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고 1910년 ‘강제합병’을 한 이후 그들은 그들의 침략이 ‘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을 포장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합니다.
조선총독부가 일차적으로 평양과 한반도 남부에서 고분 발굴울 시작한 이유도, 그리고 1926년에 경성제국대학京城帝國大學)을 세운 이유도 일차적으로 ‘식민통치의 정당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란 늘 누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쓰는가에 따라 내용과 해석이 바뀌는 지식체계입니다. 일본과 한국은 이미 지난 19세기 말 구한말부터 일제시기를 거쳐 2023년 현재에 이기까지 일본과 ‘역사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처음 소개되는 두 인물, 오다 쇼고(小田省吾,1871-1953)와 이마니시 류(今西龍,1875-1932)는 경제제대를 기반으로 조선의’ 식민사학‘을 성립한 학자로 꼽힙니다. 한사람은 총독부 관리출신으로 또 한사람은 일본 최초의 ’조선사‘연구자입니다.
이 두사람 이외에 동양철학자 두사람, 그리고 식민정책학자 한 사람이 이 책에서 소개되지만 일단 식민사학의 ’논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합니다.
일본인 학자들이 말하는 조선사라는 학문체계는 그들이 보기에 서양의 역사이론인 실증사학(實證史學) 혹은 문헌고증사학이라는 방법론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마치 그 이전 조건에 역사가 없었던 것처럼 주장하지만 저자도 지적했듯 조선은 역사가 없는 나라가 아니라 역사가 ‘과잉‘된 나라였습니다.
실증사학의 방법론을 채용하지 않았을 뿐 중국식 편년체의 사서들은 넘쳐난 걸로 압니다. 아무튼 일본인들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후 조선의 수많은 전적을 조사했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조선은 일본에 ‘ 종속될 수 밖에 없다’라는 근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일은 조선고대사를 연구했던 이마니시 류가 고대사를 통해 추구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한사군 중 하나인 낙랑군이 400 여년간 한반도 북쪽에 있으면서 조선을 ’ 식민통치‘했다고 보았고, 그래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배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옛날부터 중국에 종속적이었는데 일본에 복속되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건 일본인 입장의 해석일 뿐이고 본인들이 취사선택한 자료로 주장하는 것 뿐입니다.
당장 이마니시 류는 동양의 문명인 중국의 문화가 일본으로 직접 전해지는 경로를 찿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중국문화가 조선을 거치지 않고 오는 경우가 드무니 ‘일부러’ 찿아다닌 겁니다.
당장 조선만 해도 에도시대 봉건영주들의 집합체인 일본 중 오직 쓰시마 번과만 교역을 했고, 현재 오키나와인 류큐국(琉球國)은 죠슈번(長州藩)과 청 모두에 복속하던 해상왕국이었습니다.
16세기 네덜란드 상인들이 들어오기 이전까지 일본이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는 길은 중국과 직접 외교관계를 맺거나 조선을 통해 접하는 방법 말고는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은 극복대상으로 본 것이고 메이지 유신이후 ‘근대국가’가 된 일본이 중국문명을 넘어서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근대국가가 되었다는 말은 서구적 관점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유럽과 미국의 제국주의자들과 자본주의자들이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말이고 별 뜻이 아니라 일본이 유럽 즉 독일과 영국과 유사한 제도를 많이 만들어놓아 서양인들이 이해하기 ’쉬웠다‘는 말입니다.
기독교 문명권의 서구 제국주의자들에게 중국과 조선은 이해할 수가 없는 미지의 나라였을 겁니다. 모르니까 미개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한문을 해독할 줄 모르고 유교에 대해 아는바가 전혀 없는 유럽인들에게 아시아는 자신들이 모르니 미개하다고 여겼고,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알아야 문명화가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혼란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사를 일본인들이 어떤 범주에 넣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같은 시리즈 중 한권인 ‘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사회평론 아카데미,2022)‘에서 저자 이태진 교수는 조선사가 ’일본사‘에 편제되어 있어 매우 놀랐다고 하고 있으나, 이 책에서는 조선사가 마치 동양사의 일부인 것으로 서술됩니다.
어느 주장이 맞는거죠?
이 책은 동양사에 대해서도 이런 설명을 합니다: 동양사는 서양사의 방법론을 차용해 특히 중국의 역사를 서술한 것이라고요. 이태진 교수의 책에서는 ’동양사‘의 지리적 범위가 결국 일본이 대륙침략의 대상으로 삼은 지리적 범위와 겹치고 결국 ’대동아 공영권‘에 대한 이론적인 틀을 제공하는 지식체계라고 합니다.
이 책은 범주로 보아 지식사회학 또는 지식체계의 역사, 대학사 등으로 불릴 수 있는 분야입니다.
이렇게 특정 학문분야의 발전과정을 볼 수도 있지만 대학 구성원인 대학생에 대해서도 서술된 책이 있습니다.
제국대학의 조센징, 정종현 지음 (휴머니스트,2019)
사회적 경제적 차별이 일상이었던 일제시대 소수만이 허락된 으 제국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 졸업생들이 한일 양국에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지 추적한 책입니다. 한국 엘리트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은 읽으면서 매우 놀랍다가 읽은 후에 일본이 왜 한국을 그렇게 우습게 보는지 그 심층적인 원인을 알게 해줍니다.
대를 이어 일본과 연결된 파워엘리트들이 생각보다 저변에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후예들의 상당수는 미국 대학 출신 엘리트로 전신(轉身)하여 알아보기는 어렵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