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340여쪽 분량의 역사평설입니다. 책 제목에도 나타나 있듯 저자의 입장은 인조(仁祖) 가 혼군(昏君), 즉 어리석은 임금이라는 주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자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인조가 조선의 왕 중에서 문제적 군주인 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리학적 명분론에 휘둘린 조선의 붕당 중 서인세역의 반정 ( 反正) 이라는 이름의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임금으로 국제정세를 무시하고 명에 대한 제조지은(再造之恩)에만 집착한 서인 척화파 (斥和派)가 자초한 전쟁이 병자호란이기 때문입니다. 군사력을 키우지 않고 무신들과 서죽지빙 양반들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망해가는 명과의 의리만을 지키겠다는 주장은 절개(節槪)가 아니고 그냥 바보짓입니다. 인조 집권 후 반정에 공을 세운 무인들보다 문인들을 1등공신으로 세워 ‘이괄(李适)의 난‘을 자초하고, 이후로도 청의 국력을 매번 무시하고 심지어 명에 원군을 보내 정묘호란( 丁卯胡亂)을 자초했으며 끝내 1636년 병자호란(丙子胡亂)까지 자초하게 됩니다. 청은 처음엔 조선을 치려하기 보다는 외교적으로 관계를풀려했지만 화이론(華夷論)의 도그마에 빠져있던 집권 서인 양반들은 청을 무시했고 망해가는 명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리석은겁니다. 죽고 사느냐가 걸린 문제를 놔두고 알량한 명분만 찿으니 말입니다. 한 국왕의 통치시기에 두번의 대외전쟁과 한번의 반란이 일어났다는 건 인조정권 자체가 내치와 외치에 모두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더 문제는 인조와 서임 척화파 양반들이 호란 이후에도 변한게 없이 계속 뜬구름 잡는 헛소리나 하고, 쓸데없는 명분론에 계속 집착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청의 수도 심양(瀋陽)에 인질로 잡혀간 소현세자( 昭顯世子)에게 청태종 홍타이지(皇太極)가 농사를 지어 인질로 같이 잡혀온 소현세자 일행들이 먹고 살길을 도모하라고 했을 때 글만 읽은 양반 사대부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농민을 조선에서 데려와야 한다는 등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해서 청태종 자신이 조선의 사대부들의 무능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청제국을 세운 홍타이지 입장에서도 도무지 실리라고는 모르고 책만 읽고 이상적인 헛소리나 해대는 조선의 양반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가장 화근거리는 대목이었습니다. 책의 내용 자체는 이전에 병자호란이나 인조반정 그리고 조선후기 당쟁에 대한 책을 읽으셨으면 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다만, 정치사보다 병자호란의 개별 전투를 중심으로 서술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책의 인용 문제입니다. 책의 이야기 전개에 방해를 하지 않으려는 의도였겠지만 이 책은 뒤에 붙어있는 참고문헌들이 어디에서 인용된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출처에 대한 언급이 제대로 본문에 나와야 합니다. 주석이나 인용이 독서에 방해가 된다면 전체 인용에 대한 내용을 책 본문 이후로 뺄 수도 있습니다. 편집상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한 영어권의 책들은 역사서나 논픽션의 경우 결코 인용과 주석정보를 빼놓지 않습니다. 바뀌어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