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책은 ‘世界一周の誕生 グロ―バリズムの起源 (文藝春秋社 文春新書,2003)’입니다.

부제가 ‘글로벌리즘의 기원’으로 현재 전세계적인 항로교통망과 전신망(해저 케이블)이 언제부터 기원했는지 그 역사적 연원을 추적한 책입니다.

글로벌리즘이 국가간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물품과 사람의 이동이 확대되는 현상이라고 한다면 국제무역의 활성화와 우편통신망의 발달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 책은 이런 국제교역로의 확장과 통신망의 물질적 확장의 시각에서 역사를 조망합니다.

19세기 중엽이후 증기선 항로가 개척되고 영국 리버풀에서 미국 뉴욕을 잇는 대서양 항로의 개설되었고, 파나마 운하 개통으로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항로는 크게 단축되었습니다. 파나마운하 개통을 계기로 미국은 본격적으로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대서양쪽의 영국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개통을 통해 식민지인 인도를 향한 접근성을 강화했고 인도양과 동양항로 개척을 통해 동양으로 동진을 계속합니다.

영국이 19세시 중엽 러시아 크리미아 반도애서 러시아와 부딪친 크리미아전쟁 (Crimean War ,1853-1856)도 러시아의 남진정책과 영국의 동진정책으로 일어난 전쟁이고, 구한말 한반도에서 일어난 영국의 거문도 점령(1885-1887)도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위해 영국이 조선의 거문도를 불법적으로 점령했던 사건입니다.

영국이야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이책의 상당부분이 영국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증기기관이 처음 만들어진 지역이 영국이고 석탄을 채굴해야하고 보관하는 광산업이 발달할 수 없었던 이유도 역시 기계의 동력원이 석탄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습니다. 따라서 중기기관을 이용한 증기선도 처음 상용화된 곳이 영국이고 이런 증기선 우편선과 전함을 보유한 영국은 19세기 최강의 해군력 (naval power)을 보유한 국가였습니다.

솔직히 증기선 시대의 교통과 통신에 관한 책을 본적이 없는데 매우 시각이 신선했습니다.

또한 이 시기는 미국의 서진과 함께 미국 대륙횡단철도가 건설되었고 그 이전 영국에서는 맨체스터와 리버플 간의 철도개통을 계기로 철도망이 발달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자동차가 나오기 전이지만 철도와 증기선 운송은 셰계의 거리를 축소시켜 전 지구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든 것은 분명합니다.

증기선은 처음에 범선을 대체하기 시작하며 나타나서 주로 국제우편을 위해서 이용됩니다.

영국의 경우 처음에 운수성이 우편업무를 관장하다 이후 전쟁성으로 우편업무가 넘어갑니다. 이유는 평상시 우편업무에 임하던 우편선이 전쟁시 전함으로 전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영국 전쟁성으로 우편업무가 넘어간 이후 우편선의 무장이 허용되고 함포가 설치되기 시작됩니다.

이 책이 다루는 19세기 중엽부터 말엽까지는 일본의 명치유신이 이루어진 시기이며 그 이전 미국의 페리제독이 흑선을 타고 일본에 개항요구를 한 시기입니다.

세계의 정세는 미국이 스페인으로부터 뉴멕시코와 캘리포니아를 할양받고, 프랑스와 전쟁이후 루이지에나를 할양받고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구입하는 등 점차 미시시피강 서안으로 서진을 계속해 영국에게 종속적이던 대서양 시대를 넘어 태평양으로 진출해 새로운 해양 세력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19세기에 영토확장과 함께 산업혁명을 진행한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에 접한 양안국가로 힘을 기르게 됩니다.

이 책은 주로 영국의 동양 진출을 수에즈 운하 개통과 함께 아덴만의 석탄수급기지가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인도양으로 진출한 영국은 아덴에서 석탄을 수급받은 후 인도 봄베이로 향하고 이후 말라카의 싱가포르로 진출하고 마카오와 홍콩을 자나 일본의 나가사키에 진출하고 세토내해를 거쳐 요코하마까지 이릅니다.

19세기 이미 영국 리버플애서 요코하마에 이하는 정기 증기선 항로가 개설되었고 미국에서는 뉴욕에서 파나마 운하를 지나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를 경유해 요코하마에 이르는 증기선 항로 역시 개설되었습니다.

당시 중국은 개항된 항구가 상해와 홍콩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 발발로 현재는 빛을 잃었지만 이 책이 쓰여진 2003년만해도 이책이 다르는 ‘글로벌리즘의 기원’이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시의적절한 주제였습니다.
이 책의 집필 당시는 2003년으로 국경이 없는 글로벌한 세계가 당연시되는 세계였고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이라 자유경제시장체제에 대해 누구도 의심을 품지 않던 때였습니다. 1970년대 말 이후 세계를 장악했던 신자유주의가 아직 힘이 있던 때라 글로벌리즘의 기원을 추적해 보는 건 해봄직한 작업이었음은 틀림없습니다.

당시 지구촌에 사는 사람들에게 외국과의 교류는 피할 수 없었고 이 책은 현재 글로벌리즘의 기원을 1850년대 증기선의 발달과 함께 촉발된 대서양횡단항로와 태평양횡단항로 개설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해양의 역사 특히 19세기 증기선의 발달과정을 다룬 한국어책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갈증이 일부 플렸네요.
기계적 물질문명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시작인 산업혁명과 증기기관의 발달을 다시 한번 고찰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웃 일본만해도 해양의 역사나 어업의 역사 그리고 해군사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 같은데 한국은 삼면이 바다라면서도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가 매우 미진한 것 같습니다.

해양사쪽에서 생각나는 국내학자는 주강현 선생 말고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 분야의 더 많은 국내저작을 보실 원합니다.

끝으로 이 책의 체제를 말씀드립니다.

문춘신서라는 일본 문예춘추사애서 나온문고본 입니다.
겨우 200여쪽에 달하지만 일본어로 쓰여진 영국과 미국이야기는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화된 영어를 알아듣기는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일본저서에 비해 영어문헌을 많이 참조했는데도 쉽지 않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