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과 깡통의 궁전 - 동남아의 근대와 페낭 화교사회
강희정 지음 / 푸른역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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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당시부터 독특한 내용의 책이 출간된 듯해 관심을 두고 있다가 오늘 책을 다 읽었습니다.

이책은 굳이 풀이하자면 중국인의 말레이반도, 특히 페낭(Penang)지역의 이주사이고 사회경제사입니다.18세기 말 영국의 말레이 반도 페낭점령( Penang occupation)과 싱가포르 식민지 건설 그리고 네덜란드와의 협정을 통한 말레이반도 전체에 대한 식민지 경영이 모두 포괄되기 때문에 영국이 어떻게 동남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정책을 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청나라와 영국이 맞붙은 아편전쟁(Opium War(18040-1842, 1856-1858)이 단지 중국 본토에서만 일어난 전쟁이 아니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영국이 인도산 아편을 팔아 식민지 통치 재정에 쓰는 동남아시아 아편체제 (Opium Regime)라는 맥락(context)에서 일어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페낭의 화인사회에서 페낭의 중국상인들이 영국이 인도에서 수입한 아편을 사서 가공해 같은 동포들에게 아편을 파는 사업을 하고 그에 대한 세금을 영국 식민당국에 대납하는 아편사업청부제를 통해 부를 축적했고, 이후 말라카 해협의 수마트라에서 주석광산업을 통해 거부로 거듭났으며, 사실상 말라카 해협 북부의 경제력을 장악했습니다. 그 기간은 18세기 말부터 19세기말까지 약 120년간이었습니다.

이들 중국상인들은 출신지역이 주로 중국의 남방지역 출신으로 페낭의 거상들은 주로 복건성(福建省)출신이 많았고 광동성(廣東省)출신도 많았습니다. 이들 중국성인들은 지연과 혈연 그리고 혼맥을 통해 강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19세기 말까지 말라카 해협 북부에서 강력한 화인경제권을 이루었습니다.

말라카 해협의 말레이 반도에 영국이 식민경영을 했지만 인원도 조직도 아무것도 없던 영국은 이 120여년간 이주한 중국인들에게 경제권을 주고 세금을 대납하게 하면서 사실상 동업관계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20세기 들어 영국과 유럽의 자본가들이 말레이 반도에 고무사업에 투자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인을 이용하던 영국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인종적인 편견( racial prejudice)을 여과없이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페낭이나 싱가포르 출신 중국인들 중 영국국적을 가지고 영국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들도 영국 식민당국애서는 이들이 ‘중국계’라는 이유로 영국제국의 ‘2등 신민’ 대접을 받았습니다. 영국인들은 당시 자신보다 똑똑하고 공부도 많이 한 중국인이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는 유럽인과 동양인 중 유럽인이 우수하고 유럽문명이 선진적이라는 이해가 엘리트들 사이에 일반적이었습니다. 거기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라 동양의 유색인종이 열등하다고 생각했고 말라카 해협의 영국 식민당국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미국과 서구에서 중국과 해외의 화교(華僑)세력이 결합하는 걸 몹시 경계하고 있는데 특히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시아에 화교 거상(巨商)들이 이미 200여년 전부터 지역의 경제력을 장악해왔다는 점을 보면 그들의 두려움에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제국은 이미 말라카 해협 북부에서 런던자본시장의 규모로 이 지역 화상들의 경제통제권을 빼앗아 온 역사가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미국과 유럽 서구국가들과 중국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서구와 중국사이에 오래된 황화 (黃禍, Yellow Peril)론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업습니다. 황화는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색채를 띄고 있고, 서구인들은 직접적이지 않아도 늘 유색인종을 무시하고 업신여겨 왔습니다.

이제야 새삼 흑인의 삶은 중요하다( black life matters) 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양성(diversity)를 이야기하는 이면에는 일이 언제나 인종주의자이자 유색인종 차별주의자라는 방증밖에 되지 않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헤게모니를 잡은 서구세력은 그
이전 동양에서 중국이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과 청대 은본위 경제의 규모를 일부러 잊으려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역사가이기는 하지만 사회경제사 전문이 아니라 중국미술사 전문가라는 점입니다. 서론에서 밝혔듯 이 책은 페낭의 화인사회의 예술을 개관하기 위한 ‘배경’으로서 사회경제적 조건을 따져보기 위해 집필된 책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미술사가와 문헌과 함께 예술품 실물을 같이 연구하는데 비해 이책은 방법론적으로 문헌학적인 방식에 치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책에는 주로 중국어와 영어문헌이 많이 인용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분량을 보면 본문 약 450여쪽에 달하는 중간 분량의 연구서입니다. 하버드 방식의 문헌 인용에 충실한 책이고, 연구서나 논픽션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내용의 밀도는 있지만 단점으로 지나치게 중복이 많다는 점입니다.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나 좀 더 중복을 줄이면 좀 더 건결하고 밀도있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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