을 희석시키고 독재저로 알려진 소련의 스탈린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이 됩니다.

사실 미국이 독일과 일본 한국에 ‘전략폭격(strategic bombing)이라고 하면서 만간인 거주지역에 어마어마한 폭탄을 퍼부었고 논란이 많은 공격방식인데도 별 말도 없고 관심도 갖지 않습니다. 독일의 드레스덴, 일본의 도쿄 폭격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은 한국전쟁이전에도 일제의 병참기지가 있던 한반도에도 폭격을 한 것으로 압니다. 원폭은 물론 이런 전략폭격의 연장선에서 나온 공격방식이라고 추정합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에서 진 소련이 사할린을 되찿고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전략상의 이점이 있어 소련의 스탈린이 무리하게 유럽전선에 있던 적군을 아시아전선으로 옮겨 일본과 전쟁을 치렀지만 아무튼 저자의 주장이 개운한 느낌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일본의 전후정치사에 대한 책인데도 현재 한국의 검찰독재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 같아 너무 놀렀습니다. 한국정부내 고위인사들의 친일적 향태와 자민당내 아베정부 고위인사들의 행태 그리고 거슬로 미 군정하의 일본 정치가들의 행태의 유사성에 놀랐습니다.

2019년 출판된 책이 현재 절판된 건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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