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선임기자이자 북한학자인 저자가 1990년이후 2018년까지의 남북관계 30여년을 조망한 책입니다.

이책에서 남북관계를 분석하는 프레임(Frame)으로 비대칭 탈냉전 ( 非對稱 脫冷戰)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이 틀로서 지난 30여년간의 남북관계를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대칭 탈냉전이란 1989년 베를린장벽이 붕괴하고 이후 소련이 무너져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간의 오랜 대립인 냉전(Cold War)이 종식된 이후 한국은 이전까지 북한의 혈맹이었던 소련 중국과 수교를 맺어 국교를 정상화한 반면, 북한은 냉전당시 적대국이었던 일본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지 못한 사실을 말합니다.

한국이 경제적 정치적우위를 확실하게 점한 반면 북한은 미일과 국교정상화에 실패한 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국가체제위기는 이후 북한의 핵개발의 주요 동인(momentum)이 되었고, 냉전이후 북한의 대화를 이어가려던 클린턴 행정부이후 2000년대 들어 아들 부시가 정권을 잡으면서 더욱 위기국면으로 가게 됩니다.

부시정권 당시 네오콘으로 불리는 골수 자유주의자들은 군산복합체를 배경으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고 ( 9.11테러의 배후를 이라크라고 믿고) 북한을 악의 축( Axis of Evil)로 부르며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을 펼칩니다.

한국에서도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가지고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공을 들이고 남북경협으로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을 벌였으나 자유시장주의자라고 자칭하는 극우정권인 이명박 박근혜정부는 경제적 실익도 챙기지 못한 체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하고 북한 적대시정책을 ‘아무이유도 없이’펼쳐 한국의 기업들이 극심한 손해를 입은체 개성공단에서 철수해야 했고, 10여년간 이어져온 금강산 관광사업에서도 손을 떼었습니다.

경제적인 관건에서 봤을 때 이명박 박근혜 두 정부의 대북경협철수는 매우 불합리한 결정입니다.

보수를 참칭하는 정치인들 중에 남북경협에서 생긴 이익이 북한의 핵개발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는 물증이 전혀 없는 그들의 ‘믿음’에 불과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한의 핵개발 능력 검증처럼 개성공단의 자금에 대한 정밀 ‘감사’가 이루어져야 확인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믿음을 위해 실리를 포기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결정을 시장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보수정부에서 한 겁니다. 최소한의 어떤 합리성도 보이지 않은 결정입니다.

이후 북한은 무조건적인 핵폐기를 압박하는 미국의 네오콘을 위시한 서구자유주의자들에 맞서 핵개발을 지속하다가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검찰정권인 현 윤석열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부인하면서 남북관계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고, 한국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면서 지난 30년간 개척한 거대시장을 스스로 포기하려고 하는 몰상식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외교에 있어서 극단적으로 무능 (extremely incapable)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교를 공부하지 않은 저같은 사람도 국익( national interest)이 외교의 목적이라는 걸 아는데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30년간 공들여온 중국 러시아 시장을 걷어차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옹호하지 않지만 전임 정부가 북한을 잘관리해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을 없애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애썼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도대체 감정적으로 북한과 전쟁하자고 하는 이들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가자 전쟁을 눈으로 보고서도 그런 어처구니가 없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그 자체로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책을 보면서 보수적인 군인 출신이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임동원씨의 회고록과 2차 북한 핵위기 당시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6개국 ( 남 북 미 일 중 러)와 6자회담을 이끈 송민순 전 외교수석의 회고록을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동원, 피스메이커 (창비,2015)
송민순, 빙하는 움직인다 (창비,2016)

그리고 미국쪽에서 북한을 오래 관찰한 셀리그 해리슨(Selig S. Harrison)의 책도 봐야할 것 같습니다.

Selig S. Harrison, Korean Endgame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2)

북한은 남한 입장에서 보면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잘 알 수 없는 이웃같은 존재입니다. 더구나 한국전쟁 이전 저희 부모세대들은 북한지역에서 일상을 영위하고 살던 지역입니다.

70여년이 지나도록 한국전쟁의 ’망령‘ 에 붙들려서 북한을 계속 적대시하면 한국이 얻을 이득이 뭘까요?

미국에서 북한을 어떻게 인식할까 아는게 한국의 대북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한국이 국익이 다른 미국의 대북전략을 따라가야만 하는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이 자신들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고려한 주장을 하면 한국은 한국의 국익에 맞는 주장을 하면 됩니다. 주장은 일치할 수도 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대화가 싫다면 소위 보수진영에서 제일먼저 할일은 한국에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회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극열한 주장을 해도 말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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