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자이자 해양사 전문이신 주강현 교수의 역작을 소개드립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환동해 연구시리즈 1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본문만 711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입니다.
이책에 실려있는 각주의 문헌들이 추가적 정보를 얻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완독 시도를 여러번 했으나 오늘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책의 세부내용을 전하기 앞서 총평을 하자면 지역의 해역교류사와 제국주의의 원주민 침탈사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환동해를 둘러싼 역사를 조망한 책으로 충분히 이분야에 대해 더 연구를 하거나 더 깊이 있는 독서를 원하신다면 두고 읽을 기본 참고서(reference)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그동안 별 주목을 받지 않아 온 러시아의 동진과 러시의 연해주 점령, 연해주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 간의 세력 다툼, 러시아와 일본이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 쿠릴열도의 영유권과 어장을 가지고 어떻게 이권다툼을 벌였는지 보여줍니다.

북극권에 영토가 몰려있는 러시아에게 부동항 확보는 후발제국인 러시아로서 사횔이 걸린 문제였고, 19세기 중반 크림반도를 면한 흑해(black sea) 를 통해 해양에 진출하려던 러시아의 시도가 영국 프랑스 오스만투르크의 저지로 무산된 이후 (크림전쟁, Crimean War1853-1856) 이후 러시아는 재차 부동항을 얻기위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진을 계속해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 마침내 항구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계속 남진을 시도합니다.

당시 동남아시아 지역인 태국 말레이반도 싱가폴 홍콩을 통해 동아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영국은 일본과 협력해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합니다.

그 사건이 한국 근대사에서는 ‘거문도 사건 (1885)’으로 알려진 사건입니다. 대한해협에서 환동해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거문도를 영국 해군이 불법적으로 2년 동안이나 점령하고 러시아가 조선 영토를 점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철수한 사건입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Trans -Siberian railway )을 건설해서 시베리아의 영토와 자원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시 시베리아와 연해주 만주 그리고 몽골지역의 원주민들을 러시아 정교로 개종시키고 러시아 문자를 쓰게 하는 등 소위 ‘문명화 ‘전략을 시도합니다.

또한 환동해 주변의 연해주 지역과 환동해 주변에 나타난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미국의 상인들은 고래 바다사자 수달 등 돈이 될만한 야생동물들을 마구 남획해 상당수의 생물들이 멸종했고 더불어 캄차카 반도애 살던 이텔멘족이 멸종합니다.

일본은 막부시대 이미 북방의 홋카이도와 사할린에 살던 아니누족의 문화를 파괴하고 이들을 일본화 시킨 뒤 복속시켰습니다. 아이누족은 일본민족보다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원주민들과 혈연적 연관성이 있는 이들이지만 후발 제국 일본의 ‘문명화’과정을 거치며 정체성이 해체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이런 ‘만들어진 일본 정체성’을 무기로 사할린과 쿠릴열도애 대해 일본의 영유권을 러시아에게 주장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의 시마네현 (島根県)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일제시기 독도애서 강치를 남획해 멸종시킨 것도 환동해를 둘러싼 교류의 맥락을 짚어야 이들 주장의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관련된 내용은 저자의 ‘독도강치멸종사(서해문집,2016)’를 보시면 됩니다. 이책에서 설명된 독도강치잡이 부분과 상당부분 내용이 겹칩니다.

일본의 문호개방의 시작이 된 미국 동인도 함대의 페리제독의 개항요구 (1853)는 잘 알려진 사건이지만 같은 시기 러시아도 일본에 같은 요구를 했다는 점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853년 러시아의 해군증장 푸타틴이 팔라다호와 4척의 군함을 가지고 내항해 일본과 통상협정을 맺었습니다.

푸타틴은 같은 함대로 1884년 조선 근해에 나타나고 거문고와 동해안 일대를 관측하게 됩니다.

당시 러시아와 조선은 수교상테도 아니었고 이 와중에 세도정치로 인한 압박을 피해 백성들이 러시아의 영토로 넘어가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었지만 국경에 대한 합의도 이루지 못하던 답답한 상태가 이어지고 두만강이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일방적으로 국경으로 결정됩니다.

국내에 관련서가 전혀 없는 것 같은 분야 중 하나가 제1차세계대전과 러시아 내전 와중에 연합국 ( 미국 영국 프랑스) 와 일본의 시베리아 출병에 대한 역사입니다.

일본이 막부시대를 거쳐 메이지시대에 대만( 臺灣), 류큐( 琉球) 즉 현재의 오키나와(沖繩)를 복속하고 이후 어이누족을 몰아내고 에조치(蝦夷地) 즉 현재의 홋카이도(北海道)를 복속시킵니다.

조선반도 침략은 그 다음입니다. 러일전쟁이후 영국과 미국의 묵인 아래 조선반도 침략을 단행해 한일합병(1910)을 이루고 임진왜란 이후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꿈꾸던 대륙진출을 실현하기 위해 만주국(滿洲國: 1932-1945)을 세웁니다.

아마 여기까지는 많은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일본이 괴뢰국으로 세웠던 만주국 출신 엘리트들이 1945년 일본 패망이후 한국 현대정치사에 끼친 영향력이 상당하므로 이를 고찰한 연구서도 꽤 있습니다.

1960년대 한국의 발전주의적 국가모델에 만주군 관동군 출신 인사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이들이 한국사회에 행한 정책들이 만주국애서 일제가 행한 정책과 얼마나 유사한지는 다음의 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한석정, 만주모던 ( 문학과지성사, 2016)

하지만 일본이 러시아내전 (1917-1922) 시기에 연합군 ( 영국 미국 프랑스)와 함께 군대를 보내 러시아혁명에 대한 반혁명 세력인 러시아 백군과 연합해 러시아 혁명군( 적군)과 전투를 벌였고 더구나 만주국과 같은 괴뢰국을 시베리아에도 세우려 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저도 이 책에서 처음 봤습니다.

이미 전문가들은 알고 있는 사실일 수도 있고 제가 이분야를 잘 몰라서 그럴 수 있지만 충격적이었습니다.

제2차세계대전애서 일본이 패전하고 미국의 사실상의 기지국가가 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1차세계대전을 통해 승전국으로서 어떤 이익을 보았는지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것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어떤 이익을 보았는지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리말로 된 이 분야에 대한 연구서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국가들은 보수적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고 볼쉐비키들이 러시아에서 정권을 잡기 원하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이미 이 당시 1950년대 이후 벌어질 극단적 냉전(the Cold War) 의 기원이 싹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베리아 출병 역시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 보입니다. 유튜브애서 미국의 전쟁사 교수가 이 주제에 대해 강연을 해서 알게 된 것입니다.

관련서가 영어로는 존재합니다 ( Wolfhounds and Polar Bears, University of Alabama Press,2019)

확실한 것은 1910년대 영국과 미국은 당시 조선에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해양세력으로서 일본과 동아시아에서의 이권을 나누고 이를 지키는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당시 태평양으로 팽창을 하던 미국이 조선에 대한 일본의 침략을 승인하는 대가로 필리핀을 식민지로 얻었고 당시 대통령이던 미국의 루즈벨트는 철저한 제국주의자이자 인종주의자로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와 일본을 중재해 포츠머츠 조약(1905)를 성사시켰습니다. 이 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국제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냉정합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영국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은 자신들의 이권에 따라 행동한 것 뿐입니다. 따라서 현재 전략적 동맹관계라고 해도 이들이 한국을 시혜적으로 대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특히 한국은 주한미군에 대해 돈계산 철저히 하고 각처에 있는 미군부대 정화비용 받아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미국의 이익이 한반도에 있는 한 미군은 철수 안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원주민들이 초기 인류학이 발달하던 19세기 말 , 20 세기 초 ‘원시사회’의 대상으로 관찰되었고, 소위 문명국의 박람회에서 ‘희귀한 볼거리’로서 전시되었던 불편한 역사가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문명인으로 스스로 생걱했던 일본인들도 애조치의 아이누족을 전시하는 작태를 서구인들과 똑같이 행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서구 백인종들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은 아직도 우리 무의식에 남아 있어 한국에 정착한 백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에게 차별행위로 일어납니다.

항상 의식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