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에 발행된 한국 공산주의 독립운동사 책입니다. 40여년전 ‘해방전후사의 인식 (한길사)’이라는 현대사 책이 발행되기 이전 한국 근현대사에서 ‘공산주의’ 독립운동사는 지워져야 할 금기의 대상이었습니다.

학자들과 국민들은 이 주제를 토론할 수 없었고 연구하고 기록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기막힌 상황으로 ‘조선 공산주의 운동사’ 는 후대의 기억에서 지워져야 했고 그 상태로 60여년이 지났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사의 ‘비극’이지요

특히 자신을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로 여기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이 책은 불편하고 불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설령 불편할지라도 마주서야 할 역사적 사실은 마주서야 합니다. 과거의 기록은 과거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며 부인한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을 어리석다고 여기는 오만한 극우 정치인들은 역사적 사실을 주장으로 호도시키며 역사를 왜곡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한심한 일이지요.

아무튼 뒤에서 이책의 내용을 차차 살펴보기로 합니다.

우선 책의 내용과 장점을 말하기에 앞서 단점을 먼저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책의 내용이 여러 차례 중복되어서 서술됩니다. 공산주의 독립운동의 여러 인물들을 인물 개개인 별로 추적하는데 중점을 두다보니 거의 동일한 내용의 문장이 여러번 단어도 바뀌지 않은 상태로 나열됩니다. ‘평전’이라는 장르가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야 함에도 주요 인물들이 너무 많아 이런 산만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책의 마지막 장은 거의 급조의 인상을 줍니다. 한국 공산주의 독립운동사의 초반부를 설명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지만 책의 완결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둘째, 책을 쉽게 쓰려 한 의도인것 같지만 주석도 참고도서 목록도 전혀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엄연히 국제 공산주의 운동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의 독립운동사이기 때문에 이전의 선행연구나 일본, 러시아, 미국 , 중국 등 각국의 외교문서 혹은 책에서 설명하는 팜플렛에 대한 출처가 나와야 함에도 모든 것이 빠져 있습니다. 이는 책의 가치를 반감시키는 출판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아래와 같이 정리합니다.

공산주의 운동의 인적 구성을 먼저 살펴봅니다.

구한말이후 생계를 위해 간도와 연해주와 이주한 한인 사회가 최초의 한인 사회주의자들의 터전이 됩니다. 지리상 함경도와 평안도 서북 지방 출신들이 이 지역에 많이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즉 처음부터 독립운동은 조선을 떠나 망명한 정객은 물론 중국 만주와 연해주 지역의 한인 1-2세대가 관여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가 혁명에 의해 공산화되기 이전부터 연해주에 자리잡아 향후 러시아 한인 2세와 한반도 출신 러시아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제하의 조선에 공산당을 뿌리내리기 위해 20세기의 전반기 내내 전력합니다.

또한 세계의 공산당 조직을 지도하는 러시아 코민테른의 지지와 승인을 얻기위해 한인들을 기반으로 한 여러 공산주의 운동 분파들이 경쟁하고 반목하고 결전을 벌입니다.

운동의 분파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운동가 출신 저자의 태도는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공산주의 실현을 위해 공산당이라는 정치집단을 만들기 위해 같은 편끼리 전쟁을 불사하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용인되는 것이 맞는가? 라는 의문이죠. 거대 담론이 목숨보다 중요할 수 있는가? 라는 기본적 질문입니다.

코민테른 집행부는 기본적으로 자국 영토내에서 러시아 한인 2세들 위주로 결성된 조선 공산당 분파인 이르쿠츠크 중심으로 조선 공산당을 결성하고 승인하려 했지만 중국과 간도의 조선 망명정객 이동휘를 중심으로 결성된 고려공산당 상해파와 순수 국내 자생적 사회주의 운동조직인 김사국의 서울파의 반발과 경쟁에 밀려 조선 공산당의 성립 자체가 표류하게 됩니다.

코민테른을 주도하는 러시아 공산당은 자신들의 직접 영향력이 있는 이르쿠츠크파를 중심으로 내세워 사실상 코민테른의 한국지부를 조선에 세우려 주도면밀하게 움직였으며, 망명 정객으로 한인 최초로 사회주의 단체 (한인 사회당)를 만든 상해파의 이동휘는 자신이 선점한 위치를 놓지 않으려 했고 코민테른 집행부도 초기 한인사회당에 자금 지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작자금의 유용으로 코민테른의 신뢰를 잃은 이후 소수파로 전락합니다

김사국을 중심으로 한 순수 국내 공산주의 세력인 서울파는 해외의 이르쿠츠크파와 상해파가 엘리트 중심의 ‘먹물’조직으로 보았고 민초들 사이에서 뿌리내리지 않는 조직으로 보아 심한 불신을 드러냅니다.

이르쿠츠크파의 지원을 받은 김재봉을 중심으로 조선공산당의 창당이 이어지지만 일본 유학파 출신의 흑룡회의 반대로 강령의 미비로 조선 공산당 승인이 미뤄집니다.

서울파는 이 첫번재 조선 공산당 창당 논의에서 제외됩니다.

김재영의 체포로 붕괴된 제1차 조선공산당은 이르쿠르츠 국내파인 화요회의 강달영에게 책임을 넘기지만 이후 공산주의자들과 민족주의자들의 합작을 논의하게 됩니다.

상해파인 김철수를 중심으로 한 제3차 조선공산당은 서울파와의 통합을 추구하지만 역시 이르쿠츠크파의 방해 공작에도 코민테른의 승인을 받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경성제대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 공산주의자 그룹 중에도 엘리트 중심의 공산당 전위조직들이 민초들을 기반으로 밑에서 부터 조직되지 않고 이론적으로 공허한 논쟁만을 알삼는 것을 비판하며 사회 각 부문 , 즉 학교, 공장, 지방 농민조직 등으로 운동가를 침투시켜 공산당 조직의 하부를 완성하는데 주력하게 됩니다.
이 부분의 서술은 1980년대 학생 운동권에서 구로공단 등 노동현장에 직접 침투했던 사실과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총력동원체제를 만들던 1920년대말-1930년대 중반의 일본 제국주의는 이러한 공산주의자들의 조직 침투를 심각하게 보았고 많은 운동가들이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좀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던 몇명이 있습니다.

이상설, 여운형, 이동휘, 김재봉, 김약수, 김사국, 박헌영 등입니다.

냉전이 있기 전에 이들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넓게 보면 사회주의 그리고 공산주의를 독립의 수단으로 택했습니다.
20세기 초의 격변기는 러시아 혁명과 중국의 공산혁명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지금현재의 세계를 만든 시기이기도 합니다.

다른 책을 더 보아야 하겠지만 친일의 경계를 넘나들던 민족주의 독립운동 세력도 있었고 상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미국 등 서구의 영향력을 발판으로 조선의 독립을 외교적으로 이루자는 흐름도 있었습니다. 이동휘와 김원봉 등 철저히 무력으로 일제를 제압해야 한다는 세력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책에 나온 인물들은 ‘공산주의’를 독립의 수단으로 삼아 공산주의종주국 러시아의 영향력으로 일제에 저항했다는 사실로 인해 역사에서 지워졌습니다.

과거 친일을 했으나 자신을 친미 자유민주주의자라고 칭하는 자들에 의해서 말이죠.

그 자체가 ‘폭력적’인 한국의 현대사를 반증합니다.
이것이 이미 몰락해버렸다고 하는 ‘공산주의’의 지나간 거의 한세기 전의 역사를 되짚어야 하는 이유일 겁니다.

더구나 지난 20여년을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neo -liberalism)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 여러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시점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이책의 장점 하나 소개합니다.

책의 앞머리에 나오는 일제하 공산주의 운동의 계보가 아마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와 러시아 연해주, 간도, 상해와 일본 도쿄를 아우르는 초기 공산주의 운동의 계보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큰 줄기를 잡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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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8-0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다 말았는데 다시 읽어야지 싶습니다.