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에서 전쟁사와 외교사를 가르치는 가토 요코 교수가 지은 전쟁사 책입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1차세계대전,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행한 5번의 역사강연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으로 일본의 시각이지만 비교적 객관적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이 책은 흔한 전쟁사 책들처럼 전투과정이나 전투 전략을 서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전쟁을 정치와 외교의 연장으로 보면서 전쟁의 당사국들과 주변국들이 어떻게 하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는지 국익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느 국가와 무슨 내용으로 외교협상울 진행했는지, 그리고 당시 일본이 처한 국내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설명합니다.

따라서 전쟁의 정치사 또는 전쟁의 사회사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한 평가일 것 같습니다.

본문이 430여쪽이니까 두께로는 중간정도라고 볼 수 있고, 일본에서는 문고판이 2016년 출판되었습니다. 한국어판 출판이 2018년이니 2년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원래의 강연은 2007년 5일간 행해졌고 2009년에 초판이 나왔습니다.

일본학자들의 책들이 그렇듯 대부분 이 책에서 인용되는 책들은 일본학자가 쓴 일본문헌들이 대부분이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인들의 글은 아주 적게 인용됩니다.

이 책을 보면서 한국의 일제강점기을 좀 더 거시적으로 봐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일본이 조선을 1910년 병합했고 조선이 제2차세계대전 후 연합국의 결정에 따라 해방되었다는 서술로는 20세기 전반기 한반도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이후 세계열강의 일원으로 뒤늦게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들었으며 조선을 식민화 하기 이전에 이미 타이완과 홋카이도 그리고 오키나와를 식민지로 병합했습니다.

청일전쟁을 거치면서 청의 조선에 대한 영향력과 속국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무력화시켰고 부동항을 찿아 시베리아와 연해주로 진출하려는 러시아를 러일전쟁에서 이기고 한반도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해양세력인 영국과 미국은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드는데 동의합니다.

러일전쟁이후 러시아가 계속 연해주에서 이권을 챙기고 동북 3성에 영향력을 강화하자 남만주와 몽골을 대륙세력에 대한 일본의 이익선으로 인식한 일본은 이후 남만주철도의 이권을 중국으로 부터 받고 요동반도에 대한 경제적 독점권을 향휴하면서 산동반도와 화중 지방으로 영향력을 강화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독일령 산동 반도를 장학했으며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이권을 챙기려고 합니다.

일본은 영국과 미국이 중국에서 과도한 이익을 누린다고 생각하고 이를 빼앗으려 했습니다.

즉 일본제국주의는 후발주자로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누려온 경제적 이익을 빼앗아 누리기 위해 조선을 비롯한 남만주와 산동 반도를 복속시켰으며 영국과 프랑스의 이권이 걸린 인도차이나 반도를 침공하였고 중국에서도 이권을 되도록 많이 획득하도록 했습니다.

소련은 연해주애서 일본과 마주하고 있는 대륙세력으로 일본은 안보상의 이유로 소련의 연해주와 동죽3성 진출을 극도로 경계한 것입니다.

일본은 공산주자들이 중국의 이권을 독점하지 못하도록하면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으로 얻은 경제적 이권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외국인 중국땅애서 제멋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민간인을 학살하며 호전적인 전쟁국가라는 인상을 주변국들에게 심어줍니다.

심지어 태평양 전쟁 발발이후 객관적인 경제력과 잠재력에서 상대가 될 수 없었던 미국과 전쟁을 벌여 결국 전쟁에서 패전하고 맙니다.

제2차세계대전은 기계화된 총력전으로 기본적으로 한국가의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쟁을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고 이후 패전이라는 대가를 치룹니다.

아무튼 이와같은 총력전에 따른 군수물자조달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독일과 미국의 전쟁물자동원(mobilization)에 대해서는 두권의 연구서가 있는데 전쟁의 경제적 측면을 다룬 드문 연구서입니다.

아래의 두 책을 참조바랍니다.

Wage of Destruction (Penguin Books,2008)

Destructive Creation (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2018)

이 두책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은 재국주의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식민지 주민들을 동원하고 쥐어짰으며 포로로 잡힌 군인들에게도 가혹행위를 일삼았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인들은 아직도 스스로를 일본군국주의의 희생자 원폭의 희생자라는 이미지만을 강조하려 합니다.

적어도 일본인들이 가해자로서 저지른 전쟁범죄와 함께 그들의 피해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가해자로서의 행위에 대해 반성이 없다면 그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 밖에 안되는겁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조선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군에 의해 점령당했을 때 일본도 미군에 의해 점령당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미군정기를 이야기하면서 일본의 점령기를 같이 이야기 하지 않는 건 미국의 아시아정책과 공산주의 봉쇄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졌는지 전체적인 구도를 보지 못하게 합니다.

미국의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1945년부터 1952년까지 사실상 통치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국은 일본에 민주주의를 이식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하고 같은 맥락에서 한국도 바라봅니다. 하지만 과연 일본의 정치가 민주주의 정치인지는 다시 따져 볼 문제입니다.

일본과 한국에 대해 앨리트들은 어느정도 이해할 지 몰라도 이해의 한계가 존재하고 서양의 정치제도 이식이 아시아에서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별도로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국이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사항은 아무래도 관심이 가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역사적인 애증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웃국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제 패망 후 70여년이 지났는데도 한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제대로된 정책이 없는 것 같아 매우 우려가 됩니다.
특히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손해배상은 반드시 관철해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