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의 논픽션 작가 에릭 라슨 (Erik Larson)이 쓴 책으로 저로서는 두번째 작가의 책을 보았습니다.

첫책이 작가의 출세작 ‘The Devil in the White City (Vintage,2003)’로 20세기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렸던 박람회를 배경으로 활약했던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분히 미국적이고 호러소설을 보는 듯한 글이었습니다.

우연하게 보게 된 작가의 최신작인 이 책은 나치 독일의 영국 대공습에 대한 이야기로 촛점은 공습 당시 영국 수상이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과 그의 가족, 그의 개인비서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시 전쟁을 지휘하는 영국 수상의 이야기이지만 정치적 측면과 더불어 영국 수상이 일을 하는 다우닝가 10번지( 10 Downing Street)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엿보는 형식으로 글이 전개됩니다.

작가도 언급했듯 이 책은 유명한 영국 수상 처칠의 한 일면만큼 보여준 것일 뿐이기에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수많은 그의 전기(biography)나 그가 직접 쓴 책을 보는 수 밖에 없겠죠.

저는 Wiilam Collins에서 나온 영국판으로 이 책을 읽었지만 이미 한국어 번역본도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폭격기의 달이 뜨면 (생각의 힘,2021)

개인적으로 한국어판의 제목은 글의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영국 대공습 당시 나치 독일 공군(Luftwaffe)는 야간공습을 실시했고, 달이 환하게 뜬 밤이 공습의 최적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책에 관해 간략하게 정리를 아래와 같이 해 보았습니다.

첫째, 이 책이 다루는 기간은 1940-1941년 약 2년간으로 처칠의 수상재임 초기에 해당됩니다.

나치 독일은 처칠이 수상이 될 무렵 이미 프랑스를 함락시키고, 프랑스는 독일에게 항복(Surrender)했으며, 나치 독일에 협력적인 비시 프랑스(Vichy France)가 들어선 시기였습니다.

프랑스의 항복이후 나치는 영국 본토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시작합니다.

이미 이 공습 이전 영국군들은 던케르트(Dunkirk)에서 대대적인 철수를 했습니다. 2017년 개봉한 영국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의 동명 영화도 이 철수 작전을 영화로 만든 것이죠.

처칠의 경우 영국의 해군장관(First Lord of Admiralty)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했고 당시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동맹이었던 오스만 터키를 공격해 갈리폴리(Gallipoli)전투를 벌였는데,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전략적 요충지 다르다넬스 (Dardanelles )해전에서 패배하고 퇴각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처칠 개인으로서도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결전을 치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둘째, 한국오판 책 제목이 보여주듯이, 나치의 공습은 야간에 진행되었고, 특히 보름달이 뜬 환한 밤이 공중 폭격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독일이 야간에 공격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이 확보된 반면 영국공군 (Royal Air Force aka RAF)은 야간 작전수행이 붕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책의 다른 한 이야기는 영국이 독일의 야간공습을 기술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셋째, 1940-1941년 초까지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특유의 고립주의(isolationism)외교정책때문이기도 하고 미국은 전쟁 초 유럽의 전쟁터에 미군을 보낼 의사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처칠은 미국이 참전하지 않는 한 유럽 전장 (European Theater)에서 나치 독일에 이길 방법이 없다고 보고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Franklin D Roosevelt)를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난하게 진행합니다.

결국 나치 독일의 동맹국이던 일제가 진주만(Pearl Harbor)를 공격하면서 미국도 참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국은 독일의 영국대공습을 미국의 참전 없이 막아냅니다.
책 484쪽에 영국이 나치 공습으로 입은 인명 피해 상황이 나옵니다. 총 44,562명이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고, 그 중 5,626명은 어린이였습니다.

영국은 런던이 폭격 당하면 , 베를린을 폭격하는 식으로 나치 독일에 정면으로 대항합니다. 하지만 전쟁은 결국 보급 싸움이고 영국은 끊임없이 미국에 보급과 식량 지원 요청을 합니다.

넷째, 이 책은 철저히 영미권 주류의 시각에서 저술된 책입니다.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특히 영국의 수상 처칠은 대영제국( British Empire)이라는 말로 영국을 지칭할 만큼 숨길 수 없는 제국주의자적 면모를 보입니다. 따라서 처칠의 입장에서 그리고 대영제국 입장에서 그 수도인 런던이 폭격 당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막강한 해군력을 자랑하던 영국이고 처칠 자신이 해군장관 출신이기 때문에 그는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한 이후 프랑스 해군의 군함이 독일 수중에 들어가는 걸 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칠은 북아프리카에 정박해 있던 프랑스 함대에 전함을 보내 영국에 프랑스 군함을 맡기도록 하던지 아니면 프랑스 전함을 침몰시키도록 명령합니다. 프랑스 군함은 결국 영국 전함의 함포사격으로 침몰됩니다.

처칠 자신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을 위한 협상인 얄타회담(Yalta conference)와 포츠담 회담(Potsdam conference)의 주역이었기 때문에 그가 제국주의자라는 평가가 생경해 보일 수 있으나 그는 분명 대영제국의 이익을 위해 제국주의적 힘을 휘두르던 영국의 거물정치인임이 분명합니다.

그가 영국의 귀족출신이었고 단 한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적이 없다는 발언은 다른 아닌 그의 부인 클레멘타인(Clementine Churchill)에서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정치가인 건 분명하고 그에 대한 전기가 영어권에 엄청나게 출간되는 것도 그런 연유라고 추정합니다.

다섯째, 저자의 저술동기가 흥미롭습니다. 저자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뒤 뉴요커들이 2002년 9/11테러 이후 겪은 그들의 경험을 그 이전에 느까지 못했고 그래서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로부터 공습을 받은 영국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가 궁금해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어권 사람들의 한계이기 때문에 결국 찿는 다른 사례가 영국의 경우이고 이건 미국이 진주만 공습이후 최초로 본토공격을 받은 사례가 9/11테러라고 느끼기 때문일 겁니다.

이들은 미국이 한국전쟁 당시 서울 용산에 얼마나 많은 폭탄들이 투하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미 추정컨테 그들에게 ‘잊혀진 전쟁 (the forgotten war)’인 한국 전쟁은 관심사항이 아닐겁니다.

한국 독자가 어떻게 느끼던, 일단 서론에서 밝힌 저자의 집필동기는 대부분의 미국 지식인 혹은 주류에 속하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권 이외의 새계에 대부분 관심이 없고 따라서 매우 적은 수의 미국인과 유럽인들이 아시아와 중국 등에 관심을 가진다고 추정합니다.

끝으로 책의 분량에 대한 것입니다.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본문이 총 10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국의 여타 장르 소설들처럼 아주 짤막한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총 507쪽이니까 분량은 상당한 편이지만 내용이 재미있어 잘 읽히는 편입니다. 상당한 영국영어가 포함된 건 당연합니다.

마지막에 저자는 특히 어떤 책들과 아카이브가 특히 유용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처칠의 개인비서가 쓴 회고록이 특히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애서 전시에 어떤 식으로 운영되었는지 살펴보는데 유용했다고 했습니다.

전쟁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국수상 처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영국의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이면의 이야기이기도하며 명 연설가 (orator)로 유명한 처칠이 행한 연설과 미국과 영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 물자와 병력 파견에 대한 외교비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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