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포함 270여쪽에 불과한 작은 책이지만 생태적 관점에서 독도와 일본 시마네현 (島根縣) 오키 제도(隠岐諸島)간의 장기적 역사관계를 조망한 책입니다.
보통의 독도관련서가 국제법적 해양법적 관점에서 국가간의 경계와 그에 따른 분쟁에 촛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독도에 서식하던 독도 강치(Zalophus japonicus, 학명 일본강치)의 멸종과 이를 초래한 일본의 남획과 그에 따른 분쟁과 그 흔적을 따라갑니다.
시간대가 고대 중세 근세 근대를 아우르는데다 한반도 독도의 지방사와 시마네현 오키 제도의 지방사를 아우르는 등 정치사에 가려져 있던 미시사와 구술사가 서술의 일부를 차지합니다.
이 모든 점을 떠나서 황당한 것은 시마네현이라는 일본의 일개 지방 혹은 막부 시대 소국이 자신들 편의대로 ‘자의적으로’ 독도를 자신들의 관할로 정하고 자신들 판단대로 도항 및 어업허가를 내주며 기록을 만들어간 점입니다.
이미 조선시대 안용복이 일본에서 독도가 조선의 영토임를 주장하고 있고 한반도에서 울릉도 독도의 거리가 더 가깝고 을릉도에서 육안관찰이 가능한데도 조선이 취해온 공도정책 (空島政策)을 빌미로 빈 섬에 일본인들이 먼저 들어가서 살았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정황 상 오키의 어민들은 어족자원이 고갈되어 독도 인근에서 조업을 했을 따름이지만 이들은 과거의 자신들의 행적을 근거로 지속적으로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주장합니다.
막부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 성립했던 여러 왕조들과 조선으로부터 을릉도 독도 연안의 조업과 무단 상륙에 대한 경고, 그리고 일본 정치가들이 스스로 을릉도 독도 연안에서 조업을 하지 말도록 금지를 했는데도 동해에 가까운 시마네현은 10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끊임없이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나오는 건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한 이후 더 노골적이고 의도적으로 독도를 병합시킨 과거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저자 주강현 교수가 이전에 지은 ‘환동해 문명사(돌베게,2015)’를 추가로 읽어야 그 전체적인 맥락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가 드물게도 한국에서 ‘해양사(Maritime History)분야를 연구해 오신 분이라 책의 관점을 눈여겨 봐야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환동해 지역은 일본 열도의 북쪽 한반도 동쪽에서 러시아의 오오츠크 해에 이르는 지역으로 짐작되는데 이 지역은 일본의 강치 남획뿐만 아니라 19세기 당시 미국과 일본의 포경업자들이 고래잡이를 하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한국사람들에게 북쪽의 시베리아와 연해주, 홋가이도와 러시아의 경계지역인 사할린과 그 위쪽 캄차카 반도와 배링해협 그리고 이와 연결된 알래스카 지역은 미지의 땅입니다.
러시아 바이칼호 연안이나 알타이 산맥 부근과 몽골지역 그리고 여하를 중심으로 하는 요동지역 등에 대해서는 연구서들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그 이외 다른 북쪽 지방, 북극을 포함해서 전혀 연구가 이루어진 것 같지 않습니다.
‘경계’지역 또는 소위 주변부라고 생각되는 지역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이 정말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