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대유행 (COVID 19 Pandemic)과 미증유의 경제불황을 겪고 있는 시점에 다시 2008년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책을 읽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지난 1월이후 심화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이전까지 누구도 실물경제의 공급사슬(Supply Chain) 의 붕괴와 이동제한에 따른 영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이 터지기 전 1929년 대공황 (The Great Depression)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는 2008년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촉발된 세계경제위기( The Great Recession)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19 대유행과 동반된 경기 침체와 그로 인한 공황의 여파는 이미 여러 경제학자들이 2008년 위기의 규모를 뛰어넘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이해하던 경제, 정치체제 자체가 이미 그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2008년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도 별로 달라진 것 없이 연명하던 경제체제가 사실상의 종언을 고했다고 섣부르지만 주장할 수 있습니다.

2008년의 위기가 지난 1990년대 이후 약 30여년간 경제철학을 지배해온 근본주의적 신자유주의 ( fundamental neoliberalism)에 따른 정부개입 최소화에 따른 결과입니다.

시장의 참가자는 이성적이고 시장은 저절로 균형점에 ‘스스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주류경제학자들은 현실 경제에 대한 정책처방보다 수학적 모델링에 매달렸고 대기업 CEO들을 포함한 기업인들은 정부의 규제가 풀린 틈을 타 단기적 이익을 추구해 주가를 올리는데 올인했습니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무관하게 단기적 이익을 추구한 이들은 일반 노동자들보다 많게는 300배 이상의 보너스를 챙겼습니다.
심지어 2008년 경제위기로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최고경영자조차 상상할 수 없는 보너스를 챙겨 이들의 도덕적해이(Moral Hazard)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의 맹신과는 정반대로 미국의 중앙은행과 미 재무부는 미국의 세금을 동원해 스스로 위험자산에 배팅해온 거대은행들을 구제(bail out)하였습니다.

전례가 없었던 미 정부의 개입을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정책(monetary policy)는 물론이고 중앙은행이 직접 은행의 부실자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자산담보부 채권)을 인수하고 돈을 푸는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을 실시하였습니다.

2008년 미 중앙은행과 재무부로 대표되는 정부의 대규모 시장개입( Intervention)으로 사실상 시장이 스스로 균형점에 도달하기 때문에 정부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의 믿음에 대한 신화는 이미 깨졌습니다.

기업은 이전에도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성장해왔고 지금도 그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실제로 입증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여년 후 2008년을 능가하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은 투자 은행들과 당국에서 GDP가 이번 사태로 약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30여년을 관통해오던 세계화(Globalization)는 더이상 따라야 할 기조가 아니고 코로나 19를 확신시키는 요인으로 세계화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현재 세계경제는 저금리 상태로 인해 더이상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효과가 먹혀들지 않는 상태이고 각국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08년의 위기를 통해 그리고 현재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환된 두명의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한명은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경제학자로 알려진 케인즈 (John Maynard Keynes) 이고 다른 한명은 케인즈주의자로서 경제의 불안정성(instability)를 주장한 민스키 (Hyman Minsky) 입니다.

시카고 학파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파는 1973년 오일쇼크 이후 등장해 약 40여년간 주류 경제학을 지배해 왔습이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s)은 전세계를 지배해 왔습니다.

그 이전 대공황 시기에 등장해 20세기 경제질서를 확립한 케인즈는 고전파 경제학자들과는 정반대로 생각했습니다. 고전파 학자들은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해서 상품 소비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시장가격을 수요 공급이 따라 결정되고 항상 균형점으로 수렴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케인즈는 기업이 상품을 생산해도 소비자가 구매력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게 되면 경제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대공황이후 침체에 빠졌던 미국이 뉴딜정책을 시행하는 이론적 기반이 되었고 이후 경제위기가 생길때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즉 이론적으로도 순수하게 민간기업들만으로 경제를 운용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소위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시장근본주의는 이데올로기로서 경제적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그들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허구적 주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민스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제학자이지만 신자유주의자들과 정반대로 경제는 늘 불안정하다(instable)고 주장했던 학자입니다.
그는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단점이 있다 (Instability is an inherent and inescapable flaw of capitalism)’ 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매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위기는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이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블랙스완 (black swan) 이 아니고 역사적으로 늘 함께해 왔던 화이트 스완(white swan) 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저도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직장생활하는 동안만 해도 약 6번의 경제위기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IMF 구제금융)
1998년 아시아 통화위기
2000년 닷컴 버블
2001년 9/11 사태
2007-2009년 세계경제위기
2020년 코로나 19 대유행과 경제위기

이렇게 경제위기가 자주 닥치고 직장 생활하는 동안 경기침체( recession) 상태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 경제가 균형점으로 수렴하고 정상적인 경우가 경제가 안정적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의 의견은 현실에 비추어 비판의 여지가 아주 많아 보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케인즈와 민스키의 주장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책의 본론은 1-7 장까지가 본문으로 그 뒤 정책개혁 부문이나 향후 경제전망은 현상황과 달라 선택적으로 읽어도 될 듯 합니다. 2010년 경제위기 직후 나온 책인 것은 감안해야 할 듯 합니다.

참고로 같이 읽으면 좋은 책들을 좀더 뽑았습니다.

케인즈와 민스키 교수의 글은 저도 향후 읽을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한번 리뷰할 예정이며 나머지 책들은 제가 이전 소개했던 책들입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uncontrolled risk 가 리먼브러더스에 촛점을 맞춘 책이라면 How Markets Fails 는 사무엘슨 이후 미국의 주류경제학이 어떤 이론적 논의를 통해 발전되어 왔는지 추적한 경제학의 역사에 대한 책입니다.
아마 주류경제학에 대해 이 책처럼 간결하고 재미있게 서술된 책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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