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김기혁씨의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중국사 중에서도 ‘마테오 리치’를 공부하신 분이고 물리학을 공부하다 역사학으로 돌아선 이력이 있으신 분입니다.

여러 면에서 정통 역사학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분입니다.

이책도 전통적인 중국사 해석법을 떠나 새로운 시각에서 중국사를 보려는 시도입니다.

책은 오랑캐라는 중국 변방의 민족들이 역사에 따라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글이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 내지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글입니다. 즉 오랑캐라는 소위 미개한 자들로 알려진 중국 변방의 민족이 중국과 동아시아 그리고 멀리 유럽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고대부터 근대시기까지 살핍니다. 당연히 처음 나오는 질문은

오랑캐들은 정말 미개한가? 입니다. 즉 유목문화가 과연 농경문화보다 뒤처진 것이 맞나? 하는 질문입니다.

이 책은 아니라고 답하고 저도 동감합니다. 단지 주류로 인식되지 않았고 그래서 저를 포함해 유목민족에 대해 무지한 것일 뿐입니다.

동일한 민족의 사람들을 중국과 중앙아시아 러시아와 유럽이 각기 달리 부릅니다. 이런 상황이 중국 주변의 유목민족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죺 ㅠ


따라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저자가 바라보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그런 면에서 독특한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책의 독특한 점 하나는 중국사와 유목제국사 등과 관련해 영미권의 연구서를 많이 인용한다는 점입니다. 중국사를 연구하시는 분들이 주로 중국과 일본 연구서를 많이 인용하는 경향에 비추어 이 책이 다른 점입니다.

책은 중국의 전통적인 화이론(華夷論)적 관점을 설명해서 시작하지만 이론적인 틀은 주로 토마스 바필드의 ‘위태로운 변경( The Perilous Frontier,1989)’에서 가져옵니다.

즉 중화제국이 북방의 오랑캐들을 상대할 때 어떤 전략을 썼는가에 관한 토마스 바필드의 틀(Framework)이 전체를 관통합니다. 그 두가지 전략이란 농경사회 외부에 존재하며 농경사회로부터 부차적 이득을 취하는 외경전략( outer frontier strategy) 그리고 농경사회인 제국 내부에 들어와 군사력으로 활동하는 내경전략( inner frontier strategy) 입니다(pp11-12).

중화제국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처음 오랑캐라고 불려던 장강 이남의 나라들은 농업생산력의 발전과 함께 차츰 중화제국에 동화되어 갔지만 북방의 오란캐들은 나름의 생산성이 있는 목축과 교역을 통해 농경사회와 다른 그들만의 문명으루만들어간 것입니다.

이 책이 농경사회에 비해 유목사회가 뒤떨어졌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고 이런 시각은 중국사에서도 문한연구가 아닌 고고학적 발굴과 인류학적 연구성과로 유목사회에 대한 편견이 중국사 서술에서 개선되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근대 역사학 서술에 만연한 유럽중심주의(Eurocentrism)을 극복 대상으로 봅니다.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으로 대항해시대 이후 지속된 교역( 노예무역 포함)의 이득 그리고 이후 산업혁명이후인 18세기부터이기 때문이고 중국의 경우 15세기까지 이미 경제력과 문화수준이 유럽을 능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직되게 유럽의 발전을 동아시아가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유럽이 동양에 대한 공포를 가지게 된 건 13세기 몽골의유럽침략 때문으로 특히 일칸국과 킵치크 한국이 유럽의 중세에 미친 영향은 상당합니다. 유럽에서는 아직도 동양을 비하하는 말로 타타르 혹은 훈(The Hun) 과 같은 말을 쓰고 있고 돌궐 계통의 튀르키예가 세운 오트만 제국의 경우 동로마제국인 비잔틴의 유산을 물려 받았는데도 영미권에서 아직도 야만적인 국가라고 폄훼를 당하는 상황입니다.

영국이 오트만 제국과 연합해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했던 크림전쟁 당시를 설명해 주는 자료를 보면 영국인들이 튀르키예인들을 얼마나 인종적으로 멸시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근대화에 대한 서술이 모호합니다. 중국에 비해 일본이 지킬 전통이나 유산이 없어 서양식 근대화에 빠르게 적응한 건 맞지만 제가 보기엔 일본에 대한 서술이 너무 모호합니다.

그리고 일제가 아시아 지배를 위한 목적으로 만든 본국사, 동양사, 서양사 분류를 아직까지 무분별하게 수용하는게 맞는지 의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께서 쓰신 최근작을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 사회평론 아카데미,2022)

한국과 일본만 쓰고 있는 이러한 역사분류체계를 현재 한국의 상황과 과거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분류체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근현대사 관련해서는 좀더 세부적으로 학문체계가 정리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분명히 일제의 ‘자학사관’과 ‘식민지근대화론’을 배제하고 새로운 분석틀을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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