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세종대 김수현 교수의 책입니다.

2022년 10월 출판된 책이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여당 일각에서 주장하고 나오는 터라 어떤 마음으로 판자촌에 대한 책을 썼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읽은 도시와 주거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 아파트에 촛점이 맞춰졌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서울의 ‘판자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근처에 미아동, 삼양동 ‘달동네’ 근처에 살아서 외관으로나마 판자촌이 어떤 곳인지 경험했었고, 특히 장위동의 산동네는 어렸을 때 자주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생활한 것이 성인이 된 이후였으니 어렸을 때는 마당이 있는 일반주택이나 판자집이나 개량주택 등이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판자촌의 모습은 고(故) 김기찬 작가의 사진집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두 사진집을 보시면 마포, 서대문, 서울역 주위의 판자촌이 어떠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골목안 풍경 30년 ,1968-2001 (눈빛, 2009)

골목 안, 넓은 세상 ( 서울역사박물관,2010)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을 위해 농업을 포기하고 공업발전에 중점을 둔 불균형 발전전략을 채택한 당시 박정희 군부세력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위해 싼 노동력이 필요했고, 이 싼 노동력은 결국 농촌을 떠나 서울에 온 이들이 담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급속한 공업회에 따른 도시의 팽창과 농촌의 축소는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을 낳았고 당시 만성 재정부족에 시달리던 정부는 농촌을 떠나 서울에 정착한 이들이 살 수 밖에 없었던 열악한 판자촌을 그냥 묵인했습니다.

싼노동력이 필요하지만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후 판자촌을 양성화해 주거문제를 해결하던 정부는 이후 도시미관을 이유로 판자촌들을 서울의 외곽으로 내보내는 정책을 실시합니다.

박정희 정권 말기 벌어진 ‘광주대단지 사건(1971)이 그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판자집 철거민들을 서울시 외곽으로 보냈지만 상하수도와 전기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도 갖춰놓지 않은 체 사람들을 천막집으로 내모는 일을 당시 공무원들이 했던 겁니다. 야만적이고 몰상식하죠.

이후 정부는 해야할 재정투입을 하지 않고 판자촌을 철거하고 용적율을 높인 중산층 아파트로 개발을 하는 ’합동재개발‘정책을 펴서 판자촌을 없애버립니다.

사실상 건설회사에 특혜를 주는 이 정책은 용적율을 높여 기존 거주자들을 수용하고 남은 아파트를 외부에 분양해 이익을 취하는 방식으로 귝공유지를 무단 점유해 아주 작은 공간에 살았던 판자집을 철거하고 넓은 공간을 만들어 비싸게 분양하는 건설사는 아주 쉽게 돈을 벌 수 있었고 정부는 국공유지 매각하고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2000년 초를 강타햤던 ’뉴타운‘열풍은 토목으로 잔뼈가 굵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시행했던 개발사업으로 예전 판자촌 재개발 방식을 다세대 주택, 빌라촌에 적용한 것입니다.

국공유지에 무단 점유해 살던 판자집과는 달리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재산권과 소유권이 얽혀있는 주택가 빌라촌을 개발해서 아파트를 올리겠다는 뉴타운 개발 방식은 성공하기 어려운 방식이었지만 당시 한나라당에서 정치적으로 밀어부친 정책이었습니다.
이 정책은 무리한 추진과 2008년 닥친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폭락으로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끊임없이 용적율을 넓혀야 하고 끊임없이 부듕산 가격이 올라야하며 원 거주자가 끊임없이 내쫓겨야 하는 부동산 정책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일 수가 없습니다.

최근 1970-8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을 철거하고 새 아파트를 짓는데 대부분 20층이상 35층까지 고층으로 지어집니다. 과거의 아파트가 낮은 건 5층애서부터 높아야 19층 정도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건설사들이 용적율 높이기를 고수하며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 지어진 아파트가 다시 재건축되면 또 35층보다 더 높은 건물로 지어져야 한다는 말로 이해됩니다.
아파트 가격도 올라야 하고요.

하지만 인구가 자연감소로 돌어선 한국에서 과연 건설사들의 이러한 수익모델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건설시장애서 세금만 걷어갈 게 아니라 건설사가 독식하는 수익을 줄이고 공공주택을 더 많이 공급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애 청년층의 출산파업은 지극히 현실적 합리적 판단입니다.

1960년대에는 국고도 비었고, 세금을 걷을 수 없어 민간 건설사에 도심재개발을 맡겼다면 경상수지 흑자로 국고가 충분한 현재에도 60여년 전 정책을 지속하는 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나태하거나 현 정책에 이권이 걸려 바꾸기 어렵다는 것 이외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공공성이 이렇게 심각하게 저해되는 경우가 미국이외에 어떤 부동산 시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편안히 쉴 집도 없고 고용도 불안정한데 아기를 어떻게 낳고 기를 수 있나요?

인구가 계속 줄어들면 건설사들도 수요부족으로 도산할 가성이 커집니다.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한테 사라고 할 게 아니라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을 내리는 것이 정석이지요. 이런 면에서 건설사들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주장할 자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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